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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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동녘에서 서녘까지, 위대한 선교사 사도 바오로] <5> 커다란 변화

"주님, 저 자신을 당신께 바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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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그림=정미연

   바오로는 지나온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를 모르던` 시대와 `그리스도 안에 거하던` 두 시대로 본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에 이르게 됐을까?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사울은 나자렛 추종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스테파노로 인한 대박해 중에 예루살렘을 떠나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규모가 큰 유다인 정착촌들 가운데 하나인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갔다. 수천 명 유다인들은 `배교자`라는 낙인이 찍혀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 위험한 소굴은 박멸돼야 했기에 사울은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해서 예루살렘으로 이송해 재판을 받도록 하는 일을 쉽게 하고자 다마스쿠스 대제사장들에게 보내는 대사제 추천을 받아서 다마스쿠스로 출발했다.

 사울은 억제되지 않는 격정에 사로잡힌 사냥꾼이었다. 무장한 무리를 이끌고 다마스쿠스로 떠났다. 그는 말을 타고 여드레 동안 여행했다. 만일 나자렛파가 모든 곳을 장악한다면, 유다교는 끝장날 것이기에 그는 그들에 대한 아주 강렬한 미움이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같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이것이 당시 사울이 처한 심리 상태였다. 그 스스로는 결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점점 빠져드는 어둔 심연을 깨닫기 위해서는 그의 마음속에서 예기치 못한 놀라운 사건이 일어나야 했다.

 사울은 동료들과 함께 한낮 태양 아래 다마스쿠스 평지에 있는 푸른 숲 오아시스로 다가갔다. 갑자기 하늘에서 밝은 빛이 그의 주위에서 빛났다. 사울과 그 일행은 눈부신 빛 때문에 땅에 엎드렸다. "햇빛보다 더 밝은 빛이 하늘에서 번쩍이며 나와 내 일행 둘레를 비추는 것을 보았습니다"(사도 26,13). 불타는 광채 속에서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진정 어린 슬픔에 찬 아름답고 고요한 두 눈을 가진 "하늘에 속한 그분"(1코린 15,48)의 얼굴을 봤다고 말했다. 광채 아래 그 눈빛은 어떤 거역을 할 수도 없도록 그를 마비시켰다.


 
▲ ◇작가노트 광채 속에서 사울은 진정 슬픔에 찬 눈의 예수님을 만난다.
말에서 떨여져 눈부신 빛 때문에 감았던 두 눈을 떴으나 사울은 장님이 됐다.
주님이 보낸 하나니아스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자, 그제서야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고 다시 빛을 보게 되는 기적의 순간을 맞는다.
바오로 사도의 굳건한 믿음의 초석이 된 이 사건을 극적 장면으로 그려봤다.
 그림=정미연
 

그리고 하나의 소리가 히브리 방언으로 그에게 말했다. 애통해하듯이, 정감에 차 불평하듯이, 한 번 두 번 그의 이름을 부르는 슬픔에 가득 찬 불평 소리가 들렸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26, 14). 번개처럼 그에게 양심의 가책이 밀려왔다. 예수님은 살아 계시다. 스테파노는 예수님을 본다고 진실을 말했던 것이구나, 충격적 순간이었다.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그 질문이 그의 마음속에서 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 말은 그의 의구심이 아니라 놀라움을 나타낸 것이다. 이제 속죄의 말이 들린다. "나는 예수다." 그리고 부드러운 불평 소리가 다시 울린다. "네가 박해한 자다." 그 순간 그에게 예수님의 빛나는 얼굴은 피와 상처로 범벅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고, 거기에는 이미 흘린 순교자들의 피가 굵게 방울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신비한 몸은 당신 신자들의 고난으로 고통을 겪고 계시다는 생각이 다시 사울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눈부신 빛 때문에 장님이 되다

 바로 그때 하나의 빛이 신비의 샘에서 오는 샘물처럼 그의 마음속에서 시작되었고 강물처럼 온 마음에 넘쳐흘렀다.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 영광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2코린 4,6). 믿음의 빛이 그 안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 순종하게 될"(2코린 10,6) 자유 의지로서의 승인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 짧은 순간의 경험에서 티끌만한 의심도 남지 않았다. 후에 그가 고백했듯이(1코린 15,8 참조)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실제로 봤고, 그분과 말씀을 나눴다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사울은 분명 몽상가가 아니다. 그는 자기 서간들에서 다섯 번이나 설명했듯이 자기 앞에 부활한 그리스도를 봤고, 자신이 핍박하던 메시아께 순종하게 됐으며, 그 결심으로 이렇게 물었다. "주님, 무엇을 할까요?" 그것은 마치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했다. `주님, 저를 취하시고 저 자신을 당신께 바치게 하소서. 당신을 따르고 당신 종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훗날 자기 서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서명하게 된다. 사울이 땅바닥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예수님의 신실한 종이 돼 있었다. 그는 예수님 지시를 따르기로 결심했다.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사도 9,6).


 
▲ 그림=정미연
 

 주님 지시 이후에 사울은 일어나 눈부신 빛 때문에 감고 있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장님이 됐다. 당황해 곤혹스럽게 서서 그는 손으로 더듬어 동료들을 찾으려고 했다. 일행은 조심스레 부상을 입은 말없는 사내를 성으로 데려갔다. 아직도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성문을 지나면, 오늘날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훌륭한 코린토식 기둥들이 좌우로 늘어선 1㎞ `곧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지나 유다라고 불리는 히브리인 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사울은 자신에



가톨릭평화신문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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