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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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마니피캇 챔버 콰이어 탄생과 부활

“노래로 함께 주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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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년 전, 그리스도가 우리 곁에 다가왔던 순간을 상상해본다. 칠흑같이 어둔 밤, 추운 겨울바람이 스산히 스며드는 누추한 외양간 말 구유 위에 가장 약하고 힘없는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그분은 우리 곁에 오셨다.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묵묵히 주어진 소명을 다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물리치고 새 생명을 얻는 영원한 영광을 얻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에도, 화려한 조명 위에서 박수와 찬사를 받을 때에도 주님을 향한 찬미와 감사의 변치 않는 마음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묵묵히 주어진 소명을 다 해온 이들이 있다.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지휘 고아라)과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지휘 장윤정)가 그 주인공이다. 어려운 시간을 딛고 일어나 최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담당 이승민·성지호신부) 소속으로 편입돼 서울 동교동 CYC에서 둥지를 튼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와, 그 모태가 된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의 ‘탄생’과 ‘부활’ 이야기를 전한다.

# 탄생

1993년 겨울 서울 혜화동 가톨릭청소년회관 129호, 춥고 소박한 빈 방에 어린 천사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가톨릭 영성을 가득 담은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모인 어린 천사들과 장윤정(카타리나·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초대 지휘자 현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 지휘자) 지휘자는 혜화동 인근 본당에 전단지를 돌려가며 단원 모집에 나섰다.

‘개신교에는 내로라하는 어린이 합창단이 많은데, 우리에게는 왜 가톨릭을 대표할 만한 어린이 합창단이 없을까? 아름다운 아이들의 찬미로 가톨릭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의문과 바람, 열정 하나로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은 탄생했다. 초기 단원 수는 40여 명. 제대로 된 연습실이나 넉넉한 지원은 없었지만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에게는 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것만도 기적이고 행복이었다.

1994년 3월 창단된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은 1995년 10월 창단 연주회를 연 후 한국 합창제, 서울 코랄 페스티벌, 세계 어린이 합창제 그리고 수 차례의 지방 초청 공연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들에게서 빛이 난다’, ‘역시 가톨릭은 다르구나’, ‘소리에 성령이 임한 것 같다’는 찬사가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이마 위로 쏟아졌다.

# 성장과 부활

마음을 모아 주님을 찬미하는 합창 중에 임하는 성령 안에서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단원들은 성장했다. ‘마니피캇 안에서 교회 내 훌륭한 음악 인재로 자라나 각자의 자리에서 맺는 음악적 결실로 교회가 더욱 풍성해지길 바란다’는 창단 목표대로, 단원들은 교회 내 음악적 인재로 자라났다. 단원 중 상당수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거나, 본당 성가대에서 교회 내 음악 인재의 꿈을 키웠다. 2001년 유학길에 올랐다 2006년 귀국한 장윤정 지휘자를 중심으로 단원들은 다시 모여들었다. 청년의 모습이 된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초기 단원들은 ‘다시 함께 노래로 주님을 찬양하자’는 마음 하나로 2007년 청년 합창단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를 창단하기에 이른다. 1993년부터 2007년까지, 24년이라는 세월 동안 스쳐지나간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어져 이뤄낸 결과였다.

어려움도 많았다. 2009년 당시 16명 중 5명의 단원이 중증급성 호흡 증후군 사스(SARS)에 걸리면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단원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챔버 콰이어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 말 빌려 쓰던 연습실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해산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가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와 함께했다.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가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 사목부로 편입되면서 2010년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더욱 뜻 깊은 것인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출신이자 현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 단원인 고아라(데레사) 지휘자가 국내외 내로라하는 쟁쟁한 지휘자들이 지원한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 공채에서 당당히 1등으로 뽑혀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정 지휘자가 된 것이다.

# 영광의 무대

몇 번의 우여곡절과 해산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기 때문일까. 11월 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펼친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의 목소리는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샘물처럼 맑았다.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출신 청년들과 새로 들어온 단원들, 음악 전공자와 비전공자, 남성과 여성, 모든 ‘다름’이 빚어내는 ‘하나됨’은 자연의 소리처럼 조화로웠다.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는 영성적으로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높은 경지에 올라있다. 교회 내 청년 문화의 아이콘이 되고자 모든 청년을 향해 문을 열어놓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출신 작곡 전공 단원들이 만든 자작곡 3곡을 무대 위에 올려 더욱 뜻 깊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모였고, 아무 지원 없이도 행복한 찬양을 이어가고 있는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의 마지막 앙코르곡 가사에는 지난 세월 주님을 찬양하고픈 마음 하나로 영광의 무대에 오른 단원들의 눈물이 묻어있었다.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 이 노래, 이 찬미, 주님의 이름으로 감사.’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 및 챔버콰이어 관련 문의 02-777-8249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 마니피캇 챔버 콰이어 제3회 정기 연주회 리허설 모습.
 
가톨릭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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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빗 11장 17절
그때에 토빗은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밝혔다. 이어서 자기 아들 토비야의 아내인 사라에게 다가가 그를 축복하며 말하였다. “얘야, 잘 왔다. 얘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하여 주신 너의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빈다. 너의 아버지께서 복을 받으시고 내 아들 토비야도 복을 받고, 그리고 얘야, 너도 복을 받기를 빈다. 축복 속에 기뻐하며 네 집으로 어서 들어가거라. 얘야, 들어가거라.” 그날 니네베에 사는 유다인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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