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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요리와 건강한 사제생활’ 연수

“식생활은 건강한 사제생활과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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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을 할 때는 매발톱 모양으로 재료를 쥐어야 베이지 않아요”.

“볶음밥의 재료는 0.5cm 정도 두께로 썰어야 제대로 된 풍미를 살릴 수 있어요”.

“돈가스에 쓰이는 고기는 애벌튀김 후 한번 더 튀겨야 바삭합니다. 튀긴 재료는 이쑤시개로 구멍을 뚫어 식혀주세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요리학원.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한 교실에는 14명의 사제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에 섰다. 다름 아닌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원장 원종철 신부)의 2012년 사제연례연수 중 3차 프로그램, ‘요리와 건강한 사제생활’ 현장.

이날 첫 요리 실습은 돈가스를 곁들인 오무라이스, ‘오무돈가스’였다. 먼저 야채와 밥을 볶아 계란지단으로 감싸는 오무라이스 만들기가 시작됐다. 2008년 서품 사제부터 올해 금경축을 맞은 사제까지 선후배들이 한 데 모인 가운데, 두 명씩 조를 짜서 재료를 썰고 볶으며 오무라이스에 도전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메모를 하며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상황에 돌입하니 대부분 ‘쉽지 않다’는 표정들이다. ‘칼 쥐는법’부터 생소한 요리 초보들이 대부분인 처지. 불 조절에 실패, 정성들여 시도한 달걀지단이 까맣게 타버리기도 하고 또 서툰 칼질에 손끝이 베이는 ‘사고’도 발생했다. 한두 개 재료를 빠트리기도 일쑤다. 그만큼 각 조리대를 돌며 실습을 돕는 강사 움직임이 바빠진다.

한 시간여의 실습 시간이 끝나고 품평회와 시식을 해보는 시간이 돌아왔다. 각자 만든 요리들이 진열됐고 우수 평가를 받은 사제들에게는 샐러드 재료들이 선물로 주어졌다.

“그간 주변에서 자주 접했던 메뉴이건만 막상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려니 쉽지 않네요. 특히 무심코 먹었던, 오무라이스에 끼얹어진 ‘소스’는 제조가 어렵습니다. 적당한 분량을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고요.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과는 차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음식이라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연수를 신청했다”는 한 사제는 완성된 첫 ‘작품’을 맛보며 “마음 먹은대로 조리가 잘 되지 않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3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요리실습에서 참석 사제들은 ‘오무돈가스’ ‘미소된장국’ ‘순두부찌개’ ‘날치알 계란말이’ ‘진미채무침’ ‘스키야키(등심전골)’ ‘김치찌개’ ‘피망죽순잡채’ ‘부추겉절이’ 등 총 10가지를 익혔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짜여진 메뉴들, 간편하고 쉽게 조리해 볼 수 있는 요리들이 주안점이 됐다. 음식 조리를 설명하는 방식도 기본적인 것에 중점이 두어졌다. 예를 들면 “한 테이블 스푼의 용량은 어떤 것인지” “재료를 볶을 때는 어떤 차례로 해야하는지” “맛을 내는 기본은 무엇인지” 등이다.

연수를 마친 사제들은 요리에 필요한 ‘기본’을 배우고 실제적인 ‘조언’들을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는 의견들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이제는 레시피를 보고 다른 요리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P신부는 “음식도 하나의 문화라는 점에서, 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제대로 먹는 것’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고 연수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 K신부는 “‘기본’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한편 ‘만들고’ ‘먹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나 자신을 어떻게 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사제평생교육원에서 요리강좌를 연수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해부터다. 최근 들어 본당 식복사들이 사제관에 상주하던 방식에서 시간제 가사 도우미 형태로 바뀌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사목 일선에 있는 사제들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독신 생활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사제들의 삶에 있어서 올바른 먹거리와 잘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는 ‘식생활’의 중요성은 건강한 사제 생활과도 직결된다는 입장이 크다. 특히 특수사목과 해외선교에 파견되는 사제 수가 증가하는 상황도 이같은 ‘요구’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는 평이다.

요리 강좌에 대한 사제들의 호응도는 높은 편이다. 올해 사제연수 프로그램이 게시되자 3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 의사를 보내왔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사제서품 50년차 최고참으로 연수에 참가한 이문주 신부(요셉의원장)는 “재미있게 배우고 내가 만든 것을 맛있게 먹은 경험이 신선하다”면서 “사제들이 기본적인 요리를 스스로 하며 몸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열심한 성무활동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신부는 “앞으로의 시대적인 변화를 감안한다면 신학교에서부터 요리 강좌가 마련돼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고 의견을 전했다.

“연수 후 설문 결과에서 대체로 ‘유용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들려준 한호섭 신부(사제평생교육원 부원장)는 “내년에는 사제 개인별 수준에 따라 기초반 고급반 등으로 나눠 연수 내용을 달리해 볼 계획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 재료를 다듬고 볶고 ,조리에 여념이 없는 사제들(위 세 사진).


가톨릭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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