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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 유럽 수도원 순례] (4) 프랑스 카르투지오 수도원 (하)

행렬·복사·성가반주 없이 ‘단순한 전례 지향’, 하느님께 나아가려 세상 멀리하면서도 참된 신앙·내적 힘으로 세상 위해 기도, 한국수도원은 아시아 신자 위한 기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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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쏠림보다 하느님께 집중하기 위한 고독’, ‘내가 하느님께 나아가고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내적·영적 침묵’, 그리고 ‘그 안에서 하느님과 하나되는 기쁨 안에서의 삶’.

그렇게 카르투지오회 수도자들의 하루는 기도와 고독 침묵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들로 이어진다. 육체 노동도 이런 의미에서 노동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보조 수단이다. 즉 기도와 관상속에서 자신을 하느님께 바쳐 드리는 것과 함께 이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잘 알고 더 사랑하려는 일을 달성키 위해 필요한 통로라는 것이다.

전례 특징


 
▲ 철저한 고독 침묵의 영성을 사는 카르투지오수도회 수도자.
이들은 하루 세 번 공동기도 시간 외에는 각자의 방에서 개인적 고적함 속에 기도, 공부, 노동, 영적묵상 등의 시간을 갖는다.
 
카르투지오회의 고독·침묵 영성은 전례에서도 매우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전례 때 시작을 위한 행렬을 하지 않으며 미사 봉헌시 별도의 복사가 없고 성가를 담당하는 성직자 외 다른 사제 및 부제들은 장백의나 부제복을 입지 않는다. 모든 성가를 무반주로 하는데 이때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 형식의 노래들은 슬픔과 비통함의 느낌이 든다. 이것은 하느님 앞에서의 나약함, 왜소함 등을 나타낸다 볼 수 있다. 즉 우리 인간들이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약하고 부족한지에 대한 표현이다.

시간 전례도 수도회 자체적으로 만들어졌다. 베네딕토 성인이 작성한 규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상당 부분 리옹 대교구 전례에서 영향을 받았고, 전례의 단순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기도 양은 다른 수도원에 비해 배가 넘는다.

또 전례에서는 화려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있어 인간적 치장이나 기준은 무가치하다는 의미이며, 또 하느님께서는 꾸며진 외면은 보지 않으시기에 인간 그 자체의 순수함만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면의 영성’이 중요함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표징으로 여겨졌다. 매일의 기도, 전례 속에서도 철저히 하느님 안에서의 자기 삶을 살아가는 그들 모습이 다시 한 번 머릿속에 그려진다.

친교 시간

고독·침묵 속에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내지만 주일 및 대축일과 월요일에는 전 수도자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눈다. 주일 낮기도 후 가지는 친교 시간과 저녁식사, 그리고 월요일의 산책 시간이다.

“친교 시간을 통해 한마음 되어 평화 가운데 머물며 기뻐하라. 이를 통해 하느님의 평화 사랑이 함께 머물 것이다.” 영화 장면 중 수도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가운데 한 수도자가 회원들의 공동체성과 친교에 대한 규칙을 낭독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성주간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산책은 수도자들의 중요 일정이다. 두 명씩 대화를 하며 인근 산과 들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15~20분 간격으로 짝을 바꾼다. 그래서 산책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모든 회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와 관련된 성 브루노의 수도회 규칙 “영성적 전념에 지칠 때 섬세한 본성은 자연에 의해 활기를 찾고 새롭게 된다”는 말은 일상의 우리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지.

한국 진출

박물관 방문 말미에 흥미로운 비디오가 소개됐다. 한국 남자 수도원의 수도 생활 모습과 여자 수도원 건축 과정 등을 담은 것이었다. 한국에는 지난 2000년, 2010년 각각 상주와 보은에 남자 수도원과 여자 수도원이 개원한 바 있다.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아시아 진출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두 차례 방한한 것을 계기로 ‘역사가 짧은 아시아 교회에 유럽 수도원 영성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것이 한국 진출의 출발점이 됐다. “한국의 남녀 두 수도원은 아시아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기도처 의미도 있는 듯하다”고 박물관 책임자는 덧붙였다.

한국이 특별히 선택된 데는 ‘한국 가톨릭 교회의 역동성’을 우선적 이유로 들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문화들이 카르투지오 수도회가 지향하는 고독·침묵 영성에 접근 용이하다는 수도회 내 판단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한국 남자 수도원에는 7명이 생활하고 있는데 2명이 한국인 지원자며, 여자 수도원에는 총 20명 수도자 중 한국인이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수도원은 전 세계 카르투지오회 수녀원 중 일곱 번째 설립된 것이다.

박물관 방문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 마치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나온듯 한결 마음이 청량해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꾸만 수도원 건물쪽을 뒤돌아보게 됐다. 오늘도 고독, 침묵 속에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수도자들을 향한 인사처럼.

교회 역사상 한 번도 개혁이 없었던 유일한 수도회라는 카르투지오 수도회. ‘세상이 바뀌는 동안 십자가는 굳건하게 서 있다’는 수도회 표어가 말해 주듯, 오랜 세월 세상의 온갖 흐름 속에서 참된 신앙심과 내적인 힘의 전형으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었다.


이주연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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