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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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 부익부 빈익빈 악순환 끊는 "나눔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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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과 서민들이 먹고 사는 게 점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국내 재벌 기업들은 최근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골목 상권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몸집 부풀리기가 부의 쏠림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복음적 나눔이 경제활동에 구체적 도움을 줄 방법은 없을까. 경제 민주화가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나눔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포콜라레 운동의 공유경제(economy of communion)에 대해 알아본다.


#사례1
 55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 중구 은행동의 제과점 성심당(대표 임영진)은 투명한 경영과 정직한 세금 납부를 바탕으로 12년째 공유경제 원리를 실천하고 있다.
 수익의 3분의 1은 제과점에 재투자하고, 나머지는 직원과 가난한 이웃에게 돌려준다. 매달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는 돈은 1500~2000만 원이다. 매달 직원의 평균 임금을 산출해 제3세계 가난한 이들에게도 송금한다.
 직원 160명을 두고 있는 성심당은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제과점으로 최근에는 외식사업도 시작했다. 직원 간 일치와 소통을 위해 `한가족신문`을 발행하고, 직원의 가정을 서로 방문하는 한가족방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 직원은 회사의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운영 현황도 함께 공유해 주인의식이 남다르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임영진(요셉)ㆍ김미진(아마따)씨 부부는 사훈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를 소개하며, "여기서 모든 이는 부자와 가난한 이들을 비롯해 거래처와 협력업체 등 모든 직원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사례2
 독일계 두 형제 루돌프와 엔리케 라이볼츠가 설립한 브라질의 제철공장 페마크(Femaq)는 60명의 정규직원이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한다. 페마크의 대주주이자 경영자인 두 형제는 직원들과 기업의 나눔원칙을 고수해왔고, 1991년부터 수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8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공유경제 기업에 동참하면서 두 형제의 회사 경영 방식과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직원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페마크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 12년째 공유경제 기업으로 재화의 공유를 실천하고 있는 대전 성심당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사진제공=성심당
 
 
재화 공유가 핵심… 구조적 불평등 원인 해결
기업 수익 일정액을 가난한 이들 몫으로 환원
복음적 나눔 통한 경제 민주화로 양극화 해소

   포콜라레 운동 창시자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 1920~2008) 여사가 주창한 공유경제의 핵심은 재화의 공유다.

 재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기업의 소유 문화를 `나눔 문화`로 전환하고, 기업의 중심을 돈과 자본이 아닌 인간에게 둔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의 기부문화나 자선활동과는 다른 차원의 이익 환원이다.

 루빅 여사는 1991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을 만나면서 구조적 불평등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공유경제를 제안했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3분의 1을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나머지는 기업에 재투자하고 직원들을 양성하는 기관에 사용하자는 게 골자다. 기업이 창출한 이윤의 일정액을 처음부터 가난한 이들의 몫으로 떼어놓자는 것이다. 수익의 일부를 공유해 새로운 부를 창출함으로써 구조적 불평등의 직접적 원인을 줄여나가자는 취지다.

 한국 포콜라레 운동 공유경제 책임자 신인수(아우구스티노, 51)씨는 "기업이 발전할수록 더 소유하려는 욕심이 강해지는데 이 소유 문화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주는 문화로 바꿔보자는 것이 공유경제 핵심"이라며 "단순하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줘 궁극적으로 초대교회 공동체처럼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는 10~15개의 중소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경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에는 800여 개의 기업이 가난한 나라의 복지 향상을 위해 수익 일부를 재분배하고 있다.

 신인수씨는 "공유경제 역사가 20년으로 길지 않은데다 한국의 공유경제는 각자 자리에서 성냥불을 그어대는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나간다면 불꽃이 되어 사회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빅 여사가 제안한 3분의 1이라는 비율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수익의 몇 를 내어놓든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기업이라는 것은 눈앞의 자본이 아닌 하느님 섭리를 바탕으로 한 `돌봄과 나눔의 경제`에 눈을 돌렸다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포콜라레 영성의 핵심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형제애적 관계를 만드는 것인 만큼 공유경제 기업 내부에서는 공동체 정신과 직원 간의 관계, 고객과 거래처와의 관계도 중요시한다. 경영주가 회사 수익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직원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나눔 문화에 동참하게 된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소셜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혜란(마릴렌, 28)씨는 "이 곳에선 직장생활과 내 삶을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만큼 일터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자동차 부품 생산 회사를 운영하는 이세영(리노, 54)씨는 "모든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면 인간적인 것을 잊어버린다"면서 "종업원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이윤도 공동선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소셜 마케팅 회사를 설립한 염석환(요한 세례자, 41)씨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경제 위기가 몰려오는 근본 이유는 기업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상업관계에서 형제애의 표현인 무상성의 원리와 선물의 논리가 정상적 경제활동 안에 자리 잡을 수 있고,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도전"(회칙 `진리 안의 사랑` 36항 참조)이라고 말했다.

 신인수씨는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는 것은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수익과 자본보다 인간과 관계를 중시하는 성심당 사례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심당 김미진씨는 "기업이 나눔과 공유의 경제를 위해 재화를 나눈다는 것은 모든 인류가 하나 되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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