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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생활 속 생명윤리 ①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자살

자살, 더이상 개인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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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명진 교수(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3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계적으로 한국보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는 리투아니아이다. 매일 42명이 목숨을 끊어, 자살이 우리국민의 네 번째 사망원인으로 부상했고 지난 10~20년간 자살률의 증가추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990년 만해도 7.6명이던 것이 1995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 31.2명에 이르렀으니 지난 20년간 자살률이 4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1998년 IMF 위기때에 자살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는데 이는 경제적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IMF 위기가 극복되면서 자살률은 좀 낮아지다가 이후 계속 급상승하는 것은 경제위기론만으로 설명이 힘들며, 다른 사회요인, 예를 들어 가족 지지체계의 약화, 이혼의 증가, 가치관의 변화 등과도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성별 자살률 추이를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2.8배 높다가 점차 여성자살률이 높아져 최근에는 1.7~1.8배까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률은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여성자살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여성이 처해있는 환경이,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살을 얘기하면서 관련된 여러 요인중에서 모방자살이라고 일컫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해 알아보겠다. 베르테르 효과란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이다. 이 말은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했다.

 이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작품이 유명해지면서 시대와의 단절로 고민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2000여 명 이상이 자살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작품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에 의한 베르테르 효과도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에는 이러한 효과가 크게 작용되리라 생각된다.

 자살은 개인적 문제이지만 사회현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경제 성장의 고속화와 함께 개개인은 너무 많은 부담을 진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들보다 많이 벌고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에 급급하다. 우리는 잘살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다. 항상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노력해도 되지 않는 사람들은 좌절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1등이 아니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 관념이 점점 더 강해졌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살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청소부가 되기 위해 20:1 비율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상황이다. 이러한 1등을 향하는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람들과 경쟁에서의 승리강박감이 자살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OECD 3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행복지수 부문에서 24위를 차지했다. 행복지수가 낮은 것과 높은 자살률 사이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자살은 노력을 기울이면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질병이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 당시 자살률이 10만 명당 46명에까지 이르렀던 헝가리는 자살을 국가적 위기로 간주하고 이를 막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자살의 전조인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을 대폭 늘리고,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약물의 판매를 통제하고, 항우울증 약제를 보급하는 등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최고치 때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어 자살예방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높은 이상을 추구한다. 이상이 높은 것도 좋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다가 정작 자신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는 것도 좋지만, 자신 주위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말 좋은 삶이 아닐까? 비록 명예나 돈은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 축복을 받으며 죽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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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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