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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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시 시작하는 이태석 : ‘이 시대를 밝히는 영성’

지역 젊은이 교육이 선교사명으로 이어져, 살레시오회 135개국서 다양한 지원 펼치며 선교, 어디든 누구든 관계없이 젊은이 돌보고 교육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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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의 선종 이후, 그가 수단에서 펼친 활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의 삶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메마른 사회 분위기에 빛과 온기를 불어넣은 모범이었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력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덕분에 지난 1년간 사회 각계에서는 이 신부가 못 다한 나눔과 사랑의 불씨를 지피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졌다. 한국사회가 이 신부 선종을 계기로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닌 ‘선한 마음’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처음의 마음과 같은 뜻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 신부의 삶과 신앙의 근간에 대해 올바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질만능주의에 휩쓸려 ‘의사로서 살았으면 더 편안했을 텐데, 한국에서 활동했으면 암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수단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희생해 본받을만하다’ 식으로만 단순히 생각해선 안 된다. 그의 삶과 신앙의 근간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그가 사제로서, 수도자로서, 선교사로서 한결같은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또한 개개인이 본받아 실현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살레시오 영성


 
▲ 2000년 종신서원을 하고 있는 이태석 신부
 
이태석 신부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며 기억해야할 가장 중요한 면은 ‘살레시오 영성’이다. 이 신부는 살레시오 수도회 회원으로서 이 영성을 바탕으로 양성됐다. 그가 수단에서 사제로서, 수도자로서, 선교사로서 역량을 펼치고 또한 의사로서 교사로서 전문적인 활동에 오롯이 나설 수 있는 양분은 살레시오 영성 안에서 길어 올려졌다. 특히 ‘예방교육의 영성’은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살레시오회 한국 관구는 이태석 신부에 대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돈보스코 성인이 지닌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 회원으로 평가한다. 실제 이 신부의 삶은 어렵사리 사제의 길에 들어서서, 다방면에서 재능을 선보이며, 어린 시절부터 젊은이들을 돌보는데 관심을 보였던 면모 등에서 돈보스코 성인과 많이 닮아있었다. 또 어릴 때부터 고아원을 짓고 싶다는 꿈을 피력하며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 40)는 성경말씀을 실현하는데 한 생을 다했다.

살레시오 영성은 ‘나에게 영혼을 달라. 나머지는 다 가져가라’라는 돈보스코의 모토 안에 축약돼 있다. 이태석 신부 또한 수단에서 활동하면서 ‘영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매순간 노력하며,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영혼구원을 위해 예방교육에 매진했다. 예방교육은 젊은이들이 각자의 존엄성과 능력을 알고, 그것을 스스로 키워나가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살레시오 회원들의 현존은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이어진다. 세계 어디서든 젊은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며, 이에 따라 그 주변 환경도 사목 대상이 된다. 바로 교육을 통한 사목이 선교사명의 구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태석 신부도 톤즈 마을에서 학교를 세우는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이 처한 환경을 돌보는데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모두 쏟아 부었다.


 
▲ 이태석 신부(가운데)가 2001년 사제서품식에서 동료 새 사제, 부제들과 기념촬영한 모습.


해외 선교

이태석 신부는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직접 실천하는 선교사의 한 사람이었다.

이 신부는 수단에서 활동하는 동안 특히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살레시오 회원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교육적이며 사목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신앙에로 회심하는 자유로운 여정에 알맞은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배경 때문에 외적인 형태의 복음전파가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는 수도회가 증거와 봉사활동을 통하여 선교적 현존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라는 수도회 회칙(20조)을 실현하는데 매진했다.

현재 살레시오회 회원들은 전 세계 135개국에서 활동한다. 수도회 총본부는 지난 30여 년간 이른바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추진, 아프리카에 최대한의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며 해외 선교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이 신부도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한창 추진되는 중에 선교사로 자원했고, 총본부는 그를 수단으로 파견했다.

해외 선교는 단순히 넉넉한 교회에서 가난한 교회에 인적·물적 지원을 하는 활동이 아니다. 민족 간 나라간 친교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하느님 안에서 한가족으로 기쁜 소식을 나누는 활동이 바로 해외 선교다. 또 해외 선교는 본토인들을 단순히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개인과 집단, 활동, 가치관, 생활양식과 환경, 문화 등을 복음의 가치에 맞게 바로잡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신부가 수단에서 활동할 때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 이상으로 지역 주민들을 돌보는데 전력을 다한 것도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올바로 실현하는 노력의 하나였다.

이 신부는 신앙의 은총은 이웃과 복음을 나눌 때 더욱 충만해지며, 선교하지 않는 신앙은 실천 없는 믿음으로 그 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실현한 선교사였다. 선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신부가 남긴 모범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해외선교에 대해 특정인만이 실천하는 활동으로 인식하거나 단순히 구호 개념으로 축소하는 등의 사고는 재고돼야 함을 더욱 절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무엇보다 이 신부의 삶은 어디에서든, 어느 누구에게든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지니는데 모범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관심을 모은다.


가톨릭신문  20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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