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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생명 사랑과 인격적 관계의 시작

서울 생명위워회 제24차 학술 세미나 ''인간의 존엄성과 출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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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13일 개최한 `인간의 존엄성과 출산의 가치`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23명(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222개 국가 가운데 217위다. 출산을 축복이기보다는 부담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탓이다. 정부가 저출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다분히 경제적 우려 때문이다. 출산에 깃든 생명의 신비는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대주교)는 1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출산의 가치`를 주제로 제24차 학술 세미나를 열고, 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토대로 다양한 각도에서 출산의 의미를 짚었다.

 염수정(서울대교구장) 대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출산과정에 대한 기술적 개입이 확대되면서 수정되는 순간부터의 인간 존중, 인격체로서의 인간과 성(性) 등과 관련된 중대한 도덕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생명은 하느님 선물이라는 진실에 비춰, 태중의 작은 아기일지라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발표문 요약.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성경의 세계에서 본 생명
(이명기 수녀, 가톨릭대 ELP학부대학 교수)


 성경은 생명의 초기 형태가 어떻고, 또 어떤 과정으로 발달했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오직 `누가` 그 모든 것을 창조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성경은 인간생명을 말할 때 몸과 영혼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은 총체적 존재이다.

 성경은 인간생명이 지닌 전일성(wholeness)의 특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목으로, 목구멍(식도)으로, 숨(호흡)으로, 피로, 영혼으로 표현하는데, 어느 것 하나로 표현해도 그것은 인간생명 전체를 가리킨다.

 신약성경의 복음서를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생명과 관련된 구체적 필요에 대해 망설이지 않고 응답하신다. 생명에 대한 예수의 배려는 그분이 온갖 질병을 고쳐주시는 행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야말로 예수가 목숨 바쳐 수행한 하느님의 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마르 3,4).
 

▨생명 시작의 생명과학적 이해
(김원선 교수, 서강대 생명과학과)


 생물학적 개체로서 인간은 난자와 정자의 융합에 의해 수정란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정자와 난자는 생식을 위해 고도로 분화된 특수세포이지만 유전적으로는 완벽하지 못한 상태이다.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유전적으로 완전함이 성취되고 생명력을 얻으면서 활발한 물질대사와 함께 생명체로서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수정란은 한 개체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와 생명체로서 지녀야 할 기본 특성을 이미 모두 갖췄다. 단순한 세포덩어리로 보이는 배아는 실제로는 생명체의 기본 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것이 생명체가 아니라고 한다면 과연 배아의 정체는 무엇인가.

 단순해 보이는 사안도 막상 경계선에 이르면 그 경계는 멀리 벗어나 있다. 이는 인간 능력이 절대적이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과 가치전도에 의한 편의주의적 경향은 사안을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 낙태ㆍ배아줄기세포 연구ㆍ체세포 복제가 이뤄지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양보할 수 없는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면서 이를 과학의 언어로 합리화하고 인위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출산의례와 생명의식
(이향만 교수,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새 생명의 탄생은 한 집안의 축복이자 경사이다. 출산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성과 인간생명에 대한 경외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생명의식을 보여준다. 전통적 출산의례는 출산과정만이 아니라 한 생명의 잉태를 위한 준비과정인 수태와 출산과 양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이 점에서 혼인식이 출산의례의 시작인 셈이다.

 실질적 출산의례는 태교로 시작해 태어날 아이의 삶을 예견하는 태몽, 출산과 금기, 아기의 장수를 비는 첫 잔치인 백일, 아기가 장차 할 일을 예견하는 돌잡이, 정상적 가족 구성원이 되는 세 돌에서 끝난다. 세 돌은 부모에 대한 삼년상의 근거가 된다.

 사람은 모든 생명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다른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자기 생명의 가치와 권리가 생긴다. 전통적 출산의례는 이러한 생명의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새 생명은 한 공동체에 새로운 희망이자 의미이고 거울이었다. 출산의례는 정성을 다해 새 생명을 경외하는 가운데 생명의 신비를 깨우치고자 했다.


 ▨출산의 의미와 윤리적 실천
(정재우 신부,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자녀를 원하는 부모의 올바른 태도는 자녀의 잉태를 결정하는 분은 따로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녀를 부부의 바람 또는 성취의 대상으로 삼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기다리고 `선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뜻한다.

 부부행위는 인격적이고 책임 있는 사랑의 행위로, 부부가 배우자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동시에 서로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피임을 통해 출산의 책임을 배제하는 부부행위는 전적인 내어줌과 받아들임이라는 부부 사랑의 의미를 손상하며, 시험관아기 시술 등 사랑의 행위가 배제된 출산은 자녀를 지배하고 도구처럼 다룸으로써 자녀 사랑의 의미를 손상한다. 결국 두 가지 차원 중 어느 하나를 배제한 행위는 인격적 의미를 상실하고 감각적 쾌락이나 만족을 얻기 위한 물리적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출산 본연의 의미를 회복한다는 것은 사랑과 인격적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인간 삶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친밀한 관계인 부부 관계와 부모-자녀 관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인격적 관계 안에서 행위자 자신이 인격체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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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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