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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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섬기는 두 형제는 한마음

필리핀에서 함께 활동하는 구본흥 신부·구본태 수사 형제(그리스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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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 수도회 필리핀 분원에서 장애인과 학생들을 돌보는 형 구본흥(왼쪽) 신부와 동생 구본태 수사.
두 형제가 기술학교 학생을 그네에 태워 밀어주고 있다.
 
형은 필리핀분원장 맡아
동생은 장애인시설 원장
빈민·장애인에게 희망 줘


  골프족들이 즐겨 찾는 필리핀 카비테주 제너럴트리야스.

 5만㎡(약 1만 5000평) 규모의 그리스도 수도회 필리핀 분원에 지적장애인들과 기술학교 학생들이 뛰어논다. 이들 가운데 구본흥 신부와 구본태 수사가 있다. 둘은 같은 부모를 둔 친형제다. 형제는 지적장애인과 행려인 120여 명을 돌보며,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을 위해 기술학교를 운영한다.

 동생 구본태 수사는 먼저 입회한 형이 서울 은평의 마을에서 행려인을 돌보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 수도자의 길을 택했다. 동생 수사는 늘 형을 보며 생각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냄새나고 힘들텐데, 어떻게 하루를 견딜까?`

 형 신부는 그리스도 수도회 필리핀 분원장이다. 동생 수사는 분원에 있는 장애인시설 `그리스도 나눔의 집` 원장이다. 올해 2년째 한솥밥을 먹는다.

 "희망이 없던 이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이 수도회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이지요."(구본태 수사)

 "공부를 마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기적이구나 싶어요."(구본흥 신부)

 기술학교 1ㆍ2기 졸업생 48명의 졸업식이 열린 3월 17일 필리핀 분원 체육관. 졸업생 마크 데오 아빌라(19)군이 긴장된 목소리로 준비해온 소감문을 읽는다.

 "저는 집에서 먹을 것만 찾아다닌 게으른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기술학교를 졸업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고, 인생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진학하지 못한 17~19살 남학생 100여 명은 1년 동안 전기와 용접ㆍ정비 기술을 배운다. 검정고시도 준비한다.

 졸업식이 끝난 오후, 구본흥 신부가 장정원(요셉, 마닐라한인본당 카비테공소 회장)씨와 한 졸업생 집을 방문했다. 카비테공소 한인신자들은 1주일에 두 차례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를 한다.


 
▲ 빈민촌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는 구본흥 신부.
 
 
 20여 분을 차로 달려 산속 빈민가에 있는 졸업생 제더릭(19)군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 수산나(46)씨가 구 신부를 반갑게 맞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일가족 8명이 살고 있었다. 가정부로 일하는 수산나씨는 매달 3000페소(한화 약 8만 원)를 벌어온다. 남편은 아내에게 폭력을 일삼는다. 장남인 제더릭군은 하루 400페소를 받는 용접회사에 취업했다.

 수산나씨는 "신부님 덕분에 제더릭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어두운 부엌에서 음료와 빵을 준비해 대접했다.

 구 신부 일행 뒤로 어느새 동네 꼬마 20여 명이 따라붙었다.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 웃는다.

 "이렇게 행복한 아이들에게 이 가난이 문제가 될까요?"(구 신부)

 구 신부는 구멍가게에서 사탕과 빵을 샀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입가에 함박웃음이 새어 나온다. 구 신부는 아이들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를 해줬다. 구 신부는 "제빵기술을 배워 조그만 빵공장을 차리고 싶다"며 빈민가를 떠났다.

 구 신부와 구 수사는 2년 전 필리핀 분원 설립을 준비하며 틈틈이 빈민촌을 돌면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교리를 가르쳤다.


 
▲ 장애인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구본태 수사.
 
 
 형 신부가 빈민촌을 방문한 동안 동생 수사는 분원에 있는 그리스도 나눔의 집에서 장애인과 행려인들을 돌봤다. 이곳 장애인과 행려인들은 대부분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들이다. 필리핀 정부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이 수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곳에 온다.

 장애인들은 텔레비전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자폐증이 있어 자해하는 장애인도 있다. 신발을 신겨 달라고 하는 어르신에게는 신발을 신겨 주고, 걷는 연습을 하는 어르신을 부축하는 것도 구 수사의 몫이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늦은 밤이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

 "가난한 이들이 없었다면 수도회는 설립되지 않았을 겁니다."

 구 수사는 "이들과 함께 있으면 가난한 이들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 설립자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며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 알로시이오 몬시뇰이



가톨릭평화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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