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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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말라위 살레시오회 선교현장 취재③ 기술로 삶의 불씨를 살린다

기술과 인성 겸비한 인재 양성... "착한 기술자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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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피스 줄루(왼쪽)씨와 아이작 반나씨가 일제 수입차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뒤쪽으로 학장 마이클 음반다마 신부가 운행하다가 사고로 전파되다시피 한 SUV 차량이 보인다.
 
   #11월 졸업예정자 73명 전원 취업

   자동차 정비과 실습실에 들어서니 3학년인 아이작 반나(23), 본피스 줄루(25)씨 등이 엔진에 매달려 있다. 뭔가, 해결되지 않는 게 있는 모양이다. 대학 실습실이라고는 해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소박하고 실습 기자재도 부족해 보인다. 수입차 엔진과 부품 몇 개가 겨우 눈에 띌 정도다. 그 곁에 며칠 전 교통사고로 전파되다시피 한 학장 마이클 음반다마 신부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놓여 있다. 파손된 차를 살펴보던 줄루씨는 "학장신부님이 타시던 차는 폐차해야 할 지경이라서 혹시 부품이라도 다시 재활용할 만한 게 있을지 살피고 있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정비능력을 갖춘 착한 기술자가 되는 게 꿈이다"고 전한다.

 공부도 공부지만 이들의 학비나 주거여건, 생활 전반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전기설비과 4학년 뱅스 빈센트 켈센시오(25)씨는 방 세 개짜리 집을 빌려 5명이 함께 쓴다. 방 한 칸에 침대 하나가 고작이다. 방안엔 아무것도 없다. 7남매 중 넷째인 그는 전기 관련 개인사업을 하는 게 꿈이지만, 당장은 생활비 걱정하지 않고 산다면 원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끼니를 거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서다. 학비와 생활비는 선교사들 후원으로 해결한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인데도 학생들은 힘을 낸다. 살레시오회 릴롱궤수도원이 세운 돈 보스코 기술대학은 이들을 위해 자동차 정비ㆍ조적 및 목공ㆍ전기설비ㆍ의상미용ㆍ회계ㆍ전산정보ㆍ호텔경영 등 7개 학과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올해 개교 11주년을 맞는 돈 보스코 기술대학의 연륜은 짧다. 하지만 이제 릴롱궤에서 손꼽히는 2~4년제 기술대학으로 성장했다. 전산정보과(85)를 제외하곤 대부분 학과가 취업률 100를 자랑하는데다 인성까지 겸비한 인재들로 키워내고 있어서다. 오는 11월 졸업하는 졸업생 73명도 모두 취업이 이뤄졌다.


   #골조공사 마쳤으나 완공 미지수

 이처럼 학생들이 실력을 인정받는 이유는 교과과정이 이론 교육에 실습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상미용학과에 들어가니 봉제공장인지 미용실, 네일숍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실습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자동차정비학과나 조적 및 목공, 전기 설비 학과 등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개설한 호텔경영학과는 학생들이 교내 식당을 맡아 조리와 서비스, 청소, 관리까지 책임져 미리미리 경험을 쌓고 있다.

 졸업생 출신 의상미용학과 강사인 크리쉐 치웨자(25)씨는 "우리 학과는 원래 봉제 분야만 가르쳤는데 최근엔 미용으로 영역을 넓혀 새로운 교육 틀을 짜고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가난한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음반다마 신부는 "전 학과가 산업체 실습을 나가면 대부분 학생들이 곧바로 취업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 전반 흐름을 봐가며 전공 및 학과를 바꾸거나 신설해 나가겠다"고 밝힌다.


 
▲ 김대식 신부가 의상미용과 실습실에 들러 재봉질을 하던 남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학의 당면과제는 학생들의 열악한 주거여건을 개선할 기숙사 신축이다. 일단 돈 보스코센터 내 축구장 옆에 여대생 기숙사를 짓고 있다. 4개 동에 방 32개 실과 욕실, 화장실 등을 갖춰 64명을 받아들인다는 구상이다. 현재 골조공사를 모두 마쳤고 남아공에서 수입되는 대로 함석지붕을 얹을 계획이다.

 하지만 추가로 소요될 내외장 공사비가 없어 신축이 언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릴롱궤수도원장 김대식 신부는 "여학생들의 경우 주거 사정이 열악한 것도 문제지만 안전 문제가 더 마음에 걸려 하루속히 기숙사를 짓고 싶은데 1만 7000여 명에 이르는 신자들을 보살필 성당 신축공사가 맞물려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케냐 보이스타운은 모범사례로

 반면 말라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던 중 케냐를 경유할 때 찾아간 살레시오회 케냐관구 `돈 보스코 보이스 타운`은 릴롱궤 돈 보스코기술대학보다 여건이 훨씬 좋았다.

 1985년 독일 가톨릭 원조기구 미제레올의 지원을 받아 케나 수도 나이로비에 세워진 이 학교는 재학생 300여 명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릴롱궤 돈 보스코 기술대학보다 훨씬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었다. 또 전문 기술교육을 받은 수도자들이 교육을 맡아 헌신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었다. 학과 또한 금속기계, 조적, 목공, 전기방 자동차정비, 미술ㆍ디자인 등 10여 개 전공과정을 2년제로 운용하며 전문 기술인을 길러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금속기계학과의 틀이 아주 잘 짜여 있는 듯했는데, 한국에서 취재했던 돈 보스코 직업전문학교와 유사한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나중에 뒷얘기를 들어보니 돈 보스코 보이스 타운은 1967년 한국에 돈 보스코 직업전문학교가 개설될 때부터 30여 년간 청소년기술교육에 헌신한 임충신(보이스 마리노) 수사가 1990년 케냐로 건너가 자문 역을 맡아 세운 전공과정이었다. 새삼 기술교육을 전담할 수도자의 부재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릴롱궤 돈 보스코 기술대학의 안타까운 현실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일과 빵과 천국을 주겠다"는 돈 보스코의 약속이 실현되는 현장이 바로 보이스 타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보이스 타운 교



가톨릭평화신문  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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