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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생명존중의 생명과학적 의미 ⑤생명의 의미

생명마다 지닌 존재 의미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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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선(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호기심은 생명체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을 채집해 관찰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면서 과학자들은 종마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의 원인에 대해 큰 의문을 품었다.

 대를 거듭해서 나타나는 특성인 유전현상의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한 사람은 가톨릭 사제다. 오스트리아 브륀(현재 체코의 브루노)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아빠스를 역임한 그레고어 멘델 신부다. 그는 완두콩을 재료로 7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유전의 기본적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러나 `멘델의 유전법칙`을 지배하는 실체인 DNA 구조가 밝혀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DNA 구조가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유전자에 의해 대물림되는 유전 원리와 유전자 발현의 정교한 조절 메커니즘에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곧 이어 유전자 발현의 기본 원리를 기반으로 한 생명공학 또는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식량부족, 질병, 환경오염 등 인류 역사에서 풀리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문제의 궁극적 해결방법을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이와 더불어 전자현미경 발명과 각종 생화학적 분석기법의 발달은 유전자의 청사진에 의해 펼쳐지는 생식의 비밀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급기야는 인간의 불임문제를 시험관 아기를 통해 해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이 과정에서 우수한 유전형질을 지닌 가축이나 농작물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인공 형질전환체와 특정 유전자를 지닌 생물을 복제하는 `복제 생물`의 시대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사실 인류는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래 우량 형질을 지닌 가축이나 농작물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자연 친화적인 `육종`이라는 방법으로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오랜시간 생물학적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말엽에 도래한 유전자변형 기술을 포함한 생명공학 기술 적용은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존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드러냈다.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물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미증유의 실험은 과연 인간이 원하는 달콤한 성공 이야기만을 우리에게 전해줄 것인가? 생명공학 기술의 적용에서 파생될지도 모르는 커다란 문제의 하나는 획일화에 따른 다양성의 상실이다.

 많은 생물들은 큰 대가를 치르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큰 노력을 기울인다. 다양성이 사라진 생물의 세계는 급격히 변화하는 지구환경 속에서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 같다.
 오늘 우리가 병충해에 강하고 영양가가 높고 소출이 많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품종이 어느 날 나타날지도 모르는 미지의 병원체 앞에는 그야말로 황금어장일 따름이다. 그 날 이들은 눈 깜박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했고, 인간 평균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켜 영원히 살고자하는 꿈의 실현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공상 속의 허구일 따름이며 지금 현존하는 개체의 복제물은 실제로는 모방체일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한다. 절제하지 못하고 생물을 마치 인간의 소유물인양 착각하며 더 나아가 인간 자신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자만에 도취하는 순간 이 세상의 끝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명체는 나름대로 저마다 충분한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단지 그들을 최소한으로 이용하며 공존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지 파멸시킬 정도까지의 소유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지구는 미증유의 인구증가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과소비는 평화와 사랑이 넘쳐나는 지구공동체가 아닌 탐욕과 오염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변해가는 악순환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분별한 과학기술 이용이 아닌 절제의 미덕만이 우리를 살릴 것이고 우리 후대의 영원한 삶을 가능케 할 뿐이다. 우주공간에서 바라봤을 때 분명 아름다운 이 행성 지구에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음은 하느님의 큰 축복이며 은총이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이제는 우리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차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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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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