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 미술인을 찾아서] 퀼트 공예가 정그림씨

쓰레기처럼 보여도 생명력 발견하고, 개체를 엮어내는 과정이 너무나 행복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퀼트 공예가 정그림씨는 ‘모퉁이의 머릿돌’(마태 21,42)이라는 성결구절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천이지만 퀼트 작업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모양도, 무늬도 서로 다른 조각이 엮어 조화를 이룬다. 퀼트 공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 정그림(세라피나)씨가 퀼트에 빠져드는 이유다.

“패치워크를 할 때 막혀서 안 풀리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럼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가 어떻게든 해놓고 보면 서로 어우러져 함께 빛나고 있더라고요.”

정씨의 작업은 주로 ‘모퉁이’를 주제로 이뤄진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마태 21,42)라고 적힌 성경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각자 쓰임이 있다고 주님께서 말씀해주시니 좋았다”며 “쓰레기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명력을 발견하고 개체를 엮어내는 과정이 너무 행복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 있는 소재를 활용했다. 아이들 옷,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싶었다. 최소한의 수고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싶어 생각을 거듭했다. 그가 찾은 결론은 어릴 적 봤던 땋은 발매트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퀼트, 특히 ‘모퉁이’ 작업은 정씨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환경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퉁이’ 작업은 많은 이들에게 환경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

“요즘 쓸모 있는 물건도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것들이 바다와 대기에 떠돌고 있어 걱정돼요.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랑스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어요.”

최근 그는 하염없이 퀼팅만 하고 싶은 시기가 있다고 말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퀼팅에 몰두하다보면 세상에는 솜과 천, 바늘, 실, 쪽가위, 골무 그리고 작가 자신만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천과 솜을 잡고 있는 왼쪽 엄지와 검지에 전해지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바늘귀에 걸린 실이 천과 솜을 통과하면서 그 주위를 진동시키거든요. 물론 소리도 나고요. 그 진동과 소리가 저를 여지없이 붙잡아둡니다.”

젊은 작가 정그림씨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현재의 작업이 앞으로의 작업과 어떻게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걸음 걸음마다 내면에 담아둘 생각이라고, 작품에 표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는 이런 쓰임인가 봐요. 주님께서 주신 삶을 살아가며 달란트를 열심히 활용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가진 것들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1-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9

로마 12장 9절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