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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⑥ 조화로운 생명

모두의 번영 추구하는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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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선(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늦장마에 곳곳이 축축하다. 여기저기 나무 그늘 외진 곳에서 곰팡이와 버섯이 희끗희끗 모습을 보인다. 곰팡이나 버섯은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자기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주로 식물의 죽은 잔해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때로는 동충하초와 같이 동물 잔해에서 영양분을 얻기도 한다. 동식물의 사체에서 영양분을 얻는 셈이어서 어찌 생각하면 좀 으스스하다.

 박테리아와 같은 많은 미생물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이들이 없다면 세상이 좀 더 깨끗해질까? 답은 `아니다`이다. 오히려 사체더미에 덮여 온 세상에 죽음의 정적만이 감돌 것이다. 우리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특별히 고마워해야 할 사람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은 한밤중에 온갖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밤잠을 잃어버린 환경미화원들이다. 이 분들의 수고가 없다면 온 도시가 넘쳐나는 오물과 쓰레기로 며칠도 지탱하기 힘들 것이다.

 생태계에도 식물과 같이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기본적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식물 또는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을 먹이로 하여 살아가는 소비자, 그리고 이들의 잔해나 사체를 분해해 살아가는 분해자가 있다. 분해자는 찌꺼기에서 에너지를 얻고 분해한 기본물질들을 생태계에 되돌려 줌으로써 생산-소비-분해의 새로운 순환고리가 돌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들 중 어느 하나에 이상이 생기면 전체 생태계에 이상이 생긴다. 이렇게 생태계의 구성요소인 생물들은 조화로운 삶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몸 대장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4000여 종류 세균들이 살아가고 있다. 만약 이들이 없다면 우리가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일단의 과학자들이 초파리라는 작은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놀랍게도 태어날 때부터 무균 상태에서 자란 초파리는 일반적 상태에서 낳고 자란 초파리와 비교했을 때 성장이 더디고 각종 질환에 취약한 것을 발견했다. 즉 몸 안 세균이 때로는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많은 세균들은 숙주에게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오히려 숙주의 신진대사를 도와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른바 `공생`의 예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처음 특정 세균에 숙주가 노출되면 일종의 거부 반응과 같은 단계를 거치고 점차 그 세균과 공존하는 단계에 접어든다고 한다. 생물 종간 타협과 협력을 통해 윈-윈 게임의 한 예를 보는 듯하다.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생식 방법이다.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은 단순히 분열함으로써 한 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독립적 생물이 된다. 그러나 인간과 같이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경우 만들어지는 생식세포는 무모하리만큼 많지만 극소수만이 수정해 개체로 발달한다.

 따라서 이 방식은 단순한 세포 분열로 생식의 목적이 달성되는 무성생식보다 비효율적인 듯하다. 무성생식은 보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수 후손을 퍼뜨리는 데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무성생식은 유성생식과 비교할 때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질적 측면에서 매우 단순하다는 취약점을 지닌다. 서식환경이 좋을 때는 단시간 내에 많은 개체를 퍼뜨릴 수 있어 매우 유리하겠지만 위기가 닥치면 일시에 종이 절멸될 수 있는 취약성을 원천적으로 지닌다.

 하지만 유성생식에서는 생식세포의 형성과 수정 과정에서 매우 활발한 유전정보의 섞임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개체마다 독특한 유전정보의 조합을 지니게 되기에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결과를 향유할 수 있다. 유전적 다양성은 변화하는 서식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는 생존 기회를 증진시킴으로써 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유성생식이 성의 분화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생식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생식의 책무를 수행하는 자신에게는 큰 부담이 되겠지만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며 모두의 영원한 번영을 추구하는 살신성인의 자세가 느껴지는 조화로운 삶의 한 단면이다.

 이와 같이 생물계에서는 개체, 종간, 그리고 생태계 전반에 걸쳐 치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우를 범하지 않으면서 모두의 번영을 위한 장엄한 심포니가 연주된다. 결국 생물들의 삶에서 핵심적 가치는 희생, 나눔, 그리고 사랑이다. 하물며 미물들도 그렇거늘 만물의 영장으로 하느님께 선택된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자명하지 않을까? (창세 1,2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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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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