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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법제화는 ''시기상조''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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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익 신부(왼쪽에서 두번째)가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세브란스병원 사건의 대법원 상고를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4일 열렸다.

 2월 5일 존엄사법안을 대표발의한 신상진(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는 사회 일각의 논의로만 머물고 있던 존엄사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법제화ㆍ제도화하기 위한 공론의 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다수 토론자들은 존엄사법이 보완해야 할 점은 많으나 입법 자체는 꼭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반면 이동익(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신부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존엄사법안은 △말기환자에 대한 정의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 설치 △말기환자의 연명치료 선택권 △연명치료 보류 또는 중단의 이행 △연명치료 등에 참여한 의료진의 책임 면제 △적극적 안락사 등 처벌 △말기환자의 자기결정에 반하는 연명치료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손명세(연세대 교수) 한국의료법윤리학회장은 토론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분명한 개념 정립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말기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중립적ㆍ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전의료지시서는 내용에 따라 생전유언, 계속적 대리 위임장, 신념진술 등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법안은 일률적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환자의 대리결정과 관련된 부분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실장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기계적 호흡 등 생명연장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존엄사에 대해 87.5가 찬성하고, 환자가 본인에게 행해질 치료에 대해 미리 서면으로 작성하는 `사전의사결정제도`에 대해 92.8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 실장은 이어 "의학적 판단과 의사의 양심에 의한 치료결정이 가능하도록 존엄사법안에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임종환자관리지침을 둬야 한다"며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말기환자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밑바탕이 된 사회경제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익 신부는 존엄사법 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신부는 "인간 존재로서 존엄한 속성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환자에게 이미 필요하지 않거나 환자에게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환자를 기계적 혹은 유물론적 관점에서만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부는 "법제화보다는 전문적 지식과 양심을 가진 의료진, 보호자, 원목자, 사회복지 관계자 등이 중심이 되는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한 접근이 환자의 품위 있는 죽음을 가능하게 하는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병원윤리위원회의 활성화를 촉구했다. 또 "김수환 추기경은 기계적 연장장치에 의한 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것뿐이지, 존엄사법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강립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법안 명칭을 논란이 많은 `존엄사법`에서 `연명치료중단 및 보류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는 것을 제안하고, "생명에 관한 문제이니만큼 경제적 요인 등에 의해 악용될 소지를 예방할 수 있는 철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식물인간 상태인 김아무개(76)씨 가족이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 2심 판결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은 바 있다.

 고등법원은 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으로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非可逆的) 사망과정에 진입할 것 △환자의 진지하고 합리적 치료중단 의사가 있을 것 △고통 완화를 비롯한 일상적 진료는 계속할 것 △치료 중단은 반드시 의사가 할 것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가톨릭교회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으나 그것이 환자의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입장이다. 죽음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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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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