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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영성을 따라서] (4·끝) 가톨릭 영성을 따라서

가난과 겸손을 덕목으로 삼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영성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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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여정을 옮긴 기자단은 ‘청빈’ ‘가난’ ‘무소유’의 사도, 성 프란치스코의 도시 아시시로 향했다. ‘이탈리아의 푸른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지니고 있는 움브리아 지방, 그 가운데서도 수바시오산 중턱에 있는 중세 도시 아시시는 차분하고 평화로운 기운이었다. 서쪽 언덕 기슭의 수도원 건물이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에서 중세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아시시는 그만큼 역사적 예술적 유적들도 방대한 곳인데 프란치스코 성인과의 인연으로 이제는 ‘평화의 도시’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지명이 됐다.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성인이 노래했던 ‘태양의 찬가’ 선율이 들려오는 듯한 움브리아 지방의 평야,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모습으로 순례객들에게 다가서는 수도원 광경은 ‘가난’과 ‘청빈’의 중요성을 설파한 성인의 인상과 겹쳐보였다.

수도원이 있는 언덕은 원래 사형장이 있던 곳으로 ‘지옥의 언덕’으로 불렸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힌 골고타 언덕을 떠올렸다. 그리고 묻히기를 원했다.

이러한 유지를 받들어 ‘시모네 디 푸차렐로’ 라는 한 아시시 출신 귀족이 1226년 성인이 세상을 떠나고 6개월이 지난 후 수도회 가족들에게 서쪽 언덕을 기증했고 이듬해에는 ‘모날도 디 레오나르도’가 언덕 남쪽 끝에 있는 숲을 헌납했다.

성인의 사후 2년이 지난 1228년 3월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성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무덤 성당을 짓도록 했다. 그리고 7월 17일 성당의 머릿돌을 축성했다. 지옥의 언덕이 천사의 언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대성당과 수도원을 가기에 앞서 성인이 처음 공동체를 세웠던 곳 그리고 성인이 숨을 거두었던 포르치운쿨라, 천사들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찾았다.

초기 전기들에서 ‘작은 집’으로 불렸다는 이 장소에서 성인은 첫 동료들과 함께 갈대와 진흙으로 지은 움막을 지었다. 작은형제회의 서막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동료들과 함께한 성인의 삶과 활동은 교회 쇄신을 위한 청빈 운동으로 전개돼 나아갔다.

프레스코화로 돼 있는 성당 전면 위쪽 ‘프란치스코야 너의 청을 받아들인다’라고 적힌 글귀가 마음에 더욱 와 닿는다. 그 아래쪽에는 ‘이것은 영원한 생명의 문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성당 경내 중앙에 작은 경당처럼 자리하고 있는 포르치운쿨라(4m x 7m)에 무릎을 꿇었다. 한 생의 전부를 그리스도를 닮고자 애썼던 성인처럼 낮고 낮은 형태다.


 
▲ 포르치운쿨라, 천사들의 성모마리아대성당 외부 장미정원으로 가는 복도에 세워진 프란치스코 성인의 동상.
흰 비둘기 두 마리는 항상 동상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성당 바깥에는 성인이 욕정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굴렸다는 가시없는 장미밭이 있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성인의 동상을 지키고 있다는 한 쌍의 비둘기도 보였다. 800여 년 전 성인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했다.

대성당과 수도원으로 올라 가면서 중세풍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골목길들을 지났다. 이 지방 특유의 옅은 핑크와 하얀 돌들로 지어진 집들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아시시의 명물이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대성당은 이탈리아 4대 고딕성당 중 하나로 손에 꼽히는, 이탈리아 건축사 안에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지하무덤과 1층 성당 그리고 2층 성당으로 구성돼 있는데, 1253년 5월 23일 교황 인노첸시오 4세가 축성한 것으로 기록이 나타난다.


 
▲ 아시시의 명물이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성 프란치스코대성당.
이태리 4대 고딕성당 중 하나로 손에 꼽히는, 이탈리아 건축사 안에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지하무덤과 1층 성당 그리고 2층 성당으로 구성돼 있는데, 1253년 5월 23일 교황 인노첸시오 4세가 축성한 것으로 기록이 나타난다.
 
 
2층 성당에서는 13~14세기 이탈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지오토의 ‘프란치스코의 일생’ 벽화가 눈에 띈다. 이탈리아 최고의 프레스코 작품이라 했다. 총 28개 장면에서 성인의 생애가 생생히 잘 드러나고 있었다.

유물소성당에는 성인의 수도복과 부제시절 성찬 전례 때 사용됐던 성작, 그리고 이집트 술탄에게서 받았던 ‘상아로 만든 피리’ 등이 전시돼 있었다.



가톨릭신문  201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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