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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순교여정, 성지 서소문을 만나다] <1> 염수정 주교에게 듣는 서소문 성지 개발 방향

성인 44위 탄생한 세계적 성지로 위상 찾아야... 하느님의 종 가운데 최소 21위 서소문 순교... 쓰레기 재활용 집하장 위에 순교탑만 달랑... 정부, 지자체 등과 힘 합쳐 역사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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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소문 밖 네거리 형장만큼 `잊힌` 성지가 또 있을까.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 125위 하느님의 종 가운데 21위를 배출한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 성지이면서도 성지로서 위상을 찾기가 어려웠다.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기념본당인 서울대교구 중림동 약현본당은 관리에 혼신을 쏟았지만, 본당이 관리를 전담할 수 없는 근린공원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08년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대문형무소가 일제 34년 11개월 강제침탈의 역사를 상징하듯, 서소문 밖 네거리 형장을 포함하는 서소문 근린공원도 조선조 500년 형장의 역사와 더불어 천주교 박해에 따른 상징적 역사 터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교구는 지난해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한양도성 서소문과 천주교 박해`를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가졌다.

 평화신문은 새해 기획으로 `끝나지 않은 순교 여정, 성지 서소문을 만나다`를 마련해 서소문 성지의 순교사와 지나온 발자취, 서소문 근린공원의 현황, 미래와 비전 등을 돌아보고 조망한다.

 먼저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를 만나 서소문 순교성지의 교회사적 의미와 중요성, 성지개발 비전, 세계적 역사문화공간으로서 성지 개발 가능성, 교구와 교구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교구 제1지구장 겸 한강본당 주임 원종현 신부가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염 주교와의 인터뷰는 서소문 밖 네거리 성지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고 비전을 찾으며 신앙선조들의 깊은 믿음의 숨결을 새기고 순교신심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새해 벽두 교구 주교관에서 만난 염수정 주교는 "서소문 밖 네거리 성지는 천주교만의 성지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조선조 500년 역사의 처형지이자 한국 천주교 최대의 순교지로서 세계적 순례지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인간 존엄성 드러낸 세계적 성지

 염 주교는 "1994년 정도(定都) 600주년을 맞은 수도 서울의 600년 역사와 문화전통을 간직한 한양도성 가운데 서소문 성지는 하느님 앞에서 신앙을 증거하고 인간은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순교자들이 죽음으로 보여줌으로써 조선사회가 근대화로, 나아가 현대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데 정신적 토대를 제공한 곳"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서소문 밖 네거리 성지는 조선조 500년 동안 처형지라는 의미 외에 신유(1801년)ㆍ기해(1839년)ㆍ병인(1866년) 박해를 거치며 가장 많은 신자들이 처형된 한국 최대 순교지"라고 강조하고 "이곳에서 순교하신 분들 가운데 44위가 1984년에 시성됐고, 현재 교황청 시성성에 시복 관련 서류가 접수돼 있는 하느님의 종 125위 가운데 21위(~25위)가 서소문에서 순교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교회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는 `서소문근린공원`에 있기에 교구가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공원 지하에 재활용 집하장과 공영주차장, 화훼상가 등이 들어서 있어 성지로서의 의미가 퇴색돼 온 것도 현실이다.

 이에 대해 염 주교는 "지자체나 정부 관계자들도 서소문 근린공원이 역사문화적으로, 또 교회사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순교탑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며 "이는 교회가 이런 역사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처럼 중요한 순교 성지인데도 쓰레기 재활용 집하장 위에 달랑 순교탑 하나만 세워놓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역사의 뿌리를 모르는 것인지 잘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외면돼온 서소문 순교성지가 새 조명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12월 문화관광부와 서울시, 코레일 등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을 발표, 서울시 중구 봉래2가 122 일대에 대규모 국제컨벤션센터 등을 신축하고 인근에 8개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 계기였다. 이에 따라 서소문근린공원도 개발구역에 포함되면서 서소문 순교성지도 `세계 속 성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

 이에 지난해 8월 최창식 중구청장 등 중구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이뤄졌고, 단순히 시민휴식공간에 그치던 서소문 근린공원을 사회, 종교, 근대사적 가치를 지닌 세계 최대 천주교 순교성지로 조성하는 데 합의한 뒤 중림동 약현본당과 연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수준으로 100년 뒤를 내다보며 세계적 역사문화공간 조성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중림동 약현성당을 포함해 명동성당과 서소문, 당고개, 새남터, 절두산 등 12개 성지를 연계하는 순례 벨트를 엮을 생각입니다. 당고개 성지를 포함하는 서울 용산구 신계역사공원과 마찬가지로 서소문 근린공원도 서소문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됩니다. 교회적 관심사 속에서 추진되는 사안이기에 교구도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어찌보면 첩첩산중이다. 국유토지 사용 승인은 기획재정부에서, 역사문화 건축물 국고 지원은 문화관광부에서, 국유지 내 건축은 국토해양부에서 각각 승인이 나야 한다. 또 서소문근린공원을 직접 관장하는 중구, 중구의회와도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기회다.

 이에 따라 서울시 중구와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2월 (사)서울문화사학회 주관으로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한양도성과 4소문, 서소문 밖 형장과 천주교인 사형,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와 서소문, 서소문공원 재개발 및 미래 비전 등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기도로 동참해야

 이제 공은 교회로 넘어왔다. 교구 공동체가 해야할 일은 뭘까. 이에 대해 염 주교는 "서소문 순교 성지는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와 서울시, 중구, 서울대교구가 모두 힘을 합쳐 세계적 역사문화공간으로 제대로 조성할 수 있도록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염 주교는 이어 "서소문 성지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교우들과 주위 분들께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며 "또한 모두들 서소문성지를 꾸준히 순례하며 순교 현장을 돌아보고 잘 가꿔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서소문 순교성지 조성은 교구 힘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도록 순교자들이 전구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서소문순교성지와 서소문근린공원은?

   서울시 중구 의주로2가 16번지 일대 서소문근린공원은 1만 7340㎡(5245.35평)에 이른다. 1973년 11월 건설부 고시 제460호로 공원 조성이 결정된 뒤 1977년에 조성된 공원에는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임을 알리는 `서소문 순교 현양탑`이 세워졌다. 1984년 12월 103위 순교자가 시성된 이후의 일로, 현양탑엔 조각가 임송자(리타)씨 부조가 새겨졌다.

 그렇지만 공원 내엔 순교탑뿐 아니라 각종 휴양ㆍ운동ㆍ편익 시설이 들어서 있고, 지하엔 재활용 집하장(1만 1708㎡, 3541.67평), 공영주차장(3만 7270㎡, 1만 1274.18평), 꽃 상가(6274㎡, 1898.03평)도 자리하고 있어 순교사적지이자 성지라는 사실을 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성지를 관할하는 중림동 약현본당은 1991년과 2009년에 본당 내에 각각 서소문 순교자기념관과 순교성지기념관을 건립함으로써 순교



가톨릭평화신문  201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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