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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집 아이들, 필리핀을 가다] (2)

소 몬시뇰의 사랑, 악기를 통해 울려 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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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수녀회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단원 60여 명은 3월 13~18일 여덟 차례 공연을 통해 설립자 소 알로이시오 슈왈츠(1930~1992) 몬시뇰의 사랑을 연주했다. 이들은 부모 없는 아이들 아버지로 평생을 바친 몬시뇰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학생들 손에 들린 악기들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깊고 넓은 울림으로 쏟아냈다.


 
▲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단원과 졸업생들이 3월 13일 필리핀 탈리사이 소녀의 집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 "여기 묻힌 아버지 신부님 뵈러 왔어요"

 첫 공연 하루 전날인 3월 12일, 필리핀 세부 밍라닐랴 소년의 집 체육관. 영화 `미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고즈넉하고 유유하게 울려 퍼진다. 오보에를 부는 조민식(도미니코 사비오, 고3)군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민식군은 소년의 집에서 생활한다는 게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했다. 그런데 필리핀에 와서 마음이 바뀌었다. 필리핀 소년의 집 친구들에게 "난 엄마 아빠가 안 계시지만, 여기 묻힌 아버지 신부님을 보러 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민식군은 한국에서 자신을 키워준 `엄마 수녀`도 만났다. 밍라닐랴 소년의 집 내 도티 진료소 소임을 맡고 있는 신 안젤라 엄마 수녀는 민식군을 보자, 사랑의 잔소리를 쏟아냈다. 옆에 있던 학생이 "아우, 우리 수녀님 완전 여전사였어요"라고 하자, 민식군이 "여전사가 이렇게 예쁜 거 봤어?"하며 되받는다. 엄마 수녀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표정은 밝다 못해 행복하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습에 매진하는 동안 밍라닐랴 소년의 집 곳곳에선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야자수 나무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에 열중했고, 마리아수녀회 필리핀 수녀들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한국 학생들 식사준비에 분주했다.

 이튿날 13일 오전 8시. 밍라닐랴 소년의 집 체육관에 모인 1700여 명의 필리핀 남학생들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 찼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캐리비안의 해적` 주제곡,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위풍당당 행진곡, `사운드 오브 뮤직` 삽입곡 등 클래식 선율을 들려줬다. 지휘봉은 소년의 집 졸업생 김상철(하상 바오로, 33, 부산시향 소속)씨가 잡았다. 학생들은 고개로 리듬을 타고 지휘를 따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어 무용부 학생들이 한 달 동안 준비한 부채춤과 난타를 선보였다. 필리핀 아이들은 고전무용과 대나무 춤을 췄다. 필리핀 남학생들이 한국 아이돌 그룹 포미닛의 `핫이슈`에 맞춘 댄스를 선보이자, 공연장은 열광적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공연 후 강단에 선 덴마크 브리온스(18) 학생은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를 쓰지만 알로이시오 신부님 가르침에서 하나됨을 느꼈다"며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자애로운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신부님을 만난 적 없지만 신부님은 우리 삶에 희망과 신앙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밍라닐랴 소년의 집 18년차 교사 제네비 로페즈(40)씨는 "가난한 우리 학생들은 사진으로만 외국인들을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한국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기쁘다"면서 "알로이시오 신부님이 말한 것처럼 각자 재능을 잘 살려 비상하는 독수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무용부 학생, 필리핀 학생들은 3월 13일 저녁 탈리사이 소녀의 집에서 공연을 가진 데 이어 14일 세부 탈리사이 SM 시네마 극장에서 필리핀 소년ㆍ소녀의 집 졸업생과 필리핀 현지인을 위한 합동공연 `마음에서 마음으로`를 개최했다. 800여 명이 객석을 채웠다.

 오케스트라 단원과 무용부 학생들은 이후 16일과 17일에는 카비테주 실랑 소년ㆍ소녀의 집, 17일 그리스도 수도회 등을 방문해 소년ㆍ소녀의 집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클래식과 전통 무용을 선보였다.

 1996년 탈리사이 소녀의 집을 졸업하고 남편, 아이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제베메 마르텔(32)씨는 "한국 학생들이 친동생처럼 여겨져 마음이 뭉클했다"며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감격했다. 마르텔씨는 "소녀의 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상상할 수 없다"면서 "소녀의 집 졸업 후 취직해 장녀로 우리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 월 13일 세부 탈리사이 소녀의 집에서 문화교류 공연이 끝난 후, 필리핀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을 위해 율동과 함께 `해바라기`를 한국어로 열창하고 있다.
 

 
▲ 알로이시오 중고등학교 무용부 학생들이 3월 16일 카비테 실랑



가톨릭평화신문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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