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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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한비야 세계시민학교 초대 교장

■ ‘선한 영향력’의 리더십 -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이 손 잡아주는 삶의 모델 제시 / ■ 세계시민학교 초대 교장 - 빈곤·인권·학교 등 주제로 강연 펼치는 등 재능 기부/ ■ 모든 것 하느님의 섭리 - 보다 나은 세상 위한 활동 “주님께선 이미 준비하신 일”/ ■ 가슴을 뛰게 하라 - 오는 5월 남부 수단 방문 예정 “아이들 굶지 않는 세상 만들 것”/ “손이 두 개인 이유, 한 손은 남 도우라는 의미/ 배고픈 아이 위한 굶주림 동참·기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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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고 사람들은 ‘언제나 희망을 솟게 하고’ ‘꿈이 다시 생각나게 하고’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청소년들에서부터 중장년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 가슴 속에 ‘가슴을 뛰게 하자’는, 그 글귀 자체 만으로도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슬로건을 새겨준 ‘바람의 딸’ 한비야(비아·서울 불광동본당)씨를 만났다.

여행작가이자 유엔 중앙 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그리고 오지탐험가 라는 프로필 외에 최근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설립한 세계시민학교 초대 교장에 취임한 그는 이번 학기부터 대학원 초빙 교수로 강단에 선다. 또 고 이태석 신부가 있던 아프리카 남부 수단 파견도 확정되는 등 새로운 행보를 앞두고 있다. ‘비(飛) 야(野)’, 들판을 날아다닌다는 그의 이름처럼.

어느 작가가 표현했듯 벽에 부딪쳐 되튀어 오르는 탁구공처럼 높은 음에 낭랑함을 지닌 목소리. 전 세계 오지를 걸어 다니고 구호 현장을 누볐던 내공이 실린 듯 마디마디 힘이 있었다.

촘촘히 시간 단위로 짜여진 스케줄 속에서도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아버지’ 같은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 했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랑 나눔을 당부했다. 하느님께서 앞으로 계속 뭘 시키려고 하실지 궁금하다는 그는 굶주리는 사람과 배고픈 고통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선한 영향력’

대학생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 네티즌이 꼽은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평화를 만드는 100인에 꼽혔고, 가장 바람직한 여성 리더십의 전형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를 두고 한 매체에서는 ‘선한 영향력’이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했다.

2005년 9월 8일 출간된 이후 100만 권이 판매됐다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판매된 도서 중 가장 영향력을 미쳤던 10위 안에 들었다. 이 같은 기록은 이를테면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대기업 중역이 되어야 성공한 삶이라 여기던 가치관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책을 통해 ‘지구촌(global village)’이 아니라 ‘지구집(global h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람들 마음 안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력을 쏟는 것에 대한 중요성,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나눔과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시선을 심어주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가장 밑바닥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삶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자신의 글에서 ‘선한 영향력’ 이 미치기를 기도했던 그의 기도가 이루어 진 것이다.

보스턴 터프츠대학의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 학위 이수를 위해 한국을 비웠던 지난 2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의 선한 영향력을 잊지 않고, 오히려 더욱 그의 활동 모습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초대 교장 취임은 사람들 안에 다시금 신선한 선한 영향력을 주었다. “지난 10월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이 됐을 때는 ‘잘됐다’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이름도 빛도 없는 교장선생님에다가, 돈도 한 푼 안 받고 온전히 3년간 재능·열정·시간·돈을 기부해야 하는 교장선생님이 된 것에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교장 취임 소식 후 한국의 모든 매체에서 연락이 올 만큼 그의 거취에 관한 관심은 뜨거웠다.

세계시민학교는 2007년부터 월드비전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2006년 그가 받은 광고료 1억 원이 기부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방학 때마다 국내 중소 도시를 찾아 빈곤 인권 환경 다문화 등을 주제로 강연 등의 활동을 벌인다.

그렇게 사람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이유, 특히 청소년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 “얼마 전까지 백수였고 명함도 제대로 없던 사람”인데 본인도 그게 놀랍다는 반응이다.

“‘난 여기까지야’라고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것이 자신의 한계인 것 같은데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 까요.”

답변처럼 들려준 그의 말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댕겨준 이유가 찾아졌다. 가슴 뛰는 것을 향해 멈추지 않는 모습, 늘 한걸음씩 세상을 거슬러 도전하는 그의 발걸음이 무언가 새로운 다짐을 갖게 하고 용기를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가 하는 일은 이전에 사람들이 흔하게 찾던 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슷하게 한 사람도 없었다. 유엔 자문위원도 NGO 출신으로 그것도 아시아 여성이라는 이력은 특별한 케이스다. 그렇게 그가 가는 길에는 대개 ‘처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저를 멘토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그들에 앞서 하얀 눈길을 먼저 간다는 느낌이에요. 이 길이 맞을까, 끝에 낭떠러지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내가 떨어지는건 괜찮은데 뒤에 오는 아이들은 어쩔 것인가 걱정하죠. 그래서 제가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어요. 두려움이라면 그에 대한 두려움이예요.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나 하는….”

두려움, 당황스러움, 외로움 이런 것들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은 그는 “안가본 길을 가는 것이기에, 그래서 기준이 없기에 정말 하느님에게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나하나 고하고 하나하나 물어봐야 한단다. 두려울수록 두리번거릴수록 더 하느님께 매달리게 된다고 했다. 일이 잘될 때는 기도도 설렁설렁 하게 되는데 정말 어려운 일을 당한다거나 간절할 때는 저절로 무릎이 꿇어진다는 고백이었다.

하느님은 ‘아버지’

그에게 하느님이란 ‘아버지’다. 마구 어리광을 부릴 수 있고 응석을 할 수 있는, 그렇지만 잘못 했을 때는 따끔하게 야단을 치시는 분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아주 친했던 기억을 지니고 있는 그는 하느님을 떠올리면 그냥 ‘우리 아버지’ 같은 기분을 갖는다고 했다.

“저희 가족의 신앙은 아버지에게서부터 비롯됐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가톨릭에 입문하시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안타깝게도 세례는 받지 못하셨어요. 그 영향을 받았던 작은 언니가 먼저 성당을 다니게 됐고 그 후 전 가족이 신자가 됐죠”.

그는 중학생 때인 70년대 초반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후 어머니가 세례명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영향 때문인지, 가족 친척들 안에서 본명 ‘한인순’보다는 비아로 더 많이 불렸다. 실생활에서 부르는 이름과 호적상 이름이 다르다 보니 혼란도 생겼고 그래서 ‘보나’ 세례명을 가졌던 언니와 함께 아예 개명 신고를 했다.

하느님에 대한 체험은 긴급 구호 현장에서 더 깊어졌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죽고 어떤 아이는 살고 하는데, 그 운명을 우리는 모르는 거죠. 하지만 죽는 아이가 생기



가톨릭신문  201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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