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 쉼터] 청소년의 희망과 미래로 만드는 커피, 카페 다미안

‘커피’라 쓰고 ‘꿈’이라 부른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지난해 10월 서울 휘경2동에 오픈한 카페 다미안.
매니저 허건수(왼쪽)씨와 김지영(오른쪽)양이 청소년 자활을 위해 만들어진 카페 다미안으로 가톨릭신문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주문이 들어왔다. 카페에서 일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김지영(후밀리따스·18)양이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커피다. 긴장된 손놀림으로 포터필터에 커피가루를 채우고, 템퍼로 압력을 가한다. 다음은 포터필터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장착하고 마지막으로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추출구를 통해 커피가 나온다. 이미 카페는 부드러운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이곳은 청소년 자활공동체 쌘뽈나우리가 운영하는 ‘카페 다미안’(대표 최종호 다미아노).



# 커피, 한 잔

지난해 10월, 카페 다미안이 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에 문을 열었다. 모래놀이치료 소품 전문판매 쇼핑몰과 소금판매까지 겸하고 있는 쌘뽈나우리가 이번에는 카페 사업에 도전했다. 물론 목적은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카페 다미안에서는 현재 청소년 4명이 일한다. 매니저 허건수(야고보·30)씨가 청소년들을 ‘일꾼’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장 두 달 남짓, 커피를 내리는 솜씨가 능숙해졌다. 커피라고 하면 아메리카노 밖에 모르던 이들 손에서 하루에도 수십 잔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었다. 외워야 할 커피 종류가 너무 많았다. 이름도 헷갈렸다. 게다가 커피를 뽑는 과정까지 손에 익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손님이 갑자기 몰아치면 당황하기 일쑤였다. 동선도 꼬이고 컵도 여러 번 깨뜨렸다. 주문 받는 일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손님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일은 특히나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적응하는 시기가 지나가자 달콤한 열매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지역에 카페 다미안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근처에 위치한 휘경여고 교사를 비롯해 인근 주민들이 알음알음 찾아왔다. 커피 맛도 점점 안정되어 갔다. 우리커피연구회를 창립한 이정기 선생이 로스팅한 부드러운 원두에다 청소년들이 희망을 담아 만드니 커피 맛은 당연히 일품이었다. 이제는 단골손님도 생겼다. 자신들이 만든 커피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는 지도 경험했다.

매니저 허씨는 “청소년 자활 공간인 만큼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커피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을 트레이닝시키고 있다”며 “커피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했지만 맛을 안정화시키고 카페가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맛있는 커피를 드시러 많이들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커피 만드는 작업.
 
  
▲ 김지영(오른쪽)양이 주문 받는 것을 매니저 허건수(왼쪽)씨가 도와주고 있다.


# 희망, 두 잔

카페 다미안은 산타의 선물처럼 쌘뽈나우리에게 왔다. 같은 건물 2층에 쌘뽈나우리 아동발달센터(센터장 이춘자 수녀)의 개원을 준비하면서 1층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정웅모 신부의 제안으로 카페를 만들게 됐다. 급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실마리가 풀리자 일은 술술 해결됐다. 서울시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 센터장 김보애 수녀의 지인을 통해 이정기씨와 그의 제자 진경씨를 알게 됐다. 진경씨는 카페 다미안 직원들에게 커피의 모든 것을 알려줬다. 또 호텔리어를 초빙해 예절교육도 받았다. 꿈이 무엇인지 잊고 있던 청소년들은 ‘커피’로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이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회를 향해 나가기 위해 지나가야 할 ‘문’이다. 꿈도 새로 생겼다.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김지영양은 “처음에는 커피를 잘 몰라서 이름도 까먹고 많이 힘들었다”며 “그런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자체가 재미있다”고 전했다.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카페 다미안에도 밝은 해가 떴다. 1월부터는 핸드드립 커피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마련돼 있는 파스타와 볶음밥 등 식사 메뉴도 인기가 좋다. 직접 만든 호두파이와 미니 티라미슈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카페 다미안 식구들에는 행복한 미소뿐이다.

매니저 허건수씨는 “청소년들에게 매너와 사회성을 가르쳐 일꾼으로 만드는 것이 카페 다미안의 목적이다”며 “이곳에서 이정기 선생님이 로스팅해주시는 차 같은 커피를 즐기시면서 쌘뽈나우리 청소년들의 미래와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가톨릭신문  2012-01-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9

마태 25장 21절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