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마지막 순간, 품위 있도록 도와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 서울 생명위 공동 세미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20일 개최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생명 분야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만큼 뜨거운 감자도 없다. 지난해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이에 관한 지침 마련과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고도 복잡한 함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20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성의교정 의과학연구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를 주제로 2010년도 공동 세미나를 열어 이 문제에 관한 이해를 심화하는 한편 교회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 교회에서 보는 죽음의 의미(노우재 신부, 부산가톨릭대)
 죽음은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비애의 극치로, 인간이 결코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인간의 죽음은 죄의 결과로, 모든 이는 죄와 죽음의 세력 아래 운명적으로 짓눌려 있다. 하느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같은 죽음을 아버지에 대한 자유로운 순종으로 받아들이고 겪으면서 죽음은 사랑의 행위로 변화됐다. 죽음이 저주에서 축복으로, 파멸에서 구원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죽음을 열린 신앙의 마음으로 수용할 때 인간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죽음을 맞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죽음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며, 그것이 닥쳐올 때 겸손하게 수용하라는 것이 교회의 일관된 가르침이다. 신앙 안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임종하는 이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그리스도교 사랑의 계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는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 그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품위 있고 평화롭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법학적 고찰(이원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 형법은 어떤 경우든 사람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형법 제254조는 촉탁ㆍ승낙에 의해 사람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도 처벌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행위도 이에 속하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단절하는 행위는 현행 형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이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생각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운영해온 협의체조차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의체가 연명치료 행위를 무의미한 연명치료 행위로 규정하고, 환자 의사를 추정해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형법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환자의 추정적 승낙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형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초법규적 정당화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논의가 의미 있으려면 연명치료로 인한 치료비용을 가족이 아닌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그 방안에 따라 사회 구성원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형법이 보호하고 있는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방안일 것이다.
 
 ▨ 말기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삶의 완성이다. 죽음의 과정에서 겪는 통증 및 증상의 적절한 조절과 같은 의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관계 강화, 희망과 기대, 영적 신념 등과 같이 인생의 마지막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사람들에게 널리 이해시켜야 한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범국민적 문화운동`을 통해 죽음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종교ㆍ예술문화ㆍ학자ㆍ언론ㆍ시민단체ㆍ정부ㆍ국회 등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료계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임종 진료에 관한 표준 지침을 마련하고 △정부는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종합 대책을 강구하며 △국회는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의료계의 지침 마련, 그리고 정부 대책에 따른 법률을 제정하고 △언론ㆍ종교계ㆍ예술문화단체ㆍ학계 등은 범국민적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 문화운동을 펼친다.
 
 ▨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본 조건과 병원윤리위원회 역할(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연명치료 중단은 인간의 생명권 및 죽음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환자와 환자 가족의 요구, 또는 의사나 병원 당국 등에 의해 임의로 결정될 수 없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환자 보호자의 요청, 담당의사 판단도 비윤리적일 수 있으며, 이는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연명치료 중단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서 담당의사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 양심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병원윤리위원회 구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병원윤리위원회는 말기환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고, 담당의사를 외부 압력이나 이해관계에서 보호하고, 담당의사에게 과중한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환자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윤리위원회는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의료전문가 외에 반드시 생명윤리학자와 성직자를 포함시켜야 한다. 연명치료 중단의 최종 결정권은 병원윤리위원회에 부여할 수밖에 없다. 병원윤리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공명정대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4

시편 17장 15절
저는 의로움으로 주님의 얼굴을 뵈옵고, 깨어날 때 주님의 모습으로 흡족하리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