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명의 문화] 전통문화와 동양생명관

자연 속에서 사명 부여 받은 인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인간 생명은 문화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문화적 존재로서 인간 생명의 의미는 자연생명, 사회생명, 종교생명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생명은 의례와 축제와 서사의 문화적 상징을 통해 의미가 확장되고 심화된다. 다양한 문화적 패턴 속에서 나타나는 생명현상은 삶의 고유한 실재와 가치를 나타낸다. 동아시아 문화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해된 생명현상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생명문화를 일구는 데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자연생명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그 존재성을 유지하게 하는 보편적 본질이다. 이점에서 자연생명은 다양한 생명현상의 바탕이며 원동력이다. 자연생명은 독립돼 있지 않고 상호의존적이다. 어떤 생명체도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 먹이사슬은 이러한 상관적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 자연의 먹이사슬은 일방적이지 않다. 생명체 사이 관계를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해준다. 이 생명체들 사이에 인간이 존재한다. 자연, 즉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인간은 말 그대로 사이 존재다. 천ㆍ지ㆍ인은 인간이 상관적 존재임을 잘 나타내는 원형적 개념이다. 인간이 다른 존재와 달리 문화를 창조하지만 자연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인간 능력은 자연을 재창조하지만 자연 조건에 종속돼있다. 인간은 문화 속에서 자연을 모방하고 자연을 투사한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생명 속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문자적으로 `생명`은 살아있는 하늘의 부름을 의미한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그 가운데 인간은 특별한 소명을 부여 받았다. 하늘의 부름은 인간을 둘러싼 삶의 조건에 나타난 관계성을 인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 삶은 그 부름에 응답하는 과정이다. 여타의 존재는 주어진 환경대로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만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삶은 단순한 생존 의미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과 사회 안에서 고유한 삶의 의미를 문화적으로 구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내재적 소명을 `천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천명을 받고 태어나 자연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생명의 의미를 심화시키게 된다.

 「역경」에 "천지가 있은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연후에 남녀가 있으며, 남녀가 있은 연후에 부부가 있다"고 한 언급에서 `천지`는 삼라만상의 근원이며, 모든 생명의 연원이다. 천지에 모든 생명이 연원할 때 자연은 하나의 `보편생명` 안에 있게 된다. 이때 방동미가 말하듯 자연은 우리에게 보편생명의 흐름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연 본래 가치가 만물에 가득 차 있는 무변광대한 세계가 된다. 또 "천지의 덕은 끊임없이 낳아주는 것이다"고 했을 때 `낳아주는 것`은 관계 안에서 자연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고 새롭게 하는 것이다. 낳고 낳는 가운데 변화가 나타나게 되며, 변화는 자연의 새로움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생명의 생성 과정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도이다: "한번 음하고 한번 양하는 것을 일컬어 도라 하고 이를 계승하는 것을 선이요, 이것을 이루는 것을 성품이다." 그러므로 「역경」의 언급대로 끊임없이 낳고 낳는 가운데 "만물은 자기 본성을 완성하게 되고 도의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보편생명의 유기적 관계성과 규범적 지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생명은 만물과 생명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고유한 도의적 성품을 드러낸다. 「시경」에 "하늘이 모든 사람을 낳았으며 만물에는 하늘이 부여한 도리가 있다"고 한 언급은 인간 사명과 만물의 내재적 질서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창조적 생성과정과 내재적 질서 안에서 고대 동아시아인들의 생성론과 가치론의 결합을 파악할 수 있다. 존재하는 것은 관계를 생성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고유한 내재적 가치를 포함하게 된다. 이것이 보편적 자연생명의 의미이다.

 중세에는 이러한 사상이 더욱 발전하여 장재는 「서명」에서 "하늘은 아버지이고 땅은 어머니이다. 나는 여기에 미미한 존재로 그 가운데 살아있다. 그러므로 나는 천지의 기운을 내 몸으로 여기고 또한 천지를 주재하는 이치를 내 본성으로 여긴다. 모든 사람이 내 형제이고 만물이 내 동반자다"라고 했다. 보편적 자연생명의 중추에 인간생명이 자리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나타내는 윤리적 생명관이 동아시아에서는 자연생명의 차원에서 일찍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생태학적으로 주목해야할 관점이다. 인간의 생명은 자연생명을 바탕으로 나타나고, 그 가치가 자연에 반영됨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4-2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필리 4장 4절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여라. 거듭 말하노니,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