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명의 문화] 생명윤리법에 대한 검토 (3) 국가윤리심의위 관련 문제점

생명윤리학자는 한 명도 없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홍석영 교수(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정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대통령 소속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 국가브랜드위, 국가정보화전략위 등이 그런 위원회다. 그 위원회 중에는 생명과학기술과 관련된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사항들을 심의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생명윤리심의위)가 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6ㆍ7ㆍ8조는 생명윤리심의위의 설치, 기능, 구성, 운영 등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생명윤리심의위와 관련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생명윤리심의위는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해 매우 중요한 사항들을 심의한다. 이 위원회가 심의할 사항은 ①국가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정책 수립에 관한 사항 ②잔여배아를 이용할 수 있는 연구 종류ㆍ대상 및 범위에 관한 사항 ③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 종류ㆍ대상 및 범위에 관한 사항 ④금지되는 유전자검사 종류에 관한 사항 ⑤유전자 치료를 할 수 있는 질병의 종류 ⑥기타 윤리ㆍ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명과학기술의 연구ㆍ개발 또는 이용에 관해 심의위원장이 부의하는 사항 등이다.
 위원회의 심의 사항이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법률 입법을 서두르면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핵심 쟁점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생명윤리심의위가 이러한 사항들을 일관성 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심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생명윤리심의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핵심 쟁점들에 대한 심의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위원회에 누가 참여하도록 돼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률 제7조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16인 이상 21인 이하로 구성되며, 다음과 같이 세 그룹 위원으로 구성된다. ①당연직 위원으로 6개 부처 장관 즉,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법무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여성부장관, 법제처장 ②생명과학 또는 의과학 분야에 전문지식과 연구경험이 풍부한 학계ㆍ연구계 또는 산업계를 대표하는 위원 7인 이내 ③종교계ㆍ철학계ㆍ윤리학계ㆍ사회과학계ㆍ법조계ㆍ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시민단체 또는 여성계를 대표하는 위원 7인 이내 등이다.
 우선 6개 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시킨 것은 위원회 기능과 관련이 있다. 이 위원회는 심의위원회로서 단순히 자문에 머무는 자문위원회와는 그 위상이 다르다. 법률에 제시된 6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의를 받아야 하며, 의사결정권자는 심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실제적인 행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정부 위원의 참석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볼 때 다수 정부 위원이 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정부의 의도대로 위원회가 운영될 위험이 항상 있다. 만약 정부가 생명과학기술의 육성을 통한 경제 가치 창출을 우선적 정책 목표로 삼을 경우 결국 정부의 의도대로 위원회의 의결 및 결정이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
 특히 동법 시행령 제2조는 위원회 의결 요건을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20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11명 출석에 6명 찬성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이는 전체 위원의 30만 동의하면 의결이 가능한 것이다. 위원회에서 다루는 심의 사항의 중대함과 위원 구성의 복잡함을 고려할 때 의결 요건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법률 목적의 애매성은 이 위원회의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법률이 생명윤리 및 안전의 확보와 생명과학기술을 개발 이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생명과학, 의과학, 산업계와 종교, 철학, 윤리학, 법조계 위원을 동수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의 입법 취지가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생명과학 및 의과학계, 특히 산업계 위원 수는 최소한으로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분야의 의견이 필요할 때는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위원회 의결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달 제 3기 생명윤리심의위가 새로 구성됐다. 그러나 위원회의 구성을 볼 때 법률이 요구하는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의학계와 법학계 위원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종교계, 철학 및 윤리학계, 시민단체, 여성계를 대표하는 위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 과거 1기와 2기 위원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그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편중돼 있다. 특히 종교계 및 전문 생명윤리학자가 한 사람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1-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시편 121장 2절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