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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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 유럽 수도원 순례] (1) 독일 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

손님 절반이 비신자 ‘독일의 영적 오아시스’, 장엄한 전례·그레고리오 성가 등 전통, 천년 세월 이어온 거룩한 신앙의 유산, 영적 갈망 채워주는 쉼터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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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은 창간 84주년을 맞아 지난 1월 19~30일 제5차 유럽 수도원 순례를 마련했다. 영성 삶 문화 등 유럽 사회 전체의 면면을 있게 한 근원, 수도원의 근본 정신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내적 성숙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취지다.

지난 2006년부터 실시한 유럽 수도원 순례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순례는 특히 한국 수도원의 모태가 된 모원들도 방문, 한국교회에 끼친 유럽 수도원의 영향을 살펴보는 자리로도 뜻 깊었다.

가파르게 치닫고 있는 쉬는 신자의 증가세, 주일미사 참례자 수 감소 등 외적 성장에 비해 내실화가 부족한 현실. 그래서 내적·영적 성숙의 과제가 한국교회의 시급한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수도원 순례는 신앙의 첫 자리, 기도 영성의 근원지를 찾아보는 여정으로서 의미가 컸다. 수도원 생활을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영성을 완전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이라고 할 때 그 모습 속에서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삶을 어떻게 뿌리내리며 살아야 하는지 체험하고 배우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 내용을 앞으로 5회에 걸쳐 연재한다.
 

 
▲ 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 전경.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뉘른베르크 방향 고속도로로 접어든지 1시간여. ‘슈바르작’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수도원 순례 첫 여정이라 할 수 있는 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이 가까워 온다는 표시다. 곧이어 4개 종탑이 인상적인, 청회색빛 지붕에 옅은 황갈색 건물의 수도원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30km, 뷔르츠부르크와는 동쪽으로 25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 수도원은 현재 유럽교회 안에서 규모나 사업 면으로 매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곳으로 꼽힌다.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 소속 수도원으로 한국의 왜관수도원과는 가족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많은 수의 회원들이 한국 진출 초기부터 선교사로 파견돼 덕원, 연길수도원 및 왜관수도원의 성장을 도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슈바르작 강가에 있는 수도원’이란 뜻을 가진 이 수도원은 8세기경부터 자리를 잡았으나 유럽 역사의 격랑 속에서 번성 쇠퇴의 부침을 겪다가 1913년 오틸리엔 연합회 소속 베네딕도회로 새롭게 수도원 모습을 갖췄다.

베네딕도회 소명과 선교적 소명이 결합된 오틸리엔 연합회의 창설 정신처럼 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은 기도와 노동, 예술 활동, 학교 운영, 영적 봉사, 선교 등 다양한 활동을 조화롭게 벌이면서 베네딕도 영성을 세상 안에서 추구한다. 특히 세계적 영성가로 불리는 안셀름 그륀 신부가 거주하고 있어 영성서적 출판, 강연회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그런 활력에서 오는 것인지 수도원에는 왠지 모를 역동성이 뿜어져 나왔다. 손님 숙소나 책방 등에서 마주치는 비교적 젊은 수사 신부들은 전통과 오랜 역사 안에 부상하는 새로운 유럽교회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선교지에 나가 있는 회원들을 포함 전체 회원 수는 200여 명에 달하나 현재 수도원 거주 회원들은 94명이라 한다. 30세부터 94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베네딕도 영성으로 하나를 이루고 있다.

주일을 제외한 수도원의 일상은 새벽 5시 5분, 첫 기도로 시작된다. 어느 책에서의 표현대로 젊은 수도자, 나이든 수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드리는 시편 기도는 씨줄 날줄처럼 그들과 하느님, 그리고 기도에 참여한 우리 안에 촘촘히 얽혀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미사. 베네딕도회가 전통적으로 거행해 오고 있는 장중하고 장엄한 전례 거행에 그레고리오 성가가 뒤따른다. 수사 신부들은 제대 양편 가대 1층에, 수사들은 뒤편에 자리를 잡고 그레고리오 성가의 고유한 음색을 드러냈다. 이들의 나지막하면서도 잘 조화된 엄숙한 선율은 수도원이 가진 오랜 영성의 울림이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베네딕도회의 모토처럼 수도원 일과 안에서 미사를 포함, 하루 여섯 차례 이어지는 기도 시간은 그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인근 지역 신자들도 기도에 참여,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천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이들의 기도는 이렇게 지속되어 왔을 것이다. 그러한 기도 속에 신앙이 보호되고 유지되고 생생한 신앙의 증언들이 유럽교회의 맥을 잇고 오늘날까지 전해져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물질적 세속화가 극심한 현실 안에서, 그래서 사람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어려운 상황 안에서 이렇게 원칙에 가까운 전례 거행과 미사가 봉헌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수도원 입장이다.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수도원은 최근 영성적 봉사에 보다 주력하고 있다. 즉 세상 안의 ‘영적인 섬’ ‘영적 오아시스’가 되는 것이다. 풍랑이 이는 세상의 바다 속에서 안식을 취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요즘 독일교회 현실은, 특히 대도시 안에서는 본래 의미의 본당 구조가 쇠퇴하고 있기에 본당에서 영적 갈망을 채우지 못한 이들이, 또 비신자들이 수도원을 많이 찾고 있는 상황이란다. ‘영적 쉼터’로서의 자리매김은 그러한 시대적 소명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이다.

미카엘 리펜스 아빠스는 수도원 손님 숙소 사용자들을 예로 들더라도 전체 이용자의 40~50가 비신자로 집계된다고 했다. 그만큼 수도원 안에서 정신적 채움을 얻으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폭넓다는 의미다. 현대인들의 영성적 갈증이 큰 만큼, 영성적 봉사에 대한 수도원의 고민과 노력이 비중을 가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수도원을 나오는 길, 어둠을 깨우는 성당 종소리와 함께 그 속에 울려 퍼지던 낮은 음성의 하느님 찬미 소리가 귓가에 아련했다. 그것은 세파에 찌든 메마른 정신도 함께 일깨우는 신선한 영혼의 공기였다.



가톨릭신문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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