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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환자를 통해 본 의료 윤리 ③ 줄기세포 치료나 비방(秘方) 치료는 안전한가?(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곧 자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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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위원회 위원)
 
  이번 호에서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진료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 1 : 6년째 루푸스를 치료 받아오던 B씨가 느닷없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외국에 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치료가 잘 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묻자 "치료기간이 길고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줄기세포치료 회사의 연구소 견학을 벌써 다녀왔고, 여러 유명 인사들이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시술은 3~5회 하며, 그때마다 외국으로 가서 3~4일 머물고, 치료비용은 항공료와 호텔비를 포함해 수천만 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괜찮겠지요?"하고 물어왔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2005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의 광풍을 기억할 것이다. 임상시험의 전단계인 전임상시험은 커녕 제대로 된 연구실 시험관내 실험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2만 여명의 환자들에게서 임상시험 등록을 받았고, 결국은 사기극으로 밝혀져 많은 환자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줄기세포 치료 효능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고 우리나라보다 의료수준이 낮은 외국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는 환자들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치료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검증 체계가 소홀한 외국으로 환자들을 비공개적으로 접촉해 데리고 가는 것이다. 줄기세포가 난치성질환 치료제로서 환자에게 사용되기에는 그 효능이 아직 불확실하며, 암 발생과 같이 해결해야 할 부작용들이 남아있다. 치료를 받고 좋아진 환자가 있다는 선전만을 믿고 외국으로 따라나서는 것은 자살행위라 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 줄기세포 치료의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이 요구된다.

 사례 2 : 지난 1년간 피부근염을 치료받고 있는 C씨가 구토와 황달이 나타나 응급실에 왔다. 불과 3주전 정기 외래진료 때에 병의 경과가 좋았는데, 갑자기 응급실에 온 것이다. 그간 얘기를 들어보니 "친척이 병문안을 와서 주위에 똑같은 병을 앓던 사람이 XXX에서 지어준 비방(秘方)약을 먹고 나았다고 권해 그 비방약을 10일 동안 먹었다"는 것이다. C씨는 결국 독성 간염으로 진단받고, 1주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필자에게 오랜 기간 치료받아오던 환자 중에 갑자기 예상치 않은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개 신문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자신만의 비방 치료법이 있다는 광고를 보고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약을 복용한 경우들이다. 그 바람에 본래의 병 치료는 뒤로 미루고 부작용으로 얻은 병을 치료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비방약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는 비방치료법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치료법에 사용되는 치료제는 대부분 식물에서 추출한 것으로 단일물질이 아닌 여러 생리활성 물질이 섞여있는 복합물질이다. 또 채취 시기나 방법 등에 따라 그 성분이 달라질 수 있어 이 치료제가 사람마다 어떤 효과와 부작용을 나타낼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환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비방약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용성이 검증돼야 한다.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때 성인과 소아에 대한 임상시험을 분리해 시행한다. 성인과 달리 소아는 성장과 발육과정에 있고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결과 소아에겐 사용이 금지되고 성인에게만 사용이 허가된 약제들이 있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임상시험제도로 인해 도리어 아이들이 좋은 신약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일례로 수년 전부터 시판되고 있는 새로운 관절염 치료제가 16살 미만 아이들에게는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다. 이 약제는 기존 관절염 치료제가 갖는 위염, 위궤양, 위출혈 등과 같은 위장장애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신약이다. 그러나 소아 환자에게는 위출혈이 반복돼도 이 신약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렇게 성인에겐 사용 허가된 신약이 소아에는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회사가 소아에서 이들 약제 안전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임상시험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고, 규모도 작은 소아 시장보다 성인 시장이 더 매력적이어서 소아 임상시험을 기피한다.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뜻에서 소아에 대한 별도 임상시험을 하도록 한 제도가 오히려 아이들이 신약을 접할 기회를 막는 꼴이 됐다. 기업의 윤리적 사명 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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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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