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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우리 선조들의 생명존중 ④ 풍수 사상에 나타난 자연보호

풍수, 땅과 자연 이치 알고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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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風水) 또는 풍수지리라고 부르는 풍수사상은 한국인 전통적 자연관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풍수설은 음양오행설과 지기설(地氣說 ; 만물이 기(氣)로 이뤄지며 만물 중의 하나인 땅도 지기(地氣)로 이뤄진 것으로 보는 설)을 기초로 해 땅에 관한 이치, 즉 지리(地理)를 체계화한 이론이다.

 선조들은 도읍이나 마을의 자리 잡기, 집터 잡기[陽宅], 물자리 찾기, 정원수
의 배치, 길 내기, 사찰, 묏자리[墳墓; 陰宅] 등을 축조(築造)하는 데 풍수설에 의거해 재화(災禍)를 물리치고 행복을 가져오는 지상(地相)을 판단했다. 이것을 감여(堪輿: 堪은 天道, 輿는 地道), 또는 지리(地理)라고도 한다.

 풍수의 자연현상과 그 변화가 인간생활의 행복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이미 중국 전국시대 말기에 시작된 것이라는 문헌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탈해왕이 등극하기 전 현월형(弦月形)의 택지를 발견하고 그 택지를 소유하게 되고 후에 왕이 됐다는 풍수에 관한 기록이 있다. 또 백제가 부여를 도성으로 삼은 것도, 고구려가 평양을 도읍으로 삼고, 고려가 개경을, 조선이 서울을 수도로 삼은 것도 모두 풍수설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풍수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쓰였다고 봐야 한다. 풍수의 본래적 의미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환경을 대변해주고 있다. 풍(風)은 기후와 풍토를 지칭하며, 수(水)는 물과 관계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풍수설에 의하면 엄마 품과 같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에는 천천히 흐르는 냇물이 있으며, 남향의 양지바른 곳이면 좋은 땅이다.

 그래서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 남향을 기본으로 삼았고, 통풍(通風)을 중시했다. 남향집은 겨울에는 햇볕이 잘 들어오고 여름에는 따가운 햇볕이 집안에 덜 들어온다. 이렇게 풍수는 지극히 상식적 이야기이지만, 작희(作戱)적인 사이비 전문가들에 의해 음택(陰宅)과 연관시켜 미신화됐고 묘지쟁송이나 의타적 발복(發福)사상 등으로 변질돼 반윤리적 피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풍수지리는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땅에 인간이 어떻게 잘 조화해서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땅 그 자체는 원래 좋고 나쁜 것이 아니며, 스스로 그러한 모양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땅과 인간이 잘 조화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풍수지리는 땅에 대한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해 이뤄졌고 땅과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다소 은유적ㆍ비유적 표현을 사용하기에 현대 지리학의 엄밀한 서술양식과 비교해 보면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미신적 요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자연보호라는 측면에서 미신적 요소만을 제거한다면 특히 생태학과 풍수지리의 논거는 매우 잘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풍수학은 자연환경적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의 변화와 땅의 이용에 따르는 다양한 사례를 일정한 확률로 통찰함으로써 생물이 건강하게 살 `생기 있는 터`를 선택하는 방법론과, 또 생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권 작용인 바람과 물의 순환 궤도를 파악해 가장 적당하고도 알맞은 기운을 얻도록 하는 세밀한 메커니즘을 갖춰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이란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도시화는 철저한 이윤극대화를 도모하는 기계적 토목공학과 건축공학에 의거해 자연파괴를 일삼다가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했다. 생태학적 위기를 의식하면서 서구인들도 풍수(Feng-shui)에 관해 관심이 높아졌다. 독일 서점에 가 보면 풍수에 관한 책이 수십 가지나 꽂혀 있다. 그중에는 한국인의 전통적 자연관에 깊은 영향을 끼친 풍수 사상 속에 담긴 생태적 특성을 기술한 「한국의 풍수 문화(The Culture of Feng shui in Korea)」(2008년)는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풍수지리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자연에 대한 지혜의 축적이기에 부분적 확실성에 치중하는 현대과학과 달리 포괄적이고 과학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선도하는 사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개인 주택뿐만 아니라 정부청사와 정부 고위층 집무실의 좌향(坐向)과 사무실의 집기배치도 풍수설을 참고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천혜(天惠)의 개펄을 파괴하다 못해, 이제는 한반도의 생명줄인 4대 강도 파괴하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는 선조들의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던 깊은 뜻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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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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