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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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녀들에게 희망 심는 꿈의 학교

소년의 집 아이들, 필리핀을 가다(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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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에밀란 원장 수녀가 교실 문을 열자,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인사하고 있다.
 

매년 각 지역 산속 마을 돌며 학생 800명 선발
설립 23주년 맞아… 학생 3200여 명·교사 74명
소녀의 집 출신 필리핀 수녀 43명도 함께 생활


   "Good morning Sister!"(안녕하세요 수녀님!)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필리핀 탈리사이 소녀의 집. 원장 이 에밀란 수녀와 함께 교실 문을 열자, 수업을 듣던 필리핀 소녀들이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 파란색 교복치마에 흰 블라우스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우리 아이들 참 밝고 예쁘죠?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아이들이에요. 가정부로 일하다 온 아이도 있고요."(이 에밀란 수녀)

# 고등학교 4년 과정 기숙학교

 이 수녀는 해마다 9월이 되면 4개월간 필리핀 각지의 빈민가와 산속을 돌며, 가난한 학생들을 찾아다닌다. 생활고에 시달려 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학생들을 선발해 소녀의 집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선발대상 학생은 12~16살로, 시험 통과 후 면접을 치러야 한다. 주소가 불명확한 산속에 사는 아이들은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해 입학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면접에서는 공부할 의지가 있는지, 생활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 등을 파악한다. 부모의 한 달 수입이 6000페소(한화 약 16만 원) 미만이고, 형제ㆍ자매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 형제ㆍ자매 중에는 소녀의 집 졸업생이 없어야 한다. 고등학교 4년 과정 기숙학교인 소녀의 집을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올해로 설립 23주년을 맞는 소녀의 집 정원은 현재 3200여 명. 해마다 신입생 800여 명이 입학한다. 교사는 74명이다.

 "입학식 날은 참 마음이 짠해요. 묵주알을 굴리며 울면서 들어오는 아이도 있어요. 4년간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니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 수녀는 아이들이 입학하면 수녀들과 입학생들 머리를 감기고 씻기느라 분주하다. 칫솔을 쥐어 주며 양치질하는 법부터 가르친다. 이를 잡고, 손톱도 깎아준다. 아이들이 이를 제대로 닦아본 적이 없어 1,2 학년 때는 치아 스케일링을 여러 번 해준다. 너무 가난해 기본적 생활도 할 수 없던 아이들이다. 입학해도 규칙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빈민가로 돌아가는 아이도 있다.

 마리아수녀회 설립자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은 아이들 영혼을 하느님께 인도하기 위해 가난한 아이들을 먹이고 공부시켰다. 1983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러 필리핀에 온 소 몬시뇰은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거리를 찾는 아이들을 보고, 필리핀에 소녀의 집을 세웠다. 소 몬시뇰은 아이들에게 신앙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쉽게 좌절할 수 있다며 신앙교육을 강조했다.

 이곳 필리핀 소녀들은 2학년 때 소 몬시뇰 일대기에 대해 배운다. 교과 과정에는 교리 시간이 포함돼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미사를 봉헌하고, 매일 저녁 7시에는 함께 모여 묵주기도를 바친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도 기도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기도한다.

 이 수녀는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땐, "수업료를 내지 않는 대신 영신적 수업료를 내달라"고 당부한다. 영신적 수업료는 기도다.

 이 수녀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매일 기도하는데 하느님이 필요한 은총을 주시지 않을 리가 없다"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설까. 마리아수녀회 필리핀 본원은 성소자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소자가 넘쳐난다. 소녀의 집에서 생활하는 필리핀 수녀들만 43명이다. 모두 소녀의 집 출신으로, 수녀들의 따뜻한 돌봄을 받으며 성소의 꿈을 키웠다.

 2003년에 졸업한 데슬리 수녀는 "소녀의 집에서 생활하며 수녀님들에게 받은 것을 나누고 싶어 수녀의 길을 택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이 입회를 반대했지만 지금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데슬리 수녀는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은 필리핀인도 아닌 미국인이었지만 아버지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셨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정규 교과과정과 종교교육은 물론 재봉 및 전기기술도 배운다. 대부분 졸업하자마자 생업에 뛰어들어 가정을 돌봐야 해 기술수업이 특화돼 있다. 아이들은 재봉기술을 배워 교복과 가방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아침마다 화단을 가꾸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일도 아이들 몫이다.

# 가난 극복하는 `배움터`

 소녀의 집을 둘러보는데, 설거지하던 학생이 소녀의 집을 소개해주겠다며 앞치마를 맨 채 따라 나왔다.

 제인 엔젤 카바랄(16)양은 "수녀님들은 내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어 "소녀의 집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좋은 곳으로 알려져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 한다"고 귀띔해줬다.

 친구들과 뛰어놀던 제라쉘 빌리어리얼(15)양은 "설립자 신부님은 우리를 빈곤에서 구해준 영웅"이라며 활짝 웃었다. 5남매 중 장녀인 제라쉘은 올해 12월에 졸업한다. 그의 꿈은 엔지니어가 돼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이 수녀는 "아이들에게 소 몬시뇰이 영신적 아버지로 남아 있도록 우리 수녀들이 신부님 정신을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책임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필리핀 사회에 가톨릭 정신을 잘 퍼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은 필리핀 소녀의 집 열매가 좋다고들 말한다.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이 잘될 뿐 아니라 교사와 의사, 변호사, 회계사로 진출한 졸업생이 제법 많다. 필리핀의 이름난 기업에서도 소녀의 집 졸업생을 선호할 정도로 학생들 평판은 높다.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들은 후배들을 위해 다양한 물품을 후원해준다. 최근에는 졸업생끼리 돈을 모아 성모상을 기증하고, 소 몬시뇰의 동상 제작비도 댔다. 재학생들은 소녀의 집을 졸업하는 순간 후원자가 된다.

 이 수녀는 "우리가 소녀의 집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가난해서 도움을 받지만 자신이 받은 것을 더 어려운 사람에게 돌려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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