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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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를] 장마와 집중호우에 농사 망친 가톨릭 농민들

호우에도 무너지지 않은 유기농 "뚝심" 직거래로 지켜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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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티분회 박용범 전 분회장이 계속된 장마로 갈아엎은 자신의 당근밭에서 자라다 만 당근을 발견하고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막막합니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 일대에서 유기농 당근ㆍ우엉 등을 기르는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솔티분회 박용범(예비신자, 53) 전 분회장은 4일 기자를 만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6월 중순부터 두 달 가까이 지속된 장마에 밭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애써 기른 작물들이 대부분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대를 강타한 집중호우와 피해 복구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운데 `생명의 농산물`을 기르려 묵묵히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가톨릭 농민들의 어려움을 짚어본다.


 
▲ 이틀간 물에 잠겨 썩어버린 당근.
 


#폭우 직격탄 맞은 솔티분회
 
 여섯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유기농사를 짓는 솔티분회(분회장 김봉준) 농민들은 이번 장마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감자와 우엉, 당근 등 분회 자랑거리였던 유기농 근채류(뿌리채소류)를 상당수 수확하지 못했다.
 
 이날 박용범 전 분회장 안내를 받아 간 5289㎡(1600평) 규모인 그의 당근밭에는 당근은 보이지 않고 잡초만 무성했다. 밭에는 10㎝ 정도 자라다 썩어버린 당근 토막들이 몇 개 발견될 뿐이었다.
 
 "당근은 하루만 물에 잠겨도 썩는데 이틀이나 잠기다 보니 모두 썩어서 어쩔 수 없이 갈아엎었어요. 그대로 두면 잡초만 무성해져요. 잡초를 없애야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갈아엎었지요. 벌써 두 번째 갈아엎은 거예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이날도 배수로 인근 땅에는 물이 고여 발이 푹푹 빠졌다. 땅이 질척거려 새로 당근을 심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땅이 마르는 것을 봐서 당근을 심어야 한다고 했지만, 앞으로도 날씨가 문제다.
 
 박 전 분회장은 "이곳(함창)만 해도 지난 두 달 사이에 햇빛이 든 날은 고작 닷새뿐"이라며 "이웃들도 거의 모든 밭을 갈아엎었고, 수해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극히 적은 일조량 때문에 한 해 농사를 망친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혀를 찼다. 그의 당근밭 피해액은 2000만 원이 넘는다.
 
 분회원 중 가장 젊은 이병조(빈첸시오, 40, 함창본당)씨도 올해 우엉농사를 완전히 망쳤다. 크게 1m까지 자라는 우엉이지만 그의 밭 우엉들은 수해 때문에 고작 20~30㎝ 자라다 썩기 시작해 지금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유기농 우엉은 유기농 채소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상품이어서 피해액이 무려 1억 원에 육박한다.
 
 채소는 물에 잠기면 탄저병과 역병, 흰잎마름병 등 병충해가 들끓기 마련이어서 앞으로 날씨가 좋더라도 수확량이 상당량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톨릭 농민들은 같은 면적에 같은 작물이어도 일반 농민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전부 유기농이라 초기 투자비용이 훨씬 많고, 손이 많이 가는 데다 관행농처럼 농약을 쓰지 않아 수확량도 훨씬 줄기 때문이다.
 
 김봉준(예비신자, 47) 분회장은 "유기농은 제초제 대신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없애야 하고, 천연 원료를 발효시켜 만든 값비싼 천연농약을 사용해야 한다"며 "장마가 끝난 뒤에는 작물이 각종 병충해에 취약한 상태가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시간과 정성, 돈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으로 출하해도 채소값을 받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점도 어려움 중 하나다. 일반 농민들은 출하하면 바로 현금을 만질 수 있지만, 유기농은 대금 회수기간이 긴 편이다. 게다가 계절과 장마 등으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출렁이는 농산물 가격에 따라 소비자들의 유기농산물 선호도가 달라지는 점도 가톨릭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 솔티분회 이병조씨 밭에 있는 썩은 우영 뿌리.
 


#보상은 이뤄지나?
 
 "보상이요? 받을 생각도 안 합니다. 받고 싶지도 않고요."
 
 장마 피해에 대한 지자체 차원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분회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이씨는 "농민들이 수해 등 피해를 봐도 실질적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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