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죽고 싶을 때가 많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 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가 없다.…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다." 2002년에 고작 11살짜리 초등학생이 자살하며 남긴 글의 한 대목입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를 드는 것조차 끔찍하지만, 지나친 성적 경쟁으로 자녀가 부모를 방화 살인하고 그 시체조차 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전문가는 말합니다. "이런 사건은 수년간 지속된 갈등으로 발생하고, 갈등을 중간에서 중재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죽음의 문화`가 이웃집에서 이제 막 내 집 문턱마저도 넘어서려고 합니다. 좀 `중재할 사람`은 없는지? `안타까움을 알아줄 사람` 어디 없는지?
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지상에서의 승리를 얻어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전달자`가 되신 천상의 복자 카롤 보이티야, 요한 바오로 2세 말입니다.
♂♀: 「생명의 복음」이란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교회 문헌의 이름은 통상 그 라틴어 본문의 첫 두 단어를 따서 붙입니다. 본 회칙도 그 첫 문장 "Evangelium Vitae penitus implicatum insidet in Iesu nuntio(생명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전파하신 메시지의 핵심입니다)"의 첫 두 단어를 따서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이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내용 이해를 돕고자 관련 주제의 일관성과 분량에 따라 항목을 끊고 일련번호를 부여해 찾기 쉽도록 해주며, 한 항목의 분량이 너무 많으면 단락(§로 표시)을 끊어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의 복음」 1항 §2이라 하면, "인간 구원의 빛이…"라고 시작되는 제1항의 둘째 단락을 의미합니다. 참 친절하고 정교하지요?
♂♀: 회칙이 비무류적이라면 `무류적인` 가르침은 어떤 것이 있나요? 비무류적 가르침(Non-Infallible Teaching)인 회칙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수정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자는 그 교리 및 도덕적 내용에 동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이유는 본 회칙의 원천이 되는 문헌, `무류적인 가르침`(Infallible Teachi ng)으로서 교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헌장`(Constitution)인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이참에 교황문서가 지닌 권위의 등급을 정리하고 가봅시다. 가톨릭대사전을 보면 교황문서는 교황이 입법한 문서(文書), 즉 넓은 의미의 `Constitutio`(헌장)와 교황청 해당 기관이 입법한 문서, 즉 `Decreta`(교령)로 구분됩니다. 또 전 세계 교회에 관한 보편적인 범위와, 특정인물이나 사건에 관한 개별적인 범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분화하면 이렇습니다. ①교황령(敎皇領, Constitutio)은 극히 중대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 교황에 의해 그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문서 중 최고의 권위를 지닙니다. ②교황 자의교서(敎皇自意敎書, motu proprio)는 그 다음 가는 중대한 사안의 것으로, 대개 행정을 다룹니다. ③교황서한(敎皇書翰, Litterae Apostolicae)은 시성 발표, 주교나 추기경 서임, 교구 설정 등 행정을 다루는데, 일반적으로는 청원에 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④회칙(回勅, Encyclica)과 ⑤그 외의 강론(Homilia)과 담화(Allocutio)가 있습니다.
교회 문헌의 표준 언어는 라틴어입니다만 현대어들로도 동시에 발표합니다. 먼저 교황청 공식 일간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가 보도하지만, 교황청 관보(官報)인 `악타 아포스톨리케 세디스`(AAS, Acta Apostolicae Sedis)에 게재될 때 법적 효력을 갖게 됩니다.
나가며 딱딱한 감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회칙의 발표 동기와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인내심을 발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원윈회 교육분과장,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