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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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말라위 살레시오회 선교현장을 가다① 팍팍한 삶의 현장으로

빈곤의 땅 말라위에 희망의 불꽃 살린다... 살레시오회 김대식 신부 3년 8개월째 선교 투신... 극빈국이지만 고아 등 지역문제는 스스로 해결... 전 국민 15%인 190만 명이 에이즈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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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탈의 땅`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멀다. 태국 방콕과 케냐 나이로비를 거쳐 말라위 수도 릴롱궤 시 공항에 다다른 것은 24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영국이 강점했던 땅, 현지어로 `불꽃`이라는 뜻을 지닌 말라위는 반트 족의 옛 왕국 말라위를 불꽃처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소설 「어린왕자」에서 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괴수(怪樹) 바오밥 나무의 나라 말라위 선교현장을 찾은 것은 9월4∼18일. 평화방송TV 취재진과 함께였다. 말라위는 물론 잠비아, 짐바브웨 등을 모두 관할하는 살레시오회 ZMB(잠비아ㆍ짐바브웨ㆍ나미비아ㆍ말라위)관구 릴롱궤수도원(원장 김대식 신부)이 운영하는 돈 보스코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그 팍팍한 삶의 선교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가난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는, 누추하고 추레한 삶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목에서 우리는 빈곤이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봐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척박하고 황폐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뜨거운 신앙, 그 진수를 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도시에서는 잊힌 순박함이 있고, 정이 있고, 흥겨움이 있고, 인간미가 있다. 그래서 정을 떼기 어려운 곳, 그곳이 말라위다.

   #전기, 수도시설 찾아볼 수 없어

 말라위로 온 지 이제 3년 8개월째인 김대식(알렉산데르) 신부가 인근 마을을 찾아간다기에 따라나섰다.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데도 한낮엔 25℃ 안팎을 오르내리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마을에 들어섰다. 외곽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릴롱궤 시 23구역에 포함되는 시내인데도 마을 곳곳은 `가난`이 앙금처럼 고여 있다.

 그때였다. 우리를 본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일제히 "아중구"하고 외쳐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말을 말라위를 떠나기까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중구`는 백인, 넓게는 아시아인까지 포함해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차가 지나칠 때마다 흙먼지가 뒤덮는 신작로를 따라 가다가 흙벽돌로 대충 쌓아올린 허름한 집에 들어섰다. 비좁은 공간에 살림살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황폐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전기나 수도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집 근처 우물물은 오염돼 샤워할 때나 겨우 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마실 물은 지하 깊은 데서 수동식 펌프로 퍼올린 지하수를 사다가 마신다. 땔감은 숯을 사다가 해결한다. 인근 방앗간에서 찧은 옥수수 가루에 물을 넣어 찐 은시마(Nsima)가 주식이고, 토마토와 채소를 넣어 끓인 국 `래리쉬`에 은시마를 찍어 먹는 게 고작이다. 당연히 숟가락도 없을뿐더러 양은냄비를 보니 언제 씻었는지 알 수조차 없을 지경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동네 안쪽로 더 들어가니 도서관이라고 쓴 허름한 건물이 나온다. 칠중가모 고아원 부설 도서관이다. 2006년에 세웠다는 도서관은 눈대중으로 10평이 될까말까한 흙벽돌 건물로, 열람실 1개 실에 자습실 1개 실이 고작이다. 책은 대충 2000권쯤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하루 이용객은 80명에서 100명쯤 된다. 성인문맹률이 36(460만 명)에 이른다는 나라에 이나마 도서관이 마을 한 복판에 세워져 있는 걸 보니 다소 위안이 된다.

   #부모 잃은 고아들 친척이 돌봐

 열악하기만 한 도서관을 둘러보는데 중년인이 다가왔다.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이 고아원장이자 도서관장이라고 한다. 그는 지역사회 자원봉사자 8명과 함께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돌본다고 했다.


 
▲ 김대식 신부가 돈보스코 센터 인근 고아원에 들러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돈 보스코 센터 인근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열람하고 있는 청소년들.
서가에 2000여 권 남짓한 책이 꽂힌 도서관은 이들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아지트다.
 
 그러나 그 고아원은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일종의 주간보호센터처럼 낮에만 아이들을 돌보고 밤에는 그 아이의 친척에게 돌려보내는 식이었다. 말라위는 부모가 타계할 경우 친척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게 관례인데, 그 아이들을 낮에만 돌봐주고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사회가 모두 함께 아이들 양육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2008년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290달러로 극빈국에 속하는 말라위지만, 지역사회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국 선교사이자 탐험가였던 데이비드 리빙스턴 이후 열강에 노예로 팔려가던 식민지 유산은 그대로 남아 있다. 외국인만 보면 "깁미머니(Give me money!)"하고 외쳐대며 끈질기게 따라 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씁쓸하다. 물론 아이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따라 다녀도 절대 돈을 주지 않지만, 안타까움은 지울 수 없다. 6ㆍ25전쟁 직후 미군들에게 초콜릿을 달라고 쫓아다니던 한국의 아이들 모습이 겹쳐진다. 가슴이 갈수록 답답해진다.

   #돈 보스코 지원센터 세워 활동

 그런데 예외가 있다. 김 신부에게만은 아이들이 "Father Kim!"이라고 부르며 달려들어 안긴다. 그 모습이 참 정겹다. 때때로 돈보스코센터에 놀러오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상당수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다. 말라위는 전 국민의 15에 이르는



가톨릭평화신문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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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12장 3절
부와 재물이 그의 집에 있고 그의 의로움은 길이 존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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