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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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10) 죽음의 5단계,그리고 기대와 희망

기대와 희망 갖고 저 너머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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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앞둔 환자는 주위 사람들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질 때 가장 큰 위로를 받는다.
사진은 호스피스 병동을 방문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환자와 함께하는 모습.
 

병원에서 불치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는다면? 대부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빠질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 박사는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이라는 저서에서 불치병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임종 때까지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를 5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퀴블러 로스 박사가 평생에 걸친 임상 경험과 통찰을 토대로 정리한 `죽음의 5단계`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심리 상태를,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가족, 호스피스 봉사자 등에게는 그러한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죽음의 5단계와 단계별 도움 방법을 소개한다. 언젠가는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야 하고, 또 나 자신이 죽음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의 5단계

 1. 부정의 단계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을 통보받은 환자가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이다. 평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환자가 갑작스런 죽음과의 만남을 통해 죽음을 거부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단계이다. 부정은 환자의 언어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믿을 수 없어.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어"라는 말을 하게 되고, 진단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의사와 병원을 찾아다니게 된다.
 ▶인내심을 갖고 환자의 마음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환자가 현실을 직면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할 경우,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좀더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2. 분노의 단계
 "하필이면 왜 내게…"라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나 사랑하는 사람 또는 병원 직원, 더 나아가 절대자에게까지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가족이나 직원들은 견디기가 매우 힘들다. 분노의 감정을 주위 환경에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간호사에게 자주 불만을 터뜨리며, 의사에게도 불만이 많다.
 ▶환자의 이러한 태도는 주위 사람들의 건강을 질투하는 것이며, 일찍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환자가 이해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준다.
 
 3. 타협의 단계
 부정과 분노를 거친 환자는 타협을 시도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해서라도 미뤄보고 싶은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착실한 행동을 하거나 신에게 헌신할 것을 맹세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는 행동이다. 때로는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기도 하며, 비합리적이고 미성숙한 환상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타협의 상대는 대부분 절대자이다.
 ▶환자 행동이 미성숙할 뿐 아니라 어른으로서 적절치 않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묵살해서는 안 된다. 이런 행동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환자가 현실을 직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4. 우울의 단계
 자기 병을 더 이상 부인하지 못하게 될 때, 증상이 더 뚜렷해지고 몸이 눈에 띄게 쇠약해질 때 환자는 더 이상 웃어넘기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 초연한 태도와 무감각, 분노와 격정은 극도의 상실감으로 바뀌어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수술로 인해 자신의 신체 일부가 상실된 것, 남게 될 가족에 대한 걱정, 삶의 회한 등이 환자를 괴롭힌다. 이 단계에서 환자는 조용히 있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환자가 슬픔에 젖도록 놓아두고, 감정을 표현고자 할 때는 옆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귀담아 들어주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 지나친 간섭은 배려가 아니다.
 
 5. 수용의 단계
 자신의 운명에 더 이상 분노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 단계로, 담담하게 가족들과 지나간 감정들을 이야기하거나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이 시기 환자들은 대개 지치고 쇠약해지며, 감정 반응이 무디어진다. 환자의 관심 세계가 점점 좁아짐에 따라 혼자 있고 싶어하고, 사람이 방문을 해도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닐 때가 많다.
 ▶환자의 느낌을 수용하는 것은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놀라운 영향력을 미친다. 환자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야 한다. 환자는 버림받지 않았다는 확신을 통해 큰 위로를 받는 동시에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기대와 희망의 단계
 퀴블러 로스에 의한 죽음의 단계는 이처럼 5단계로 끝난다. 그러나 알폰소 데켄(79, 예수회, 일본 상지대 명예교수) 신부는 여기에 한 단계를 더 추가했다. 바로 기대와 희망이다.

 이 단계에 있는 환자는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 물론 모든 환자가 기대와 희망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환자의 생사관과 종교, 그리고 죽음준비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엄청난 고뇌를 신앙의 힘으로 승화시킨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인격적ㆍ영성적으로 크게 성숙해진다.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그리고 죽음은 새로운 시작임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기대와 희망의 단계`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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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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