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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생명 모르는 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

생명윤리 전문가 공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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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제5회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세 명의 외국 생명윤리학자들을 6일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에서 만나 최근 우리 사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생명윤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들은 인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과학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최근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했다. 유럽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는가?

 ▲피에트로 교수=이탈리아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복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 연구가 허용되지 않도록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바라호나 박사=스페인은 2000년 유럽연방에서 통과된 관련 법에 따라 실험을 위한 배아 생성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체세포 복제를 위해 난자에서 핵을 빼내는 것은 허용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승인하는 셈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무엇이 문제인가.

 ▲피에트로 교수=생명인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는 줄기세포를 만들 수 없다. 한 생명을 희생해서 다른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바라호나 박사=체세포 복제는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인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인간은 공리주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과학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통해서는 2000여 건의 임상실험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비윤리적인 데다가 과학적으로도 기대할 것이 거의 없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노리에가 신부=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이해가 불확실한 사회에서 가능하다. 한마디로 인간 생명이 얼마나 특별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인간 역사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인간은 타인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생명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명이 부부 사랑의 열매로 시작돼야 한다.
 
 -많은 문제점을 지녔음에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에트로 교수=배아 연구는 인공수정 후 남은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삼으면서 출발했다. 인간 배아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배아를 단지 세포 덩어리로만 본 것이다. 거기에 정치ㆍ경제적 이유가 더해지면서 배아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배아연구가 가능한 직접적 이유는 여러 나라에서 이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여기는 과학자들에겐 과학과 윤리가 완전히 별개다.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므로 연구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 생각이다. 그러나 윤리 문제는 모든 연구의 시작과 중간과정, 결과에 항상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만약 배아연구를 허용하면 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들 것이다. 이들 과학자들에게 `배아는 곧 인간`임을 일깨우는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바라호나 박사=과학은 어떤 제약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의 그릇된 사고를 바로 잡는 교육이 필요하다.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과학은 결국 인간을 해치는 과학이 되고 만다. 생명윤리가 의학ㆍ과학 분야의 필수 과목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도 생명윤리에 관한 기본 개념들을 꼭 가르쳐야 한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 생명이라는 것은 과학이 증명한 것이다. 인간 개개인이 각자 고유의 인격을 갖는 인격체라는 것을 이해 못하면 배아는 한낱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며,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노리에가 신부=생명을 바라보는 자세는 크게 생명을 인간 마음대로 조작하려는 자세와 생명의 신비로운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존중하려는 자세로 나뉜다. 생명의 시초를 과학적으로 정복하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인간 생명을 조작하게 되면 인간 생명의 신비스러움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교회가 할 일은 단순히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교회의 임무다. 교회는 세상에 인간 생명을 왜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줘야 할 책임을 지녔다. 인간 생명에 관한 진리는 종교와 무관한 진리이다. 과학 만능주의가 판치는 이 세상에서 교회는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이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일깨워야 한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



 
▲ 호세 노리에가(로마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원 부학장, 기초윤리신학 교수) 신부
 


 
▲ 모니카 로페즈 바라호나(스페인 마드리드 생명보건연구센터장ㆍ마드리드 레이후안까를로스대학 생명윤리 교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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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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