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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리핀에 기술학교 건립 추진하는 인천교구 고동수 신부

“가난한 이들의 아픔 함께하길”/ 상상하기 힘든 극빈자 위한 도움 절실/ 현지 청소년·청년 위한 기술학교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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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수 신부는 한국의 신자들이 필리핀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년 동안 라면만 끓여 먹었습니다.” 필리핀 바기오 한인천주교회(루르드의 모후 공소)에 파견돼 있는 인천교구 고동수 신부의 말이다. 라면을 특히 좋아해서도,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는 환경이어서도 아니라 지출을 어떡해서든 줄이기 위한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빈곤에 허덕이는 필리핀 어린이 전례단, 복사단과 신자들에게 해줘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아 교구에서 받는 생활비와 활동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 필리핀에 파견된 후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크고 작은 열 가지 이상의 증세가 발견됐다.

고동수 신부는 2012년 겨울 ‘필리핀 바기오 영어 신앙캠프’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3주간 한국에 머물다 지난 9일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영어 신앙캠프 수익금을 필리핀의 가난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모습을 알리고 그들을 위한 기술학교 건립 기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30명 모집을 예상했지만 10명에 그쳤다. 그러나 고 신부는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가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필리핀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2007년 12월 24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비행기 안에서 성탄을 맞이하고 필리핀에 첫 발을 내디딘 후 버스로 3시간을 달려 바기오에 도착한 고 신부에게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삭막하고 막막했다. 한인천주교회 성당은 출입문도 갖추지 못한 허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고 한국인 신자는 아이, 어른을 합해 50명에 불과했다. 현지 할머니들, 어린이들과 성탄미사를 드리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이국 할머니들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정으로 다가왔고 마음 씀씀이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배웠다. 고 신부 자신도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음을 지니기로 다짐했다.

고 신부가 사제로서의 소명을 느낀 결정적 계기는 NGO단체 ‘아시안 브릿지(Asian Bridge)’의 소개로 필리핀 파야타스에서 쓰레기를 뒤져 먹는 어린이들을 목격한 일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고 신부 주변의 극빈자들에게 먹을 것을 줘야 했고 성당과 사제관 건립 등 다급한 현안이 쌓여 있었다.

돈이 필요해 2009년 한인 신자들과 진주 묵주 3000개를 만들어 한국으로 가져와 모두 팔았다. 인천공항 세관에서 묵주를 압수당했다가 마침 신자 직원의 이해와 협조로 돌려받는 우여곡절도 겪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바기오를 방문해 고 신부를 격려하고 성당과 사제관 건축기금도 보탰다.

하지만 성당 안의 모든 성물을 도둑맞고 성당 누전으로 건축 중이던 사제관에 화재마저 발생했다. 고 신부는 이 때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도처에서 답지한 기부금과 바기오교구에서 빌린 돈으로 지금의 어엿한 성당과 사제관을 완공할 수 있었다. 빌린 돈은 올여름 개최한 영어 신앙캠프 수익금으로 모두 갚았다.

고 신부는 바기오에 현지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기술학교를 구상 중이다. 여건만 갖춰지면 처음에는 작은 공부방 형태도 좋다는 생각이다. 서울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 이정은 신부는 고 신부를 만난 자리에서 “기술학교가 개교하면 학생들에게 필리핀 살레시오회에서 기숙사 제공을 고려하겠다”며 도움의 뜻을 전했다. 클라리넷과 피아노에 특기가 있어 기술학교가 세워지면 음악교사를 맡을 계획이라는 고 신부는 “가난하지만 정이 있는 필리핀에서 사제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 국민은행 641301-01-299298 (고동수), 070-8236-1662(필리핀)

 
▲ 고동수 신부가 필리핀 바기오에서 개최한 올여름 영어 신앙캠프 때의 모습.
수익금은 한인성당과 사제관 건축 부채를 갚는데 쓰였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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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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