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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 구제역, 인간 탐욕의 산물

자연 순리 순응과 인간 탐욕 경계가 최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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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상주시 함창읍에서 한우 180마리를 키우는 장사영(시몬)씨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사료를 주고 있다.
 


지난 11월 말, 경북 안동발 구제역 여파가 여전히 거세다. 대한민국은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와 전쟁 중이다. 예전엔 드물던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요즘 들어 더 기승을 부린다. 소와 돼지, 염소, 오리, 닭 등 지금까지 880여만 마리(2월 18일 기준)가 살처분을 당했다. 불과 석 달여 만에 그 많은 생명이 죽어간 것이다.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1월 20일 발표한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성찰`이란 글에서 "구제역 사태는 지나친 육류 식욕과 가축을 생산품으로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이 초래한 비극"이라고 지적하고, "예수님처럼 시대의 가장 힘없는 이들, 피조물의 고통과 신음까지도 함께 호흡하고 고민해 우리 자신 삶의 궤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제역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 무엇일까.


 
▲ 구제역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생매장당하는 돼지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제공한 살처분 동영상 `돼지들의 절규`를 캡쳐한 것이다.
 

"꽥~ 꽥! 꽥~ 꽤액~~!"

2월 23일, 천주교ㆍ개신교ㆍ불교ㆍ천도교 등 5대 종교 35개 단체가 구제역 살처분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고자 제작한 영상물 `돼지들의 절규` 시사회 및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

돼지 떼가 지르는 끔찍한 비명이 교당 안에 가득 찼다. 돼지 10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묻혀 압사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교당에는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돼지들을 촬영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1월 11일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등지에서 촬영한 것이다.

인간에 의해 강제 살처분을 당하는 돼지들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굴착기 삽에 맞아 차례로 구덩이에 처박힌 돼지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너무 많은 돼지들이 좁고 깊은 구덩이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한데 뒤섞여 숨을 헐떡인다. 돼지들 표정에는 죽음과 공포의 그림자가 내비친다. 살처분 현장에서는 최소한 땅속 2m 이상 묻어야 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아 돼지 주검들이 땅 위에 보일 지경이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이를 보던 한 참석자가 흐느끼는가 싶더니 시사회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낙태와 자살이 만연하는 등 인간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인간도 아닌 동물 생명의 존엄성은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동물이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과연 산채로 처참하게 묻을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고는 "축산 환경 개선 없이는 구제역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2월 23일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돼지들의 절규` 시사회에서 한 참석자가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에서 한우 180마리를 키우는 장사영(시몬, 62, 안동교구 함창본당)씨의 얼굴빛이 무척 어둡고 수척했다. 2월 18일 만난 장씨는 "요즘 구제역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처분은 면했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소 한 마리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죽었다"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장씨는 "약이 얼마나 독했는지, 하루 전에도 멀쩡하던 소가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더니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또 "예방접종을 한 암소 중에는 유산하거나 조산한 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아 사료도 잘 먹지 않아 나날이 야위어가는 소도 있다"며 "이러다가 우리 소들 모두 잘못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매월 2000만 원씩 들어가는 사료 값은 고스란히 빚으로 쌓이고 있고, 구제역으로 판로가 막혀 몇 개월째 출하를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도 겹쳤다.

장씨는 "자식 같은 180마리 소들을 모두 땅에 묻지 않은 것은 주님 은총이지만, 크고 작은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데다 언제 구제역이 닥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지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피해 보상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들 이야기하는데 그건 농촌 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제역 발병 이전 수준으로 복구하려면 4~5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그 기간 출하하지 못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마음고생은 고스란히 농민들 몫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연도별 국내 가축사육두수` 통계를 보면, 1975년 155만여 마리이던 한우가 2010년에는 243만여 마리로 60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닭은 2990만여 마리에서 1억 19



가톨릭평화신문  201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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