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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를] 한가위 특집 - 귀농 부부의 한가위 맞이

자연을 벗삼아 영원한 ''마음의 고향''에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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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서울생활 접고 2004년 여물리 정착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 하느님 찬미
올 작황 좋지않아 전업농 깊은 시름에 빠져



 
▲ 정지양(베드로)ㆍ곽금자(마리아)씨 부부가 손을 잡고 집 앞마당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직 기억의 그물 속에선/ 앞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가 파닥이고/ 수박 서리하다 긁힌 상처가 쓰리고/ 얼음 지치다 동상 걸린 발가락이 간지럽다/ 먼지 일으키는 버스를 좇아 괜한 달음박질 끝에/ 허기진 배를 안고 돌아서면/ 저녁밥 짓는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초가 굴뚝….` 김녕만ㆍ윤세영 사진집 「마음의 고향」에 있는 같은 제목의 시 일부다.
 

 추석을 열하루 앞둔 1일,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여물리에서 촌로(村老)로 살아가는 정지양(베드로, 66, 서울대교구 천주교 농부학교 운영위원장)ㆍ곽금자(마리아, 65)씨 부부를 찾았다. 서울에서 반백년을 살다 7년 전 귀농한 부부는 하느님께서 지으신 자연이 좋아 산과 개울, 산짐승들을 벗하며 영원한 `마음의 고향`에서 지내고 있었다.



 
▲ 두돌배기 손자 건우와 원두막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정지양씨.
 
#자연과 한몸인 부부의 집


 서울 도심에서 1시간 30여 분 거리에 있는 부부의 집은 산과 들로 둘러싸여 `전원주택`이 따로 없다. 낮은 산을 등지고 앞에는 개울이 흐르는 30년 된 낡은 슬레이트집은 요즘 펜션처럼 요란하지 않고 꾸밈이 없다. 화장 안 한 시골 아낙네 모습을 닮았다. 농기계를 둔 비닐하우스동과 널찍한 닭장, 백구와 누렁이 집들, 나비(고양이) 집과 함께 마을 맨 끝에 자리 잡고 있다.
 

 한여름 내내 쏟아지던 비가 멈추고 헐레벌떡 등장한 햇볕이 좋은지 콩과 깨, 호박, 무 등 부부가 기르는 20여 종의 작물들이 기지개를 켜는 듯 보인다. 밭 경계를 따라 심은 배나무에서는 아이 주먹만한 배가 탐스럽게 자란다. 이따금 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부부 얼굴에 맺힌 땀을 시원하게 말려준다.
 

 "출출할 텐데 이것 좀 드셔요."
 

 부인 곽씨가 원두막에서 남편과 대화하던 서울 손님들에게 삶은 감자와 달걀, 시원한 오디차를 내온다. 어디서 사온 게 아니라 일일이 퇴비를 주고 농약도 치지 않고 기른 완전 유기농 감자다. 달걀은 닭장에서 암탉 몰래 가져온 것이다. 오디(뽕나무 열매)차도 원두막 바로 앞 뽕나무에서 따서 달였다.
 

 "와~ 정말 시원하고 맛있네요. 집에서 먹으면 이런 맛이 나질 않는데…."(기자)
 

 "방금 캔 감자에, 오늘 낳은 달걀이라 그럴 거예요. 게다가 공기 좋죠, 물 좋은 자연 속이라 더 맛있을 거예요."(정씨)
 

 정씨는 "이곳은 몸 움직이는 곳마다 보이는 것이 전부 먹을거리"라며 추석 때 고향집을 찾은 아들을 반기듯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농사를 지어 출하하는 완전한 농사꾼은 아니다. 욕심 없이 그저 부부와 아들딸 내외가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짓는다.
 

 때로 부부 집에는 서울 천호동본당 시절 사귄 신자들이 한 번씩 놀러와 자연에 흠뻑 취해 돌아가기도 하고, 친한 사제와 수녀들이 찾아와 개울에 발을 담그기도 한다. 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가 운영하는 귀농학교인 `천주교 농부학교` 1기(2006년) 수료생인 부부는 농부학교 동기와 후배들을 위해 집을 개방하기도 한다.
 

 가을을 앞둔 요즘 그는 건넌방을 황토찜질방으로 고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날씨가 쌀쌀해질 때를 대비해 손님들 방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정씨가 "10월이면 다 될 것 같다"며 "방값 안 받을 테니 가족들 데리고 놀러오라"고 말한다. 그 모습이 시골에 사는 삼촌처럼 정겹다.



 
▲ 정씨네 밭에서 자라는 배.
 
#귀농하기까지, 그리고…


 부부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귀농해 시골 가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 2004년이 돼서야 오랜 꿈을 이뤘다. 40년 넘게 장사하면서 충분하진 않지만 돈도 벌었고, 자녀도 모두 출가했기에 부부는 "더



가톨릭평화신문  20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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