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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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4) 죽음준비교육-하늘소풍 준비하기

모두에게 반드시 오는 것…죽음 공포ㆍ부정적 인식 긍정적으로 변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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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소풍 준비하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과 화해하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죽기 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을 초대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여생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 죽기 전에 어떤 일을 꼭 하고 싶으세요?"
 서울 시립동작노인종합복지관(관장 박중빈) 어르신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인 `하늘소풍 준비하기` 시간. 교육 참가자 20여 명은 강사 설명에 따라 A4용지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하고 있었다.
 "세상 떠나기 전에 주변 정리를 해야겠지요. 한 때 미워했던 사람들과 화해를 하고, 아내와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자식들과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슴에 응어리진 거 다 풀어버리고 떠나게…."
 "재산 정리해서 애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고, 얼마간 기부도 할 생각이에요."
 어르신들이 각자 돌아가며 읽어 내려간 목록에는 그간 살아오면서 털어내지 못했던 욕심과 아쉬움이 절절히 배어있었다. 어떤 어르신은 자식과의 갈등을 털어놓는 대목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지난 시간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설명을 듣고 각자 의견을 나눴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어떤 수업보다 진지했다. 삶의 마무리를 좀 더 잘하기 위해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나도 의식 잃고 쓰러지면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산소호흡기 같은 거 달지 않고 내 명대로 가고 싶어요. 살아 있을 때 좋은 일이나 많이 하고 가야 할 텐데…. 얼마 전에 추기경님 선종 소식 듣고 안구 기증 신청도 했어요."
 "저도 아이들한테 기회 있으면 늘 말해요. 혹시 내가 의식을 잃으면 절대 기계 꽂지 말라고. 그러면 아이들은 질색을 해요. 왜 벌써 죽는 얘기냐는 거지요.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니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막상 내가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동작노인종합복지관과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들이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죽음을 어떻게 잘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죽음 준비학교 `하늘소풍 준비하기` 프로그램을 1년에 두 차례씩 마련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아름답고 편안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죽음준비교육 전문 강사인 유경(47)씨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죽음을 두려움으로 느끼고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늘 염두에 두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17회에 걸쳐 35시간 이상 진행되는 `하늘소풍 준비하기`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웰다잉`(Well-dying), `해피엔딩`(Happy Ending)이다.
 `하늘소풍`(=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을 가듯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여기에 죽음 관련 연극이나 영화를 관람한 후 소감나누기와 장수사진(영정사진) 찍기, 장묘시설 견학하기 등이 포함된다.
 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더불어 자신의 삶과 화해하고 자신의 인생이 가치 있으며 잘 살았다고 깨닫게 하는 것도 교육목표 중 하나다.
 아울러 아름다운 죽음을 맞기 위한 과정으로 `생존 시 유언서`(Living Will), `사전의료지시서`(Advance Directive)의 내용과 필요성을 이해하며, 장기기증이나 호스피스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유언장을 작성해 보고, 법률 전문가에게 유언장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교육 내용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정병서(76) 할아버지도 죽음준비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전에는 죽는다는 게 두려웠는데 이렇게 같이 얘기하고 배워보니까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지난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승자(67) 할머니도 "나이가 들수록 불안하고 아쉽고 초조한 게 사실"이라며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과정인데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준비하니까 더욱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동작노인종합복지관이 `하늘소풍 준비하기`를 진행한 뒤 참가자들의 죽음에 대한 불안태도와 우울증 정도를 조사한 결과, 교육 전에 비해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결과로 보인다.
 동작노인종합복지관 김인옥 과장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죽음 준비학교를 개설했다"며 "신청자가 많아 정원을 늘렸는데도 상당수 대기자를 돌려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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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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