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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 유럽 수도원 순례] (3) 프랑스 카르투지오 수도원 (상)

세속 너머 하느님 만나는 ‘위대한 침묵’의 공간, 철저한 고독과 침묵의 삶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온전한 자유 추구, 모두 잠든 때에도 세상위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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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원 지붕의 십자가.
 ‘세상이 바뀌는 동안 십자가는 굳건하다’는 수도회 표어를 상징하는 듯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뒤로하고 오롯이 서 있다.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 국내 극장가에 조용한 돌풍을 몰고 왔던 영화 ‘위대한 침묵’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눈 덮인 알프스 산의 정적 속, 별빛 사이로 비춰지는 수도원, 이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수도승들의 나지막한 기도소리….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시작점, 영화 배경이 되었던 프랑스 샤르트뢰즈의 카르투지오 수도원(그랑드 샤르트뢰즈: Le Grande Chartreuse)을 찾아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 수도원으로 오르는 길에 세워져 있는 침묵 구역 표지판.
카르투지오회는 철저한 고독과 침묵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자유롭게 하는 영성을 추구한다.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 지방 그르노블에서 48km 정도 떨어진 깊은 산중, 해발 1300m 고지 수도원을 찾아 가는 길은 구불구불 좁은 계곡길을 따라 곡예하듯 마음 졸이며 달려가야 했다. 그나마 눈이 많이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폭설이 자주 내리기 때문에 이곳 겨울 도로 사정은 날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1084년, 성 브루노는 6명의 동료들과 함께 오직 하느님 안에서의 기도 생활과 엄격한 삶을 꾸려가기 위해 은수 생활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르노블의 위고 주교를 찾았을 때 ‘샤르트뢰즈’라는 장소를 제공받았다. 험준한 산맥에 둘러싸인 인적 없는 광야였다.

세속을 떠나 오직 하느님 안에서 가난과 참회의 관상 생활을 하고픈 열망에 가득 찼던 브루노 성인이 그 상황 안에서 기도, 묵상, 노동, 청빈의 규율을 지키며 수도회 기초를 세워가던 심정을 가늠해 본다. 수도원 가는 길 계곡에서 발견한 다리. 이름이 ‘브루노’였다. 시토 지역처럼 이곳 역시 천년에 가까운 수도원 역사가 지역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수도원에 도착했으나 입구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방문객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특히 여성들은 수녀들조차 방문을 불허한다. 담장 밖으로 드러난 건물 모습을 살피며 영화 장면 속 수도원 내부를 상상할 뿐이다. 수도원 건물은 1688년에 지어진 것이다. 초기 건물은 현 수도원보다 1km 정도 더 높은 곳에 있었으나 눈사태로 붕괴돼 지금 위치에 다시금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아쉬움을 대신해 20여 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수도원 박물관을 방문했다. 수도회와 수도원 생활을 소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1951년 개관했다. 과거 평수사들이 생활하던 수도원을 외부 공개용으로 재단장해 놓은 것이다. 통상 동절기(11월부터 4월까지)에는 휴관하지만 멀리 한국에서 찾아 온 방문객들을 위해 특별히 공개한다고 했다.

수도회 역사를 담은 역사관을 비롯해, 수도자들 생활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수도자 방, 전시관 등으로 꾸며진 박물관은 매년 25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고 ‘위대한 침묵’ 영화 상영 후에는 더 많은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고 박물관 책임자가 들려주었다.
 

 
▲ 1605년부터 수도원에서 만들고 있는 샤르트뢰즈 리큐르.
130여 개의 약초 추출물을 첨가해 참나무통에서 5년 정도 숙성 과정을 거친 것이다.
‘리큐르의 여왕’이란 별명을 지니고 있는 이 증류주는 수도원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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