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명의 문화] 우리 선조들의 생명존중 ③ 민예품에 나타난 자연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필자는 학생시절 역사수업 시간에서조차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건축의 우수성은 물론 세계적으로 자랑거리인 우리 민예품과 그 속에 선조들의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생명존중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지난 후 이를 깨닫게 됐다.

 민예품이란 서민사회에서 이름 없는 공장(工匠)의 손으로 가식 없이 만들어져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물품이다. 민예품에는 선조들 정서와 숨결이 배어 있다. 선조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완상해 왔던 목공예품과 도자기에서 선조들의 고귀한 생명존중 사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목공예의 자연미
 우리나라는 양질의 석재가 많아 궁궐, 종묘사직, 사찰, 서원 등을 지을 때, 선조들은 돌로 집을 지을 생각을 했을 법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목재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돌은 무생물이고 차갑지만 나무는 생물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수 있겠다. 또 거칠고 큰 것보다는 작고 아기자기한 묘미를 더 즐겼을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토목공사로 자연파괴를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목공예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조상들의 자연에 대한 애착은 조선의 목공품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조선의 목공품처럼 소재의 자연미를 살려서 인공의 선과 면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미술품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조선의 목공예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자연미를 체득할 수 있으며, 그들의 자연에 통하는 마음을 그 목공예의 형태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다"고 평했다.

 또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조선의 목공품은 "작위(作爲)가 없고 미망(迷妄)이 없고 자연의 의지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며 자연을 쫓아 더욱 자연에 작용하며, 모두가 자로 재서 만든 것이 아니므로 정밀한 데는 없지만, 그만큼 여유가 있고 따뜻하며, 이지(理智)의 작품이 아니며 유순하고 태평스럽고 온화하다. 그것은 자연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평가에 우리는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선조들이 목공예품을 만들 때 소박한 선과 나무의 결을 살리고 검소하면서도 견고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목공예품에 대해 "인공 이전, 미 이전의 세계에서 일하며 형용할 수 없는 불후불멸(不朽不滅)의 미를 만들어내고, 소재가 가지는 자연의 미를 의식적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성과요 감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는 평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자연미를 아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도자기의 자연미
 조선 도자기에 나타나는 자연미에 대해 "조선 도자의 기본적 특색은 결국 `자연`이라는 말로 귀결될 것이다. 미사여구를 써서 갖가지 표현이 나올지 모르나, 결론은 결국 다른 한국미술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연`이라는 말 한마디로 귀결될 것이다"는 비평 속에 함축돼 있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청화백자에 나타난 문양을 본다면 누구나 이 비평을 수긍할 것이다.

 ▶자수공예의 자연미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자수품은 다른 민예품과 같이 민족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전통자수의 특징은 다른 나라 자수와 달리 어떤 규정이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대담한 생략과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 전통자수에서, 특히 병풍자수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초고공예(草藁工藝)의 자연미
 도처에 흔한 완초(莞草), 짚, 갈대, 부들은 유성(油性)의 각피가 알맞게 덮여 있어 수분 침투가 어렵고 잘 끊어지지 않는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공예품으로 일찍부터 많이 이용했다.

 우리나라 화문석(花紋席)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평을 받았다. 화문석 문양은 호랑이, 학, 까치, 원앙, 대나무, 소나무, 바위 등이 적당히 어우러져 있기도 하고 또는 용과 봉황을, 또는 매화, 모란 등의 꽃과 함께 수복부귀(壽福富貴), 완자문(卍字紋), 아자문(亞字紋)과 구름, 거북, 사슴 등을 소재로 삼았다.
 
 이처럼 일상생활과 밀착돼 있는 목공예, 도자기, 자수와 초고공예가 담고 있는 한국인 특유의 자연미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한 선조들의 슬기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전통문화는 민예품 속에서 숨 쉬고 유지되고 발전돼 왔다. 그러므로 이러한 민예품 속에서 선조들의 생명존중 사상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길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4

시편 67장 2절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강복하소서. 세상 모든 끝이 하느님을 경외하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