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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생명윤리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4) 배아 대상 연구 허용의 문제

배아는 보호해야할 초기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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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영 교수(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법률은 불임치료 과정에서 생긴 잔여배아와 연구목적으로 체세포핵이식을 통해 생성한 체세포복제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모두 허용한다.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배아를 불임 치료법 및 피임 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ㆍ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그 밖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 등에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연구를 수행하려는 기관은 보건복지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한다. 지난 8월 현재 복지부에 등록된 배아연구기관은 58개소, 체세포복제배아연구기관은 6개소다.
 인간 생명 존엄성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법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왜냐면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과정에서, 특히 배아줄기세포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배아는 발생과정을 지속하지 못하고 파괴되기 때문이다.
 배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면, 배아 대상 연구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배아는 바로 인간 초기 생명이다. 생식세포 수정 때부터 발생학적으로 인체를 이루는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 인간 생명체를 우리는 배아라고 부른다. 그 이후에는 태아, 신생아로 불린다.
 인간은 수정란, 배아, 태아 단계를 거쳐 신생아로 태어나고 유아, 소년ㆍ소녀, 청ㆍ장년으로 성장하고 노년으로 삶을 마감한다. 인간 삶의 단계에 대한 이런 구분된 호칭은 어디까지나 호칭일 뿐이며, 이들 간에는 그 어떤 질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신생아, 유아, 소년ㆍ소녀, 청ㆍ장년, 노년의 생명이 소중하듯 인간 초기 생명인 배아 생명도 소중하다. 인간 초기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배아 시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인이다.
 법률에서는 배아를 `수정란 및 수정된 때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 분열된 세포군`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배아를 세포군이라 정의한 것은 옳지 않다. 왜냐면 배아는 세포군, 즉 세포덩어리가 아니라 인간 초기 생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정의는 배아가 인간 생명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수정돼야 한다.
 생명윤리 원칙 중 생명의 근본 가치 원칙에 따르면, 생명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근본적 가치를 가진다. 인간 생명은 인간 존재를 완전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이다. 인간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려면 반드시 우선적으로 생명이 있어야 한다. 생명이 없다면 다른 그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 생명은 인간으로 존재하고 활동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 생명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 의학이나 생명 과학은 생명의 근본 가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생명윤리 원칙 중에는 `악행 금지의 원칙`이 있다. 의학 및 생명과학 연구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원칙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인류는 나치가 범한 인체 실험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며 `뉘른베르크 강령`을 마련했다. 이 강령은 "인간 대상 실험은 모든 불필요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과 해악을 피할 수 있도록 수행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런 원칙들에서 볼 때, 배아 대상 연구는 마땅히 금지돼야 한다.
 독일은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수입 및 사용과 관련하여 배아보호확보를 위한 법률`을 2002년에 제정해 자국 내에서의 배아줄기세포 획득을 금지하고 수입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추진했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이 미국 내 사법적 판단에 의해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줄기세포 연구개발 활성화 및 산업경쟁력 확보 방안 보고회에 참석해 줄기세포 연구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검토가 요청된다. 배아줄기세포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배아 파괴가 일어나므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 생명 가치가 경제 가치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인간 생명 존엄성과 관련해 인종 차별, 성 차별, 노인 차별 등이 그르듯이 인간의 초기 생명에 대한 차별 역시 그르다. 우리의 생명 보호 의식은 날로 신장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ㆍ유아의 생명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우리의 이런 관심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인간의 초기 생명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허용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은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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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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