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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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 <4> 정당방위 아닌 제도적 사형은 불가

인간 존엄성에 부합하지 않고 사회 보호에도 기여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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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문헌과의 오해 가능한 부분이란 무엇인지요?

 지난호에 언급했지만 로마의 많은 학생이 교황님께서 회칙을 발표하신 배경에 대해 알고 싶어했고 그래서 필자가 다닌 교황청 라테라노 대학 당국에서 당시 가톨릭교육성 장관 라기 추기경님을 초대해 설명회를 마련했습니다. 설명회 말미에 브라질 출신 어떤 학생 사제가 회칙 56항 §2의 표현이 혹시 `사형제도의 용인`을 의미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즉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처벌의 본질과 범위를 신중하게 평가하고 결정해야 하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즉 다른 방법으로는 사회를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극단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형벌제도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 그러한 경우는 실제로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극히 드뭅니다.(It is clear that, for these purposes to be achieved, the nature and extent of the punishment must be carefully evaluated and decided upon, and ought not go to the extreme of executing the offender except in cases of absolute necessity: in other words, when it would not be possible otherwise to defend society. Today however, as a result of steady improvements in the organization of the penal system, such cases are very rare, if not practically non-existent.)"(「생명의 복음」 56항 §2)

 나중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교황님은 「가톨릭교회 교리서」(2266항)에서처럼 당연히 `정당방위`를 제외한 `사형 불가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해주셨습니다.
 
 ♂♀: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는데 일부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앞뒤 문맥을 정확히 읽어나간다면 내용의 오해나 혼란의 가능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필자 개인의 입장에서 몇 가지 지적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첫째, 본문 자체가 주는 애매한 표현의 문제입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브라질 학생이 지적한 것처럼 회칙 56항 §2의 표현에서 범죄로 야기된 무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사회를 보호할 수 없어 사형까지 시켜야 하는 경우가 `실제로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아주 드물 것입니다`라고 해서, 마치 `드물게라도` 사형제를 용인(tolerance)해야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정당방위가 아닌 경우 제도로서의 사형은 무질서에 대한 교정에도, 사회 보호에도 기여하지 못하며 동시에 인간 존엄성에도 부합하지 아니하기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둘째, 번역 용어들의 선택 문제입니다. 63항 §1에서 embryo를 배자(胚子)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통상 그 앞에는 human(인간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음으로써 그 자체로 `인격적 존재`라는 점을 충분히 드러내 준다고 보기에 다른 교회 문헌들은 `배아`(胚芽)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번역이 일부 보입니다. 예를 들어 71항 §3의 둘째 줄 "삶의 어느 영역에서도, 국법은…"에서 `삶`보다는 `생명`이 적합하고, 71항 §3의 열한 번째 줄 "…즉 모든 긍정적인 법이 반드시…"에서 `긍정적인 법`보다는 `실정법`이, 73항 §3의 열두 번째 줄 "…잘 알려진 선출된 관리가…"에서 `선출된 관리`보다는 `국회의원` 또는 `선출직 공무원`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딱딱해질까 봐, 싫증들 낼까 봐 노심초사하는 필자의 마음을 천상에서도 헤아려주실까요? 필자의 손을 두 번이나 잡아주셨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따뜻했던 손길로 친히 독자 여러분께 축복해주시길 청합니다. 다음에는 회칙 내용으로 들어가서 서론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교육분과장,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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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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