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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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 유럽 수도원 순례] (2) 프랑스 시토 수도원

철저한 청빈·침묵·노동 생활로 하느님 현존 증거, ‘백의의 수도승’ 시토 수도회의 본산, 수도원 쇄신 위해 엄격한 생활 실천, ‘시토 치즈’ 지역 대표 생산물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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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원의 수도원의 전례 거행 모습.
수도생활의 쇄신을 추구했던 시토 수도원은 베네딕토 규칙서를 엄격히 실천하면서 철저한 청빈, 침묵, 육체노동을 중시하고 일상생활 및 전례에 있어서는 단순함을 강조하고 있다.
 

청빈, 침묵, 세상과의 단절, 육체노동, 일상생활과 전례의 단순성, 검은색 스카풀라의 ‘백의의 수도승’…….

흔히 부르고뉴 지방이라 하는 프랑스 코트도르주, 디종 남쪽 마을 시토(Citeaux)에 위치한 시토 수도원을 찾아가는 길은 이러한 시토 수도회에 대한 기본 이미지들로 가득했다. 이 수도원은 ‘시토 수도회의 시조’이며 전 세계 시토 수도원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본산이라 할 만큼 비중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1098년 몰렘 대수도원장 성 로베르토는 수도자들의 해이해진 상황에 실망감을 느끼고 원장직을 사임, 홀로 은둔 생활을 하다 자신을 따르기 원하는 20여 명의 수도자들과 함께 시토에 정착했다.

클뤼니 개혁 운동에 동참, 수도 생활과 수도원의 쇄신에 기대와 의욕을 가졌던 그였다. 그런 만큼 시토에 자리를 잡은 후 클뤼니 수도원보다 더 엄격히 베네딕토 규칙 실천을 따르기 원했다. 세속과는 단절하면서 철저한 청빈 침묵 육체노동을 중시했고, 일상생활 및 전례 예술 면에서는 단순함을 추구하면서 평소 이상적이라 여겼던 수도생활을 실천에 옮겼다. 클뤼니 개혁에서 이뤄지지 못한 ‘온전한 수도생활’의 열망, 초대 교회 때 사막 교부들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원의가 불을 지피게 된 것이다.

현재의 ‘시토’는 수도원 마을이라 할 만큼 시토 수도원을 일컫는 대명사 노릇을 하고 있다. 로베르토 성인이 수도원 자리를 잡으면서 지명을 따라 ‘시토 수도회’라 불렸고 이후 ‘시토’ 지역명은 수도원과 같은 의미가 돼 버렸다.

수도원 주변에는 ‘황금의 골짜기’라 불리는 세계적인 와인 명산지 ‘부르고뉴’ 지역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로마시대부터 와인이 생산됐고 수도원에서도 10세기부터 와인이 제조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시토 수도원은 체계적인 포도밭 관리에서 와인 생산까지 부르고뉴 와인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포도밭 사이에 자리한 회색빛 수도원 건물은 ‘엄격 침묵 기도’의 이미지처럼 무언가 담담하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입구 쪽 건물 벽면에는 카나의 혼인잔치 구절을 상징화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는 글귀의 부조가 눈에 띄었다. ‘순명’이라는 수도회 모토를 드러낸듯 했다.


 
▲ 9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시토 수도원 도서관.
 
 
손님 담당 필립 무비에 수사의 안내로 극히 제한된 부분의 수도원 입장이 허용됐다.

하루 7번의 공동기도, 공동체를 위한 육체노동, 독서와 기도 명상, 철저한 금육과 침묵 등 ‘베네딕토 규칙서를 더 충실히 지키기 위한’ 1000여 년 전의 수도회 설립 당시 원칙들은 지금도 수도원 일상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독서의 기도’ ‘아침기도’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 ‘저녁기도’ ‘끝기도’ 등 하루 흐름에 따른 7번의 기도 시간은 ‘중요한 순간마다 기도를 함으로써 일상생활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우리의 삶과 시간을 하느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초기 시토회의 개념을 정착시키고 중흥기를 가져왔던 베르나르도 성인이 회원들 및 수도자들에게 강조한 것이 ‘관상 기도에의 전념’ 아니었던가.

수도자들은 기도 시간 사이 오전 오후 두 번 노동 시간을 갖는다. 노동은 ‘수도자들이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며, 각자의 인격을 형성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안내를 맡은 수도자가 설명했다. 공동체가 자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과라고 했다.

시토 수도회 회원들에게 있어 노동은 수도회 설립 초기부터 당시 다른 수도원들에서 볼 수 없었던 매우 개혁적인 것이었다. 제2, 3대 수도원장 알베릭과 하딩은 여타 수도원에서 매우 일상화돼 있던 관행, 즉 모든 봉건적 수입을 거부하면서 수도자들이 스스로 육체노동을 통해 수도원을 운영하는 원칙을 마련했었다.

수도원의 주 노동 업무는 ‘치즈 만들기’이다. ‘아베이 드 시토(Abbaye de Citeaux)’라는 이름으로 제조?판매되는데, 일명 ‘시토 치즈’라 불리며 부르고뉴 지역 대표 치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수도원 설립 초기부터 시작됐으나 본격 생산은 1925년경부터라고 한다. 수도자들이 직접 공정에 참여하는데 치즈 제작을 위해 젖소 120여 마리가 길러지고 있다.

무비에 수사는 “수도원 의미를 잘 모르는 많은 이들은 수도자들을 치즈 만드는 이들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며, “아마도 치즈를 만들지 않게 되면 수도원 자체가 잊힐 것 같다”고 웃음 섞인 말을 들려줬다.



가톨릭신문  20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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