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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청소년 미래지기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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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 선생님에게 해진(가명)이는 처음 만난 친구이자 세상을 보여준 통로였다.
이명희 사무국장과 만나 병원놀이를 하고 있는 해진이의 모습.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등대삼아 스스로 ‘빛’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고 건강한 가정을 위한 등불이 되겠다는 일념 하에 지난 2010년 3월 창단된 서강대학교(총장 이종욱) 미래지기 ‘등대’ 사업단이 그 주인공이다. ‘등대’는 1:1 멘토 형식 맞춤형 가정방문 서비스다. ‘등대’ 선생님은 엄마, 친구, 선생님, 상담사 등 아이와 가정이 필요로 하는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는 만능인(?)이다. 강선경 교수(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비롯해 몇몇 뜻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모여 작은 청년사업단으로 시작했던 ‘등대’는 이제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서울 마포구 일대 220여 명의 지역민을 돕는 마포구 지역 사회복지서비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의 문턱, 지역사회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는 미래지기 ‘등대’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 세상을 처음 보여 준 등대

서울 염리동. 해진(가명·9)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가팔랐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경사진 언덕 위 연립주택 3층에 해진이가 살고 있다. 이모와 이모부, 사촌오빠 준수(가명·12),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한부모가정 자녀 해진이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골밀도가 낮아 뼈가 자주 부러지고, 단백질을 섭취하면 절대로 안 되는 병이다. 태어난 후 집과 병원만을 오가던 해진이는 등대 선생님 덕에 처음 세상을 만났다. 새로운 장난감, 새로운 이야기를 갖고 집으로 찾아오는 등대 선생님과 함께 세상을 배웠다. 해진이에게 ‘등대’는 처음 만나는 세상이자 처음 사귀는 친구다. 장난감 놀이, 수영, 미술 치료 등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가며 조금씩 세상과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익히고 있다. 이제 해진이에게도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 오랜 외로움과 침묵에 잠겨있던 해진이는 등대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며, 값진 사랑의 원체험을 하는 중이다.

# 나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습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반지하 방, ‘바퀴벌레 천국’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그 방에 나래(가명·11)·나민(가명·7) 남매가 살고 있었다. 자존감이 전혀 형성될 수 없는 환경, 해진이와 마찬가지로 한부모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나래·나민 남매는 일 하러 간 엄마를 몇 시간씩 기다리며, 좁고 어지럽혀진 방에 방치돼 있곤 했다. 이 아이들은 등대 선생님을 통해 처음 ‘나’를 만났고, ‘나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지난해 4월 이 가정을 찾은 등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먼저 존댓말을 가르쳤다. 잘할 때에는 칭찬을 해 주고, 잘못을 했을 때에는 엄하게 다스렸다. 예절을 익히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귀한 사람임’을 깨달아갔다. 나래 나민 엄마 안진순(가명·41) 씨는 “등대 선생님이 오신 이후로 아이들이 엄마에게 존댓말을 쓰게 됐다”면서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등대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 엄마를 찾아 준 등대

‘등대’는 아이들만을 위한 등대가 아니다. 아이를 교육하는 부모들에게도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경혜(7)는 ‘등대’를 통해 처음으로 엄마와 ‘놀이’라는 것을 했다. 등대 선생님의 도움 아래 경혜 엄마 정둘남(49) 씨도 놀이를 통해 경혜와 처음으로 ‘교감’ 했다. 몇 년 전 사업 실패로 경혜 가족은 심신이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부정적인 말과 거친 행동을 하던 경혜는 등대 선생님을 만나면서 점점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되찾아 갔다. 지체장애 1급의 둘째 민혜도 정서적인 안정을 많이 되찾았고, 방황하던 첫째 양혜(14)도 등대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며 마음을 잡아가고 있다. 정둘남 씨는 “사람공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면서 “등대 선생님을 통해서 아이들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 교육하는 법에 대해 깨닫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둘남 씨는 “내 자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 경혜와 민혜는 등대를 만나고 난 후부터 웃는 날이 많아졌다.
왼쪽부터 등대 사업단 배주은 선생님, 민혜, 경혜, 정둘남씨.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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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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