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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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17>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천부인권'' 먼저

낙태는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의 문제임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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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봉사자 : `강간 후 임신`의 경우에는 교회에서도 낙태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수의 자식까지 낳을 수는 없잖아요?

 참으로 고통스러운 문제입니다. 낙태를 법으로 금지시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조차도 이 경우의 낙태는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모자보건법 제14조 ① 3호 참조).

 다시 질문해봅니다. 그렇다면 그 임신된 태아가 성폭행을 저질렀는가? 천 걸음을 양보해서 그 태아가 범죄의 결과물이라고는 해도, 국가가 `무죄한 생명`인 태아에게는 일종의 사형인 낙태를 허용해도 되는가? 아무 죄 없는 제3자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닌가?

 기껏 고생하고는 진리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부역하게 됩니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 의지로 참된 선을 향해 갈 수는 있지만 그 도덕적 양심은 교육되고 계발돼야 한다는 증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특히 생명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천부인권` 문제이지요.

 

 ♀ 생명봉사자 : 세상은 낙태 책임을 여자에게만 뒤집어씌우지 않나요? 교회도 여성의 비참한 현실을 이해는 할까요?

 `이해`는 해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있지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또한 현실을 모르고 호소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순전히 이기적이거나 편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더 중요한 가치들, 즉 산모 자신의 건강이나 다른 가족들의 생활 수준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 내려질 때, 대개 그것은 어머니에게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로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58항 §4).

 그런 이유로 낙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단언하십니다. <<낙태는 개인들의 책임을 넘어서는 것이며, 개인들에게 가해지는 해악을 넘어서는 것이고, 분명한 사회적 차원을 띠는 것입니다>>(59항 §2).

 그리고 임부 이외의 책임자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십니다. 첫째가 아기의 아버지요, 둘째가 가족과 친구들이며, 셋째가 의사와 간호사입니다(59항 §1). 넷째가 낙태법의 입법자들이요, 다섯째가 낙태를 조장한 보건센터의 행정 담당자들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책임이 있는 이들>>인 여섯째가 성에 대한 자유방임적 태도와 모성 존중의 결핍이 확산되도록 조장한 사람들이고, 일곱째가 가족들에게 재정적ㆍ교육적 도움을 주어야 하는 가정 정책과 사회 정책을 보장하지 못한 사람들이며, 마지막으로 여덟째가 세계적으로 낙태 입법과 확산을 위한 체계적 캠페인을 벌리는 국제기구, 재단, 단체들을 끌어들이는 음모의 조직망입니다. 바로 낙태의 <<죄의 구조>>이지요(59항 §2).

 나가며

 1994년 보스니아 내전 때 세르비아 병사에 의해 `강간 후 임신`한 어느 보스니아 수녀가 수녀원을 떠나면서 자신의 장상에게 보낸 사연입니다.

 "…그분은 제가 분명하고 고귀한 것으로 생각했던 삶의 계획을 파괴하셨고 이제 제가 발견할 필요가 있는 새 계획을 마련하셨습니다.… 만일 제가 엄마라면 아이는 당연히 제 것이지,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설령 제가 이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 아이에게는 엄마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사랑만을 가르칠 것입니다. 폭력으로 말미암아 태어난 아이는 저와 더불어 용서야말로 유일하게 인류에게 영예를 주는 위대한 것이라는 점을 증언하게 될 것입니다."

 원수의 자식이 아니라 `내 아이`요, `국가의 자녀`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

 ※<<  >>는 「생명의 복음」 본문.

이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교육분과장,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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