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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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③ 말기환자에게 진실 말하기

유대관계 속 사랑으로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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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계명의 여덟번째 계명 `이웃에게 거짓증언을 못한다`(출애 20,16)는 내용은 의료윤리에도 적용된다.

 도덕률에 따라 어느 누구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은 분명히 거짓된 대답을 해서는 안 되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 있는 그대로 다 말해 줄 수 없는 경우들도 직면한다. 특히 환자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겨 낼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분명히 의사들이 사실을 솔직히 말해 줄 의무를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의무는 다른 모든 의학적 인간적 고려보다 앞서는 것이다. 환자의 영원한 구원과 정의, 사랑의 의무 수행을 방해할 위험이 있는데도 그 자신과 그 가족에게 진실을 숨긴 채 거짓으로 안심시켜서는 안 된다.

 의사는 자기가 판단하기에 언제나 환자의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을 할 뿐이며 의사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것이 잘못이라는 핑계로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변명하려고 한다면 잘못된 일이다.(교황 비오 12세 회칙 「그리스도교 원칙들과 의료직」)

 누군가에게 그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해야 하는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특히 임종환자에게 이 권리는 매우 중요하다. 진실된 정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올바로 알아 지금의 상태를 수용하고 자신의 지상에서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진지하고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만일 진실에 입각한 정보를 올바르게 제공하지 못한다면 환자에게서 진실된 정보를 알아야 할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것인데 그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 정보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서는 안 되며, 치료 역시 환자가 동의한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 할 책임이 있다.

 말기 환자에게 진실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의료인들은 분별력과 인간적 재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의무는 진단과 이에 대한 처방에 관해 그저 객관적이고 냉담한 태도로는 이뤄질 수 없다. 진실을 남김없이 말해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사실을 다 말해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랑과 친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태도는 이러한 친교에 적절한 여러 방법들로 환자들을 돕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야기를 꺼낼 적절한 시간과 표현을 찾으려면 환자들을 신뢰하고 수용하는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환자들의 정서상태를 잘 파악하고 존중하며 말하는 방식이 있다. 그런데 이 방법도 앞의 것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질문을 재치있게 하기도 하고, 또 짜증을 내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환자는 점차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된다. 누구든 환자와 함께 하고자 하고 환자의 운명에 민감해지기를 바란다면, 진실과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 얘기하는 것이 가능한 단어와 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관련자들의 감수성과 수용능력에 따라 또 환자 상태와 그의 대인 관계 능력에 따라 각기 경우는 다르다. 환자 주위 사람들이 눈치껏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으려면 환자가 진실에 대해 어떠한 반응-반발, 좌절, 체념 등을 나타낼지를 예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말한 내용의 정확성이 아니라, 환자들과의 유대관계이다. 이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있는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다가오지 않고, 죽음은 더 이상 괴로운 것이 아니다. 환자는 고독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고, 죽음의 저주를 받았다고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환자에게 진실을 전달할 때 그 환자는 절망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면 이 진실이 그로 하여금 나눔과 친교 관계 안에서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자신의 병과 홀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이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명은 의미가 있으며 죽음조차도 낙관적이고 초월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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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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