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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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전통문화와 동양생명관 ④의례와 생명

관계적 생명 확인하며 미적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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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문화를 통해 생명의식을 고양시킨다. 보편적 문화 상징 가운데 개인의 고유한 인격을 표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의례다. 따라서 인간 생명성은 의례를 통해 확인되고 의미화 된다고 할 수 있다. 자연생명에서 사회생명으로, 나아가 종교생명으로 고양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의례다.

 의례 가운데 통과의례는 사회적 상징으로서 모든 문화권에서 인격성장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의례를 통해 신과 인간과 자연 상호간 관계를 표현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왔다. 이 점이 종교와 사회의례가 생명문화의 바탕이 되는 까닭이다.

 유교문화권에서 의례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발전하는 가운데 동아시아문화의 특징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의례의 종교라 할 수 있는 유교는 관혼상제를 중요한 사회의례로 삼고 있다. 사회의례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 역할을 제시하고 그 책임을 다하게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례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맡는 고유한 역할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본분과 책임을 인식하는 내적 반성을 동반하게 된다. 이 때 개인 의례는 의례 자체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나아가 사회적 의례를 수행하는 자리가 된다. 이렇게 개인 의례가 사회적 의례와 긴밀히 연계돼 그 의미가 확충되는 것이 유교의 예(禮)다.

 공자는 "예로 선다"[立於禮]는 언급을 통해 의례의 사회적 본질을 밝혔다. 선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서로 마주하는 것으로 사회의식의 시작을 의미한다. 마주 서는 것은 만남을 확인시키고 관계를 성숙시킨다. 공자는 이 단순한 육체의 움직임에서 유비적으로 예의 의미를 도출했다.

 「춘주좌전」에 언급된 대로 예는 인간의 단순한 몸가짐에서 의(義)를 드러내는 인격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공자는 사회적으로 서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네가 서고 싶거든 다른 사람을 서도록 하여라. 네가 다다르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다다르도록 하여라. 가까운 것으로부터 유비하는데 인의 길이 있다." 이것이 바로 개인의례가 사회의례로 확충되는 방식이다.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인식은 사회의례의 참여 조건이다. 사회의례의 참여는 사회적 관계의 인식에서 시작되고 이는 명(名)으로 나타난다. 명이란 이름뿐만 아니라 이름에 따르는 마땅한[宜] 역할, 즉 명분을 의미한다. 선다는 것은 상호간 사회적 명분을 갖추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명분은 사회에서 내재적으로 요청되는 도덕적 명령이다. 공자는 명분의 본질을 옳음[義]으로 설명했다. "군자는 의를 본질로 삼으며 예로써 이를 행하고 겸손으로 이를 표현하며 신의로써 이것을 완성하므로 군자이다." 명분은 또 음운적(音韻的) 유비로 천명(天命)의 내재화로 이해할 수 있다.

 한 인간은 사회 안에서 수많은 사회적 범주를 구성하고 관계를 맺고 있다. 수많은 관계 안에서 부르는 각각의 명분은 그 명칭에 맞갖은 자격을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응답하는 것이 도덕적 의지다. 그러므로 예는 사회적 부름에 대한 거룩한 응답이다.

 의례는 시간과 장소의 질적 변화를 일으키고,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의례의 주체가 되게 하며 거룩하게 한다. 의례는 단순한 모방에서 시작되나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하는 사람 의식에 변화를 불러일으켜 새로운 인격을 갖추게 한다. 전통적으로 관례(冠禮)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기극복[克己復禮]의 계기를 부여하고, 혼례(婚禮)는 "삶의 모든 도리가 부부에게서 비롯된다"[造端乎夫婦]는 「중용」의 가르침대로 윤리적 삶을 이끌고, 상례(喪禮)는 죽음을 인식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깨닫게 하고, 제례(祭禮)는 조상이 마치 살아 계신 듯 예를 다하는 가운데 생명의 근원과 사회적 연대를 일깨운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서사구조와 상징들은 성스러운 가치로 생명의식을 고양시키며, 의례를 통해 인간 생명성은 거룩한 표징으로 나타난다. 의례의 반복성은 삶의 의미를 심화시키고 현재화한다. 의례는 차이를 통해 다양성 안에서 조화를 나타내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의례과정은 연극과 같은 수행성을 통해 삶을 극화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생명성을 약동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의례는 관계적 생명을 확인하고 도덕적 삶을 이끌며 인간 생명을 미적으로 승화시키는 생명문화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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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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