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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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수술 하지 않는 산부읜과를 찾아가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소속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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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손을 놓지 마세요!" 사진은 생후 1개월 된 영아의 손으로,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낙태가 근절돼야 한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경기도에 위치한 ㄷ산부인과. 이 병원 입구에는 `낙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여성들은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발길을 돌린 여성은 2월 한 달에만 10여 명. ㄱ원장의 설득에 출산을 결심하고 돌아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은 불과 지난해 11월 전까지도 낙태 수술을 했던 병원이다. 2007년 개원 후 한 달 평균 10여 차례가 넘는 낙태 수술을 해왔다는 ㄱ원장. 그 중 절반은 미혼여성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기혼여성이었다. 돌이켜보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날이 많았다고 한다.

 "낙태 수술이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죠.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탓이 크죠. 환자들 사정을 듣고 모른 척하는 것도 힘들었구요."

 ㄱ원장이 병원을 찾은 여성들에게서 전해 들었던 자초지종은 거의 비슷했다. `결혼 전이라서``원치 않는 임신이라서``경제적으로 아이를 또 낳을 여유가 없어서``아들이 아니라서` 등등.

 게다가 개원 전 근무했던 대형병원에서도 낙태 수술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이 ㄱ원장의 설명.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이름을 건 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홀가분하다. 지난 10월 중순 동료들과 "11월부터 낙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덕이다. ㄱ원장처럼 `양심선언`에 동참한 의사는 680여 명. 이들은 모두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 산하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원들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두려워 마십시오. 저희 의사들이 당신을 돕고 당신의 아기를 지킬 것입니다`를 모토로 낙태 근절 운동을 좀 더 효율적으로 펼치고자 지난해 12월에 결성된 모임이다.

 갑자기 ㄱ원장이 이런 십자가를 짊어진 까닭이 궁금해졌다. ㄱ원장은 "동료 의사 소개로 진오비에 가입한 후, 생각 없이 저지른 낙태 수술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ㄱ원장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의사가 됐는데 거꾸로 생명을 죽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ㄱ원장은 선후배, 동료 의사들과 함께 누리방에서 토론을 하고, 선진국 실태 등을 연구하며 낙태 없는 사회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또 ㄱ원장은 진오비 활동 전, 낙태 근절 운동은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겼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낙태를 근절시킬 수 있는 사람은 의사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태 수술의 실무자 격인 의사가 앞장서서 사회에 호소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할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낙태 수술이 불법이라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의사들의 몫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요즘 상황만 놓고 보면 고생길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를 자행하는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면서 3000명이 넘는 동료 산부인과 의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데다, 동참했던 일부 의사들마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어서다. 이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보건복지가족부도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불법 낙태 수술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후 실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낙태를 근절하자는 형식적인 공문 한 장도 받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방관하는 이상 완전한 낙태 근절은 힘들지요."

 현재 낙태 수술을 하지 않는 ㄷ산부인과는 수입이 20~30 감소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걱정이 될 터였다.

 "물론 경제적으로 수입이 줄어드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동료 의사들이 낙태 근절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입니다. 자신의 `밥그릇`이 줄어든다는 두려움이죠.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20~30의 수입 감소는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죠. 사회적 시스템을 바꾸는 댓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니까요."

 ㄱ원장은 요즘 선후배, 동료 의사들에게 낙태 근절 운동에 동참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누리방(www.prolife-dr.org)을 소개하고, 낙태 안하는 산부인과 명단 등이 표시된 포스터 등을 보여주며 함께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 살리기 위한 의사들이잖아요. 그것만 기억해도 불법 낙태 수술은 근절될 것으로 믿어요. 주위에서는 `저러다 말겠지`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저와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원들은 사회와 의사들 인식이 개선될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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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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