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ㆍ생명운동본부, 모자보건법 시행 40년 특별 세미나
▲ 모자보건법 시행 40년 특별 세미나 종합토론 시간에 최현일 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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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은 400만 개 난소 세포 중 한 개의 난자와 한 번 사정으로 배출된 약 2억 개의 정자 중 한 개가 만나 이뤄진다. 수정된 세포는 하나의 세포이지만 인간의 유전적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에 이 시기부터 인간 배아다.
정자는 머리 부분에 있는 유전물질을 함유한 핵만 난자 내로 들어간다. 난자는 핵을 포함해 세포의 구성 성분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유지한다. 정자의 핵을 제외한 나머지 세포기관들은 난자의 기관들에 의지하게 된다. 초기 수정 시기에는 정자의 핵과 난자의 핵이 완전히 합쳐지지 않지만 핵막이 없어지면서 둘은 가까이 접근하고 염색체 재배열과 수적 증가를 동반해 세포 분열을 준비한다.
착상 전 인간 배아는 투명대라고 하는 당단백질의 보호를 받는다. 이 보호막은 수정 후 인간 배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수정 전에도 난자를 보호하고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수정 후 5일이 지나면 인간 배아를 구성하는 세포 전부가 이 막을 뚫고 나온다.
자궁내막에 도착한 인간 배아는 자궁내막의 환영을 받는다. 자궁내막은 인간 배아를 안전하게 착상시키기 위해 분열을 통해 많은 세포를 만들어 인간 배아를 둘러싼다. 배아는 태반과 양수를 생성하는 세포들을 분화시키며 인체 각 기관을 만드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수정 후 8주가 되면 인간 배아는 `태아`로 명명하게 된다.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해 태아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762조). 그 결과 태아는 태아인 동안 고유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 여기에는 위자료청구권도 포함된다. 태아 자신에 대한 불법 행위도 성립한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사를 인공중절수술의 주체로 설정한다.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더라도 임부가 고뇌 끝에 상대방 동의를 얻어 의사에게 인공중절수술을 의뢰하면, 의사는 의사의 막중한 윤리 의무에 따른 깊은 고뇌와 신중한 고려 끝에 가급적 출산을 권장하고, 마지못해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에 앞서 정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구조의 조문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모자보건법 14조는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적극적으로 낙태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른바 안락사 규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법이다.
제1항 1ㆍ2호는 우생학이나 유전학적 질환을 이유로 하는 낙태의 허용 범위를 대통령령에 일임하고 있다. 우생학적ㆍ유전학적 정신 장애와 신체 질환은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관점에 따라 종류도 많고 의학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질환을 인공임신중절의 사유로 명시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헌법ㆍ민법ㆍ형법과의 저촉으로 법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기가 없다면 생명 문화의 건설을 바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