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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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17) 제4화 한국 교회건축의 오늘- 본당 청소년 시설

청소년 일상 생활 공간을 성당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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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영국에서 지역 커뮤니티 운동이 활발할 때 이를 뒷받침하고자 각 지자체에 많은 예산이 할당됐다. 대부분 지역에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명분으로 집회와 교육, 운동 등 시설을 겸비한 커뮤니티센터라는 건물을 짓는 데 예산이 활용됐다. 그런데 한 군데는 그 예산을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지역민끼리 논의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벌이는 데 썼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지역 커뮤니티는 건물만 남았고, 단 한 군데만 말 그대로 지역 커뮤니티가 생겼다.

 이 얘기를 우리나라 몇 군데 지자체 자문회의에서, 우리가 성취해야 하는 중요한 목표는 단지 건물만이 아니라는 사례로 든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예산이 회의나 다른 행사로 낭비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였다.

 영국 현대건축의 흐름에서 계속되는 해묵은 논쟁은 대부분 찰스 황태자가 건축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왕이 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는 런던에서 건축학교를 운영하면서 건축 관료와 개발업자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영국 건축의 커다란 줄기를 제어하고 있다. 대부분 공공 건축의 방향이 그의 촉각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국 현대건축은 엔지니어링의 전통으로 묵인되는 하이테크 건축 외에는 새로운 실험이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묶여 있다. 찰스 황태자 논리의 핵심은 건축 내용이 바뀌면 형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일반적 시각을 거부하고, 예컨대 빅토리아양식 건축으로도 우리 시대 정보화의 물결까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일련의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것에 있다.


 
▲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과달루페성모성당은 중앙 집중형 공간을 전례만이 아닌 외부 사회 행사 때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젊은 교회로 거듭났다.
 
 
▨청소년 시설의 정의

 청소년이 본당 공동체에서 중요하다는 얘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이
신앙을 이어가야 할 미래 세대이기에도 그렇지만, 그들을 잘 보살펴야 하는 것이 가정과 공동체, 나아가 인류의 오래된 의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 시설에 대한 배려는 당연히 성당 건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이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는 본당 청소년 시설이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목표를 잡아야 하는지, 본당 청소년 시설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등 다양한 가정과 정의가 필요하다. 본당 청소년 시설의 과제는 마치 주택에서 자녀 방을 하나 만들어주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당을 지을 때 좀 더 적극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눈을 돌려 바라보면 이 시대 청소년과 청년 문제는 역사적으로 반복됐던 일반적 우려를 넘어 시기적으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 수 있다. 심각한 입시 사회의 희생자로 시작해 최고 자살률, 최고 등록금 지표를 거쳐 결국 최악 실업률, 최저 출산율로 이어지는, 우리가 만들어낸 일련의 악성 지표의 고리에 서 있는 그들 말이다.
 대다수 청소년이 비정규직 88만 원 세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희망을 빼앗긴 세대이기도 하다. 본당 청소년 시설을 단지 신자들 자녀만이 아니고 주일학교 학생만이 아닌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거기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불안한 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과제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당연히 청소년 문제를 보는 넓은 관점에 본당 공동체 역할을 대입하는 것이 본당 청소년 시설 해법의 전제가 된다. 사회의 수많은 청소년 단체들이 활동하는 영역과 본당 공동체의 역할을 대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학교, 지역 사회와 커뮤니티 시설의 연계를 통해 본당 공동체의 역할을 찾아볼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성당 건축에서의 청소년 시설의 위상을 정리해야 한다. 지역적 여건에 따라 시설의 방향이 청소년 교육을 위한 것인지, 집회인지, 여가인지, 기능과 활용의 중심을 결정해야 한다. 청소년 시설을 성당 건축에서 부분의 면적이 아닌 전체를 투영하는 변수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본당 청소년 시설의 문제는 어쩌면 앞서 사례로 든 커뮤니티 여건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몇 개 기능실을 준비해 성당 건축에 반영한다고 해결할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시설만 남고 청소년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설 문제는 배제하고 기존 여건에서 대처하는 우리 자세만이 중요하다고 찰스 황태자처럼 얘기할 수도 없다.

▨청소년 시설의 프로그램


 스페인 마드리드 성당<상자 글 참조> 사례에서 보듯, 성당 건축의 근원적 사고 전환이 청소년을 끌어들이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별ㆍ여건별로 청소년 시설의 위상과 활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임은 틀림없다.

 불확정적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간 건축적 해결안이 특정한 프로그램에 기대어 예상치 못한 일상의 삶이 파고들어 오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좀 더 유연한 활용이 가능토록 하자는 건축적 가정이었다. 성당 건축이 너무나 전례, 혹은 주일 행사, 혹은 특정한 이벤트에 맞춰 설계되는 동안 우리는 본질적으로 이것이 일상 삶의 공간, 공동체의 공간으로 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잊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청소년 삶이 파고들어 오지 못하도록 담을 쌓은 것이 아닐까. 그런 근원적 전환이 모색돼야 한다.

 현대 도시 삶에서 종교 공간을 대형 슈퍼마켓에 비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일주일 단위로 육체의 양식을 구하는 슈퍼마켓 쇼핑 패턴과, 영혼의 양식을 구하는 주일 삶의 패턴을 대비하는 얘기였다. 교회 역시 이제는 공동체가 아니라 일상 삶의 지극히 한 부분으로 작동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당 건축도 이제는 부분의 삶을 대변하는 형태만이 살아남으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그것이 육아든 교육이든, 주간 단위 공백을 메우는 쪽에서 청소년 시설의 가능성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청소년 시설의 과제는 청소년을 성당 건축의 중요한 변수로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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