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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생활 속 생명윤리 ⑥ 현대판 씨받이 대리모는 필요한가?

혈통주의가 부른 자궁의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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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명진(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씨받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조선시대 아들을 낳지 못하는 양반집에서는 은밀히 씨받이를 통해 아들을 얻었다. 이는 유교적 사상 속에서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에서 나온 것으로, 요즘의 대리모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다만 씨받이는 직접 관계에 의해 수정을 하는 대리모이다.

 불법적 대리모 거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언론에서는 대리모 행위를 `생계형 자궁 임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거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매매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 신문사 취재팀이 대리모 지원자를 구하는 글을 올리자 하루에도 20여명 지원자가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지원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아이에 대한 권리를 갖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지만, 많은 사례에서 나타나듯 임신 10개월 동안 대리모에게는 모성애가 생겨난다. 이는 출산 이후 의뢰 부부와 대리모 사이에 아이에 대한 권리 다툼이 생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화 `씨받이`에서 옥녀는 아이에 대한 모성애와 아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이를 낳고 1년 뒤 자살한다. 이처럼 대리모를 경험했던 여성은 아이를 낳은 후 아이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대리모의 아이에 대한 관계가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끝나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베이비 M 사건`은 친권 주장과 관련해 일어난 사건이다. 불임 부부를 대신해 아이를 낳아주고 돈을 받기로 했던 대리모는 막상 아이를 낳자 아이에게 정이 들어 아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리모는 출산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1만 달러를 포기하고 아기를 자신이 키우겠다며 아기와 함께 잠적한 뒤 아이 의뢰부부에게 전화로 `아기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함께 죽겠다고 위협했다. 이렇게 되자 의뢰부부는 경찰과 사립탐정에게 의뢰했고, 대리모는 이에 맞서 법원에 제소했다. 법원은 의뢰부부가 친권을 갖고 대리모가 아기를 만날 권리를 갖는 것으로 판결했다.

 어쨌든 대리모에게는 금전 거래에 의한 윤리 문제가 생긴다. 대리모는 시술과 임신과정 동안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순수한 의도의 대리모가 매매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부부는 출산의 고통을 제3자에게 미룰 수 있다. 그들은 더 젊고 건강한 여성을 고용해 대신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할 것이다. 이에 비해 가난한 여성들은 대리모로 생계를 꾸려나갈 것이다. 인간이 아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인간의 존엄이 저하되는 것이다.

 그러면 대리모의 법적 상태는 어떠한가? 대리모 계약을 무효라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대리모 계약은 여성을 도구화하고 자궁을 상품화한다. 또 아기 매매와 다를 바 없다. 대리모 계약은 가족법에서 친권의 양도를 허용하지 않고, 사적처분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를 계약 목적으로 하기에 가족법 원칙에 위반된다.

 현행 가족법에서는 출산한 여성에게 모권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면 법적 아이 엄마는 대리모 여성이 된다. 이것은 대리모 여성이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 위반행위에 의거, 대리모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고 있다. 따라서 대리모에 의해 출산한 자녀의 경우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한 민법 제869조에 의해 대리모와 대리모 의뢰자의 합의에 의해 입양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대리모 출산을 숨기고 의뢰자의 친생자로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대리모를 통한 아이가 꼭 필요한가?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특히 한국은 부계 혈통주의이므로 다른 핏줄에 대한 배타성이 있다. 입양을 하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나아지긴 했어도 입양을 경시해 여전히 고아수출 세계 4위다. 입양에 대한 인식이 적극적으로 변화한다면 불임부부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국과 독일의 GDP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서독에서 국민 1인당 GDP가 6750달러였던 1976년에 입양가능한 아동 수는 2990명이었고, 입양대기자 수는 1만 7900명이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민 1인당 GDP가 1만 600달러이던 1996년에도 여전히 전체 입양아동 3300명 중 2080명을 해외에 입양 보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혼모 증가와 여성들 불임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미혼모가 출산하는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낼 것이 아니라 불임 가정이 입양하도록 하면 대리모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특히 핏줄 의식을 탈피해 입양을 장려하는 사회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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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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