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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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모든 사람들이 새하얀 눈처럼 살았으면…

[희망 실은 겨울이야기] 스키장 안전요원 이동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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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겨울이다.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숨을 내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눈부시다. 아름답다. 겨울은 누군가에게 낭만의 계절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냉혹한 한 철이다. 겨울과 동고동락하며 새해 희망을 일구는 우리 이웃들을 만나 겨울 이야기를 들어본다.


 
▲ 하루 2만여 명의 스키족들을 만나는 이동진씨가 리프트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복학 앞두고 스키장서 알바
눈바람 맞으며 추위와 씨름

모든 사람들 따뜻하게 맞아
말 한마디 행동이 곧 기도


겨울이 오면 스키족들은 은빛 설원으로 달려간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무주덕유산리조트. 형형색색의 스키족들이 덕유산 자락에서 쾌속을 즐기는 동안 이동진(미카엘, 22, 전주교구 삼천동본당)씨는 추위와 싸운다.

 그는 해발 1520m 중턱에 있는 쌍쌍 리프트 안전요원이다. 웬만큼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올라오는 코스. 이씨는 눈 덮인 산 중턱에서 하루 2만여 명 스키족들을 만난다. 그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항상 같다.

 "안녕하세요! 안전바 들어주시고요. 조심히 타세요."


 
▲ 눈 덮인 덕유산 자락에서 하루 종일 스키족들을 만나는 리프트 안전요원 이동진씨가 스키족들의 안전을 위해 눈을 정리하고 있다.
 
 
 #매일 새벽 산으로 출근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이들은 다양하다.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젊은이들과 어르신, 외국인 가족…. 어린이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올 때는 엉덩방아를 찧지 않도록 다가가 번쩍 안아준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왔다가 아찔한 경사에 놀라 다시 내려가겠다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도와준다. 다리가 짧은 사람들은 리프트에서 잘 내려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낮춰준다. 리프트에서 떨어져 손목 타박상을 입거나 다리가 아파 눈 위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속상하다.

 지난해 11월 전역한 이씨는 군복을 벗자마자 스키장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안전요원은 확 트인 설원을 바라보며 야간 스키도 즐길 수 있는 부러운(?) 일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씨는 매일 추위와 싸운다.

 산 중턱에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차다. 입을 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르바이트생들과 스키장 숙소에서 함께 머무는 그는 새벽 동 틀 무렵 산으로 출근한다. 스노우 모빌에 몸을 싣고 눈바람을 맞으며 눈 위를 씽씽 달린다.

 "새벽에 찬 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좋아요. 깨끗한 설경을 보면 깨끗해지는 느낌이에요."

 8시 반 개장을 앞두고 그는 동료와 함께 기계실에 들어가 리프트 타이어를 점검하고, 시험운전을 한다. 점심식사는 산 아래에서 리프트로 올려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낮 동안 북적대던 스키장은 밤이 되면 한산해진다. 조명이 들어온 스키장 야경은 눈부시다. 스키, 보드 마니아들이 속도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진다.

 "여기서 번 돈으로 학비 대야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요. 아버지가 곧 정년 퇴직하시거든요."

 군대 간 친구,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친구, 가족 등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면 걱정이 눈처럼 쌓이지만, 온갖 세상 걱정들을 기도로 마무리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기도

 원광대 전기정보통신학과 휴학 중인 이씨는 올 봄에 복학한다. 그는 기계 만지는 게 좋아 전기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악기를 다루는 걸 더 좋아한다. 그는 입대 전 전주교구 밴드부 `창세기`에서 보컬로 활동하며 신앙심을 길렀다.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다.

 "스키장은 제가 살면서 잠시 지나가는 곳이지만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려고 노력해요. 말 한마디와 행동이 곧 기도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마음은 상대방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새해엔 저 자신부터 달라지고 싶어요."

 이씨는 "새해에는 마음이 힘든 사람들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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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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