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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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말라위 살레시오회 선교현장 취재② ''교육 통해 꿈과 희망을''

뙤약볕 날바닥서 공부하지만 눈망울은 초롱초롱... 학생 8000여 명에 20여 평 크기 교실 5개... 살레시오회 학교 인수 추진 중... 돈보스코센터는 학교 갈 수 없는 청소년 삶 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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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레시오회 살레시오회 릴롱궤수도원과 이웃해 있는 사방고 초등학교는 나무 밑이나 담벼락 옆 그늘이 교실이다.
그곳에 칠판을 달고 수업을 하는 아이들 표정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말라위의 내일을 본다.
 
   아직은 어둑새벽. 희붐한 먼지 사이로 여명이 움터왔다. 수도원 담벼락에 난 샛문을 통해 들려오는 아이들 목소리에 살며시 문을 열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세상에! 수천 명의 아이들이 나무 밑에, 혹은 담벼락 곁 그늘에 앉아 공부에 몰두해 있었다. 교사에게 숙제검사를 받거나 숙제검사는 아랑곳없이 재잘대는 아이들, 공터를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빼곡했다.

 교실이 있기는 했다. 66.116㎡(20평)쯤 될까 말까 한 비좁고 허름한 흙벽돌 교실이다. 그런 건물이 5개 동. 창문이 달려 있지 않아 교실 안은 어두컴컴했다. 그나마 벽에 뚫려 있는 구멍 사이로 빛이 희미하게 비쳐들었다. 유리 창문을 달아놓아도 아이들이 유리를 깨면 변상을 받을 길도 없고 학교 재정도 어려워 건물 신축 때부터 아예 창문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책걸상은커녕 필기도구도 없이 날바닥에 얇은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외에 창고 같은 교무실 건물 1개 동과 지독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이 1개 동씩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행복한 편. 8학년제인 릴롱궤시 23구역 워에라(Woyera)지역 사방고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는 7500여 명에 이른다. 정식으로 학교에 등록하지 않고 다니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8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배움의 터전이다.

 수업은 교실 옆 공터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늘 야외수업이다. 해마다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엔 거의 수업을 할 수가 없어 집으로 돌려보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살레시오회 릴롱궤수도원(원장 김대식 신부)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 초등학교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노상교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학교 부지와 함께 인근 토지를 합쳐 6hr(1만8150평)에 이르는 땅을 미화 3만 달러에 인수키로 지방정부와 지주 41명, 추장 등과 합의했다.

 급한 대로 우선 교실을 50개가량 새로 지어 아이들 교육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장차는 교무실과 컴퓨터실, 강당, 체육관 등을 짓는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문제는 역시 재정이다. 아직 선교기금을 확보하지 못해 인수를 미루고 있다.

 또 학교를 인수해도 당장은 학교를 운영할 인력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말라위에서 초등학교 운영에 관심을 가진 수녀회를 섭외해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녀회를 초청하려는 구상은 다른 제3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말라위도 여성교육이 취약해 초등학교 교육과 함께 여성교육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릴롱궤수도원에서 돈 보스코 기술대학장을 맡고 있는 마이클 음반다마 신부는 "이제 더 이상 초등학교 아이들의 노상교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돈 보스코 성인의 예방교육 시스템을 사방고초등학교에 도입해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이 이뤄지도록 균형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교육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를 주도하는 리더로 자라나면 이들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취재진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수십 명으로 늘어나는 통에 더 이상 취재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을 안고 수도원으로 되돌아와 돈 보스코 청소년센터에 들렀다.

 이 센터는 그나마 초등학교ㆍ중등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삶을 부축하고 있다. 괴냐 산 채석장에서 돌을 잘게 깨는 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는 워에라 지역은 노동자 한 사람이 하루에 1000말라위콰차(8000원)에서 2000말라위콰차(1만6000원)쯤 벌어 전 식구를 먹여 살린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고, 이 아이들은 청소년센터로 몰려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스포츠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그래서 센터 옆에 있는 운동장엔 새벽 4시부터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축구와 농구, 배구, 네트볼(netball, 6인조 여자농구와 비슷한 경기), 무술 등을 배우고 즐기는 청소년들이 북적댄다.

 돈 보스코 청소년센터 책임자 필리라니 가체파(25)씨는 "스포츠와 함께 교육적, 영적 측면에서 각종 세미나나 동아리 활동, 방과 후 교실 등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여러 모로 부족하다"며 "지금은 오스트리아에서 여성 자원봉사자 2명이 와서 1년 예정으로 도와주고는 있지만, 아직 봉사자가 많이 부족한 만큼 더 많은 장기 자원봉사자들이 와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돈 보스코 민속무용팀 `딜리똔스` 단원들이 춤과 노래 연습을 마친 뒤 한데 모여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센터를 빠져나오니 강당에서 신명 나는 북소리와 함께 전통 춤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돈 보스코 민속공연팀 `딜리똔스(Tilitonse)`다. 세 개의 드럼에서 영혼을 일깨우는 듯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남녀 팀원들이 어우러져 연습에 몰두해 있다. 드럼 소리와 함께 팀원들의 몸짓이 갈수록 고조돼 가고,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이들의 노랫소리는 모두의 영혼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북소리, 춤, 노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으려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북소리가 멈추자 북을 치던 고수나 춤을 추던 이들은 한데 모여 서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선



가톨릭평화신문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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